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우호지분 확보 안간힘
업계, 삼성의 힘겨운 승리 예상

[폴리뉴스 전수영·홍석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촉각이 한데 모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17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회사가 이익배당의 방법으로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의 개정 ▲주주총회 결의로도 회사가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두도록 개정하며, 중간배당은 금전뿐 아니라 현물로도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등 세 가지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 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꼽힌다.

장애물 사라진 임시 주주총회…표 대결만 남아

1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이태종 수석부장판사)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항고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원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1:0.35)은 현행법에 따라 산정됐고,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경영판단이 불합리하다 볼 수 없어 엘리엇의 주장을 배척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의 목적·방법·시기 등이 모두 정당하다고 1심과 같이 판단했다.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엘리엇 측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의 엘리엇이 제기한 모든 소송에서 승소하며 법적인 장애물을 모두 거둬냈다. 남은 것은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총회에 전체 주주의 80%가량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합병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은 53.3%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만 한다.

현재 삼성물산은 1대주주인 국민연금(11.21%)과 삼성그룹 특수관계인(13.82%), KCC(5.96%), 확실한 찬성 지분 등을 포함 35%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18%가 넘은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 합병 이유를 설명하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엘리엇 또한 백방으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주총회는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삼성물산 측은 “결과에 대해선 예측 불가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조심스런 자세를 취했다.

김봉영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박빙이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플랜B는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주주총회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 또한 “많은 주주들이 성원하고 있다”며 “합병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란 확신을 가지고 주총에 참여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ISS 등 의결권 자문 기관이 삼성물산의 주주에게 합병 반대를 권하고 있지만 제일모직 주주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하고 있다”며 “이는 삼성물산과 합병으로 시너지가 발생함을 강조하며 바이오 사업을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또한 “합병 성사 시 주가 급상승보다는 회복세가 예상되고 불확실성 우려가 해소돼 합병법인의 지분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의 방점 될 듯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이번 합병으로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부재를 잘 메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부적인 영향에도 삼성그룹의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부친의 뒤를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게 됨에 따라 그룹 내 그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삼성서울병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이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조차 자신의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않았던 이 부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자신이 삼성의 수장임을 부각시켰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합병이 주주들의 지지 속에 막을 내린다면 이 부회장은 명실 공히 삼성의 총수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의 새로운 시대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선언은 없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을 이끌고 있는 선장이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절대 다수가 찬성표를 던져야 모양새가 살 것이다”면서도 “엘리엇이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주주들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을 놓고 봤을 때 지배구조가 취약한 그룹들은 언제든지 이 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좀 더 확신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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