<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의 메르스 풍자에 대해 ‘의견 제시’ 제재를 내린 것과 관련, 야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행정지도는 제재가 아니다”고 해명하는 박효종 방통위원장에게 ‘헌법의 기본권’, ‘프라이버시’ 등을 들며 예능 프로그램 지키기에 나섰다.

방통위가 제재한 풍자 내용 
지난달 1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은 “메르스로 인해서 많은 국민 여러분이 불안에 떨고 있다.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 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메르스 예방 수칙 내용이다. 

<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 <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지난 1일 방통위는 “‘중동지역’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며 ‘무한도전’에 의견 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무한도전’이 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1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민상토론’로 방통위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방송 후 인터넷미디어협회는 ‘민상토론’ 중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마스크를 쓴 사진을 보면서 ‘모범국민’이라고 한 점 등을 들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달 24일 방통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견 제시’ 제재를 내렸다. 즉 ‘민상토론’ 내용이 그 밖에 불쾌감ㆍ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조항에 저촉됐다고 본 것이다. 

이후 지난 6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의 ‘의견 제시’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헌법과 합리적 의심까지 총동원해 질타 
박효종 위원장은 ‘무한도전’ 의견조치에 대해 “‘방송 사업자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며 “국내 염소 농가에 심적 불편함을 줘서 반성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해서 ‘의견제시’ 처분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사진=MBC ‘무한도전’ 제재에 대해 질의하는 유승희 의원>
▲ <사진=MBC ‘무한도전’ 제재에 대해 질의하는 유승희 의원>


하지만 야당 의원은 한결같이 박효종 위원장을 비판했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효종 방통위원장이 소극적으로 답변하고 있다”면서 “민원이 들어왔다고 제재하면 풍자 프로그램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문병호 새민련 의원은 “‘무한도전’과 ‘민상토론’(의 ‘의견제시’ 조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 의원은 “ 방통위는 정치적 목적으로 방송을 제약하면 오히려 막아야 한다”면서 “정부를 비호하는 역할이냐. 앞잡이 역할을 하느냐. 유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냐”고 따졌다.  

강력한 야당 의원의 공세에 대해 박효종 의원장은 “의원님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저희도 고민하고 있다. 신중하게 하겠다”고 답했지만 야당 의원의 힐난은 계속 됐다.

송호창 새민련 의원은 “‘(의견 제시가) 처분이 아니다’는 말은 법적으로 틀리고 사실과 다르다”며 “방심위가 내린 조치가 위법하거나 헌법에 반한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송을 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에 맞서 여당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최대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인격권, 프라이버시권도 표현의 자유 못지않은 기본권이다. 두 가지가 충돌하면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민상토론’ 방송 중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중 한 사람을 고르는 장면을 언급하며 “공정성에 안 맞지 않느냐.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반격했다.

그러나 최민희 새민련 의원은 “낙타에게 프라이버시권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전체적인 풍자 내용에 방통위가 잘못했다고 한 것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에 대해) 잘못 대응한 것을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이어 우상호 새민련 의원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씩 집어서 정치권 풍자를 못하게 만들었다고 의심한다. 조직적으로 계획적이며 예능 프로그램조차 풍자를 방치하면 안 되겠다고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든 것이다”면서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밀어붙이려는 구나’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우 의원은 “남은 것이 SBS다”라며 “(질병관리본부가) 급해서 그랬지만 풍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엄중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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