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설계 능력 격차…역마진에도 공사 무작정 수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실적 악화는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과 부족과 함께 저가 수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실적 악화는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과 부족과 함께 저가 수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지난해 현대중공업에 이어 올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 최대 3조 원의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도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부실 뒤에는 아직까지 톱클래스에 못 미친 해양플랜트 설계능력과 저가 수주가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조선3사, 단가 높은 해양플랜트에 눈 돌려

조선업종의 사업은 크게 조선 부문과 해양플랜트 부문 두 개로 나뉜다. 조선 부문은 그동안 한국이 톱클래스였다. 그 뒤를 일본과 중국이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중국이 향상된 실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동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일본은 엔화 약세를 무기로 글로벌 선주 공략에 나서며 한국을 위협했다. 실제로 두 나라가 한국을 제치고 수주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한국이 1위를 되찾은 상황이다.

이렇게 수년 전부터 글로벌 조선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가가 선박 건조보다 훨씬 비쌀 뿐만 아니라 석유탐사가 이어지면서 발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해양플랜트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자 국내 조선사는 각종 입찰에 참여해 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건조는 선박 건조처럼 정형화 돼 있지 않고 지형에 따라 시추 상황에 따라 형태와 기능이 조금씩 바뀐다는 간과했다. 이렇다 보니 발주사들이 원하는 해양플랜트를 건조하기 위해서는 잦은 설계변경이 필요하다.

다양한 해양플랜트를 건조한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 조선사들에게 잦은 설계변경에 빠르게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공기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납기일의 지연으로 이어져 국내 조선사들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조선 부분과 달리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품은 아직까지 국산화율이 낮다보니 수입에 의존해야만 한다. 가격을 높게 불러도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을 척당 6000억 원에 수주했으나 척당 건조기간이 평균 10개월에서 1년가량 지연되면서 올 2분기 대규모 손실과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계약 당시 납기일자가 있었는데 설계 변경을 자주, 무리하게 요구했다”며 “무리한 요구로 인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일부 손해에 대해서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게다가 발주사가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해양플랜트 인도를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도크를 비워야 다음 공사를 할 수 있는데 도크를 비울 수도 없어 이래저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쉘, BP, 토탈 등과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석유값이 떨어지더라도 자신들이 필요한 해양플랜트라면 오히려 돈을 더 주고서라도 공정을 서둘러 납기일에 맞춰 인도받기도 한다. 그러나 메이저 업체들이 아닌 중소형 석유회사들은 석유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석유값이 좋을 때 발주했더라도 석유값이 떨어지면 인도를 미루기도 하고, 협의도 안 된 설계변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이 골탕을 먹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발주량 줄어들며 ‘저가 수주’로 이어져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해양플랜트 발주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올해는 80정도 수준이다”고 올해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주를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곧 가격경쟁을 이어졌다. 실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지만 가격을 고수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인력을 그대로 놀릴 수도 없고, 향후 추가 발주 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마진을 거의 보지 못하더라도 입찰에 참여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수주 후 중간에 설계 변경이 있더라도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입찰에 참여하게 될 만큼 글로벌 시장이 너무 안 좋다. 해양플랜트 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그나마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조선 부문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하필 대규모 손실이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 발생해서 부각될 뿐,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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