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의혹 진상규명은 더 철저히 진행되어야

논란이 되고 있는 해킹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유서가 공개되었다. 흔히들 ‘사람은 죽음 앞에서는 진실을 말한다’고 해왔다. 그러나 그 진실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얼마 전에 있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남겼던 유서와 인터뷰였다. 그는 자신이 돈을 주었다는 여러 유력 인물들의 이름을 남기고 자살을 했지만 검찰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의 대부분을 믿지 않았다.

이제 국정원 직원이 남긴 유서의 내용은 그 진실성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 무엇보다 그는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사찰 의혹에 휩싸여 있는 국정원의 입장에서는 가장 무게를 싣게 되는 대목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소속 요원을 잃게 된 국정원으로서는 이로써 논란을 매듭짓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고인은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합니다”라고 했다. 본인도 자신의 무리함이 있었음을 자책하는 듯한 얘기로 들린다. 어떤 내용의 일이었길래, 스스로 ‘지나친 욕심’이라고 했던 것인지, 혹시 무리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관련 자료를 삭제했음을 밝힌 내용이다. 고인은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라고 남겼다. 해킹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자신이 삭제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국정원은 해킹 관련 기록들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업무 담당 직원은 자신이 자료를 삭제했다며,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며 자살을 했다. 많은 의문들이 생겨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자료였길래 굳이 삭제해버린 것일까, 그러면 이제 해킹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증거는 사라진 것인가, 국정원에서는 그같이 중요한 자료의 삭제가 직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아무렇게나 행해질 수 있는 것인가..... 이같은 합리적 의문들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싸고 또 어떤 음모론 같은 것이 나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죽음이든 슬프지 않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다. 필요하면 국가나 조직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할 국가정보기관 요원의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이 모든 것을 결론내리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해킹 의혹의 진상 규명은 흔들림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아니, 그의 유서 내용이 남긴 삭제 관련 의문까지도 경위와 내용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설혹 고인이 된 국정원 직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더라도, 이제까지 늘 겪어왔듯이 국정원과 국민의 판단 기준은 다를 수가 있다. 정말로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해킹과 관련된 기록이라는 증거를 갖고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결백을 주장하는 국정원도 기록의 근거 위에서 결백을 입증해야 할 것이고,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기록이라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할 길이 없다.


그래서 고인이 삭제했다는 자료의 내용, 그리고 그 복원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향한다. 그런데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에 한번 다녔갔다 오는 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일이다. 관련 장비와 프로그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전문적 기술을 통해 정밀하게 확인해야 할 일이다. 이는 진상규명 작업이 국회의원들의 차원을 넘어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수사를 통해 접근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 이로써 모든 것을 덮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된다. 해킹 의혹 논란의 결론은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유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기록과 증거를 통해 내려져야 할 일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이 있었길래 죽음까지 선택했는가에 대한 의문까지 더해져, 모든 의문들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은 더욱 무겁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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