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5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의 주요 골자는 본업인 철강사업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금융권과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에 조(兆) 단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던 손실을 이번에 반영한다는 것.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은 철강과 중공업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두 회사가 다른 내용으로 언론에 언급됐지만 배경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 전임 경영진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갖은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정 회장이 재임 시절 부실기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해 포스코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성진지오텍을 시가에 2배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했다.

성진지오텍 인수가 포스코에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포스코 기업이미지를 크게 갉아먹고 있다. 그동안 애써 구축해 놓은 이미지가 계열사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인해 실추될 대로 실추됐다.

이미 몇 명의 임직원들은 구속됐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의 칼날은 결국 정준양 전 회장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대 3조 원의 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조선시장이 크게 악화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악화된 실적을 발표했을 때 대우조선해양은 홀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발표를 그대로 믿었다.

그러나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악화된 실적을 반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임된 이후에 반영을 해도 문제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 전 사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가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오르면서 손실 규모가 드러났다.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정 사장이지만 이 정도 규모일 것이라고는 몰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가 아닌 이상 사장 임기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부실을 해결하기는 녹록치 않다. 본인 임기가 다할 때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사장까지 부실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결국 부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임직원들이 져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인도는 크게 추락하게 되고 기업 성장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추락할 때의 몇 배가 더 걸리게 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전임자인 정준양 전 회장, 고재호 전 사장이 뿌려놓은 악재를 뒤지닥꺼리 하느라 자신의 경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임기를 마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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