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청와대 흥신소라 불리는 위상 추락,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

김한정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
▲ 김한정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7월 23일 김한정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를 모시고 인터뷰를 가졌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국가안전기획부(약칭 안기부)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는 김 교수는 최근 국정원 해킹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정원이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구분하지 못하고 정보기관 본연 임무에서 일탈했기 때문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국가정보기관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사건을 조작하는 등의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정부 여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고 하지 말고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을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환골탈태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안보를 중시하는 애국세력과 안보를 흔드는 매국세력이란 왜곡된 프레임으로 편을 갈라 국민을 현혹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 밝혔다.  

- 오늘 김한정 교수를 모신 것은 최근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의 양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지난 국민의 정부 시기 당시 안기부 개혁의 일선에 계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씀을 듣고자 하는 취지이다. 우선 이 사건의 본질과 핵심이 무엇이라 보고 계시나.

문제의 본질은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서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민적 의혹과 불안감이 이번에 다시 불거진 것으로 본다. 지난 대선 시기, 또 그 이전에도 국정원의 정치관여, 선거관여에 대한 의혹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불특정 다수 국민에 대한 도청 의혹이란 더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지킨다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야 하고 그렇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혼동해서 정치권력의 도구로 작동하는 관행을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믿는다.  

- 이 문제가 드러난 이후 국정원에서는 한사코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가지고도 의혹을 벗어나기 어렵고 국민들도 국정원의 주장을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이란 점에서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국정원이나 정부 여당에서는 오비이락이라고 주장하고 억울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단순한 의혹이라기보다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국정원의 주장은 국가안보를 위한 또 대공차원의 프로그램 도입이고 해킹시도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핸드폰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미끼 프로그램들을 국내 유명 사이트에 장치를 하고 깔았던 흔적들이 나왔다. 또 그동안 국정원이 앞뒤가 맞지 않은 해명들을 내놓으면서 이미 단순한 의혹 차원을 넘어선 사건이 되었다. 이미 문제가 이렇게 불거진 만큼 이제 국정원이나 정부 여당도 ‘왜 아니라고 하는데 믿지 않고 정치쟁점화하느냐’고 화를 내면서 뭉개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 본다. 이미 국민들이 화가 나 있는 만큼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왜 선거 시기와 겹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선거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으로 정치사찰 활동을 해 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 본다. 이 문제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인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여야가 힘을 합쳐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 이번 사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이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에 개입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 국정원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이 무엇이라 보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이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마치 국정원의 대변인처럼 나서서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태도이다. 국정원의 일탈이 얼마나 큰 문제이냐는 것은 단지 이것이 국내 정치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세계는 경제전쟁의 시대이고 정보 전쟁의 시대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위협도 있지만 테러의 위협 등 사회 안전의 문제도 있고 또 산업스파이 등과 같이 심각하게 국익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이 등장하는 전면적 정보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국정원이 이런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걸 맞는 자기 변신 노력들이 이루지 못한 채 국가권력의 필요에 따라 움직여서 자기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조직의 이익을 도모하는 잘못된 길을 가면 그 만큼 국가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번 과정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가 보안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정보기관에서 직원 일동 명의 성명이 발표가 되었다. 일반 공무원도 단체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면 공무원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국가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에서 원장의 결재 하에 이 같은 집단행동을 벌인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국정원 직원 명의의 집단행동은 참으로 난센스이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이런 짓을 하는지 유례가 없다. 한걸음만 물러나서 보면 알 수가 있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국정원 입장에서 볼 때 잘못 알려져 있거나 오해가 있었어 억울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국회 청문이나 조사 과정 등을 통해서 해명을 하면 된다. 우리 국회가 국가정보기관에 대해 몰개념적인 파헤치기를 하거나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 점은 언론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국정원이 직원일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서 사전에 엄포를 놓는 것처럼 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방해하려 하는 것 같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지금 국정원이 얼마나 심각한 개혁과 수술이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할 것이다.


- 김 교수께서 모셨던 故(고) 김대중 대통령은 그 자신이 중앙정보부 등 국가정보기관의 최대 피해자였다. 그리고 1997년 대선 당시 총풍사건, 간첩사건 등 안기부가 선거에 개입한 혐의가 있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 정부 초기에 안기부 개혁이 당면과제 중 하나였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그때 좀 더 확실하게 개혁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당시의 고민과 구체적 해결방안 등이 무엇에 맞추어졌나?

1998년, 김대중 취임 첫해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의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또 우리나라 정부출범 이후 최초의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많은 보수세력이나 보수언론 등에서는 김대중이 집권하면 피의 보복이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이기도 했고 험악한 분위기였다. 이런 조건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을 했고 많은 국가적 개혁 아젠다가 올라 왔지만 그 중에서도 안기부 개혁은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였고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과거 역대 권위주의 정부에서 중앙정보부, 그리고 이름만 바꾼 안기부가 보였던 여러 행태들 특히 정치사찰이나 정치공작, 선거개입 그리고 비판적 세력에 대한 탄압, 협박 등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실이었고 익히 지켜봐왔던 일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정보기관의 본연의 임무와 자세를 찾게 하는 것은 중요한 개혁과제 중의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초대 안기부장으로 이종찬 원장을 임명한 것은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된다. 이종찬 원장은 군 출신이고 그 자신이 정보부를 거친 정보맨이었고 당시 여당의 중진을 거친 폭넓은 경험과 시각을 가진 분이었기에 합리적인 개혁을 할 것으로 기대를 했다. 이종찬 원장이 정치보복적인 인사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 당시 안기부에는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많았던 국내정치 파트에서 정치공작을 기획하고 지휘했던 인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던 상황이었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더불어 인사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당시 안기부 개혁의 기본방침은 정치보복적인 인사조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고 안기부의 임무와 역할을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맞추고 전환하는데 있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 초기 안기부를 방문해서 휘호를 남겼는데 그 휘호의 내용이 ‘정보는 국력이다’였다. 이 휘호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대체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는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강국을 지향했고 새로운 정보전쟁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세련되고 스마트하고 능력 있는 국정원으로 거듭나길 원했다. 또 외환위기 시대에 우리사회가 정보화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산업정보를 얻고  우리의 산업기밀을 보호하는 동시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점에서는 당시 이종찬 원장과도 코드가 잘 맞아서 활발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는 당시에 이종찬 안기부장 특보로서 외환위기 극복에 필요한 김대중 대통령의 해외 인맥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도자들이나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인사들에게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노력 등을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얻고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레버리지로 작동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시절부터 오랜 활동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 중국, 일본 등에 많은 지인들이 있었고 이들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얻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환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현재 국정원이 이런 일들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국민들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들을 하기도 아까운 시간에 선거개입 등의 논란이나 해킹 도구를 외국에 발주해서 우리 정보 능력을 드러내게 하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일을 반복해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점은 국정원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도 다시 국정원 개혁을 시도했는데 그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도 말씀해 달라. 

참여정부에 직접적으로 관여는 하지 않았기에 관찰자의 입장에서 말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이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의 변신이 있었지만 충분한 개혁이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역시 과도기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안정적인 개혁을 원했고 조용한 개조를 바랬지만 국정원의 정무직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들은 수 십 년 동안 정보기관에 몸담았고 그 속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들은 자기 조직 이기주의가 강하고 경쟁적 보신주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국정원 개혁도 한계가 있었는데 참여정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다시 국정원 개혁에 나섰던 것이다. 특히 그 당시 문제의식이 그대로 시행되지는 못했지만 미국식으로 CIA와 FBI를 역할과 기능을 분리하는 방식이 논의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미국은 CIA가 해외정보와 대테러 부분 FBI는 범죄 수사 등에 집중을 하는 방식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에는 정보기관의 기능 통합이 다시 모색되기도 했는데 이처럼 정보기관들은 시대적 흐름이나 국가적 요구에  따라 조직을 변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여정부가 시도했던 방향은 옳았다고 본다. 정보기관으로부터 독대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대단히 상징적인 조치였다. 국민의 정부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 안기부가 관리했던 통치자금을 반납하고 없앤 것이 대단히 중요한 조치였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독대보고를 받지 않음으로서 국정원의 위상을 재조정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대공정책실이 항상 문제가 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역할 축소와 재조정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참여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기관의 시스템의 개선과 문화의 혁신 등에는 미치지 못했고 결국 정권이 바뀌자 곧바로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안타깝다. 


 - 이명박 정부에서 원세훈 원장 그리고 박근헤 정부의 남재준 원장 등을 거치면서 국정원은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국정원 조직 자체의 생리인가? 아니면 현직 대통령이 국정원을 악용하기 때문인가? 

- 일부의 자조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국정원이 청와대의 흥신소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또 청와대에 대한  눈치보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음성적 해결사로 나선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국정원의 위상은 추락한 것이다. 이것은 국정원이 국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기관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존중을 받고 평가를 받는 국민의 지킴이로서의 모습으로는 더 이상 자리 잡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국정원 자체에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대통령 중심제란 정치현실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국가기관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전 정부들도 예외가 없이 대통령의 심복들을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앉히는 관행들로 인해 조직의 경화현상을 초래했고 정보활동의 왜곡을 초래했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는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제도적으로도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다. 우리 안보 환경이나 정보기관의 생리상 국정원은 의회나 언론의 감시나 견제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권력을 가진 분들이 정보기관을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고 싶은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마약보다 더 강한 유혹인데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 방금 말씀대로 국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은 것 같다.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국민 52.9%가 국정원이 내국인을 사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여야간의 정치공방으로 가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문제의 본질은 실종되고 양시양비론으로 가면서 진실규명은 뒷전인 채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이 문제를 다시 아까도 언급되었던 진영대결로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지금 드러난 해킹 의혹에 대한 완벽한 진상규명은 어려울 것이라 본다. 특히 이런 사안의 민감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내부고발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미 국정원은 직원 일동 명의의 내부 단속에 들어가 있고 또 중요한 내부 증언을 할 수 있는 분 중의 한 분이 이미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고 증거를 은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문제는 디지털 증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은폐하기가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당장은 은폐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부도 영원히 가는 것은 아니다. 2년, 3년 뒤에는 모두 나가야 한다. 권력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나야 할 분들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만약 사찰행위가 있었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는 퇴임 후에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책임이란 것은 지금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조치를 했느냐와 직결된다. 그 이후에 국민들이 의심을 가지고 노력을 했지만 국정원이 스스로 은폐를 했고 청와대가 도리어 방조를 한 것이 드러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한 것은 단순히 도감청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은폐하고 조작했기 때문에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나라라는 믿음까지 잃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야당이 지금 국민들의 의심을 풀어줄 만큼 시원하게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 사안 자체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 1970년대에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악행과 이후 박정희 대통령과의 갈등이 있었고 의문의 죽음을 당했지만 그 당시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이후 그것이 다 들러났다. 전두환 정부 때 안기부가 벌였던 정치공작들도 다 드러났고 처벌도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지난 2012년 대선 시기의 댓글 사건도 다 드러났고 일부 유죄판결을 받았고 나머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정보기관이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서도 그렇고 또 우리나라가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험대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을 보고 역사를 보는 무거운 자세로 임해야지 당장 회피하고 모면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원천적으로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까 참여정부에서도 해외정보 분야와 국내정보 파트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하는데 분단사회라는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현실에서는 정보에서 해외정보와 국내정보로 확연하게 나누기 어려운 그레이(회색)영역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상당히 중첩되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는 정보들이 존재한다고 본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부담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길지는 않지만 정보기관에서도 근무를 했고 3년 반 가량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제1부속실장으로 근무를 했다. 부속실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매일 새벽 대통령에게 올라오는 정보보고서를 열어보고 그 중에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대통령에게 브리핑 해 드리는 것이다. 매일 오전 6시에 국정원으로부터 대통령 앞으로 밀봉된 친전 정보보고서가 도착한다. 두 권이 들어오는데 한권은 국제, 대북동향이고 한권은 국내정보이다. 해외정보는 70∼ 100페이지이고 국내정보는 50∼60페이지 분량인데 대통령이 그것을 다 읽으실 수 없다. 그 중 80% 이상이 해외동향이고 북한 동향이다. 검증되고 판단된 정보만 올라오는데도 양이 그만큼 된다. 아침마다 그런 보고서를 접하면서 국정원의 노력에 대해서 평가하게 된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전문적인 훈련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 내용들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중요한 근거가 되고 뒷받침이 되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하루라도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고 주변국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또 북한 동향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하는 분들에게는 이번 해킹 의혹 사건 같은 것이 얼마나 자신들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일인지 모른다. 일부 청와대에 안테나를 맞추고 있는 사람들이나 잘못된 커넥션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대다수의 성실한 정보기관 종사자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것이다. 기능적으로 분리하는 문제는 제가 가볍게 언급할 사안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문제의식이나 논의가 없었던 것이 아니란 점이다. 심지어 박근헤 정부에서도 여러차례 다짐을 한 바 있었다. 국정원 파견관을 정부부처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또 법도 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처벌하는 법도 있고 불법적인 도감청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법이 있고 정치적 선언이 있었음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역시 다시 돌아가면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다. 

- 좀 다른 맥락의 문제를 물어보겠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에 대해 논란이 많다. 특히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기 보다는 특정 인물들이 보고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이 계속 제기된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모신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고 있나? 

문꼬리 권력이니, 몇인방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고 공조직의 신뢰가 훼손되는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몰라서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5선의원의 경험을 가지고 계시고 야당의 대표도 하셨고 젊은 시절에는 사실상 페스트 레이디 역할도 하시는 등 다양한 정치이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몰라서 그렇고 누가 눈과 귀를 가려서 그렇다고는 말할 수는 없고 역시 정치스타일의 문제가 아닌가 본다. 가까이 두고 있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고 어느 조직이나 그럴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지나치면 공조직과 정상적인 지휘계통과의 관계 속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권한과 책임의 분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결정을 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데 결정은 딴 곳에서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때 그 정부는 실패한 정부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이 정부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그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절차를 밟아서 누가 결정을 했는지 명확히 드러나야 책임도 분명해진다. 그런 것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잘못하면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되니 더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씀으로 생각된다. 

그렇다. 

- 새정치연합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시기에 문재인 대표를 수행했던 각별한 관계이고 또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던 경력을 보면 박지원 실장과도 돈독한 관계에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새정치연합에서는 두 세력이 갈등하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보고 있나. 한편으로 혁신도 해야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통합도 유지를 해야 하는데 혁신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면 일정한 분열도 감수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통합이 더 중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책임 있는 당직에 있지 않고 사실상 평당원의 위치에 있다. 저는 지난 1988년 젊은 시절에 일찍 정당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제도권 야당이 중요하고 야당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해서 일찍 입당을 했는데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정권교체도 이루었고 김대중, 노무현 10년의 민주정부의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가 경험미숙 등으로 미완의 개혁에 머물었고 실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들이 다시 기회를 주실 것으로 보는데 지금 새정치연합이 유일한 야당은 아니지만 의석수 등을 감안했을 때 책임있는 야당 역할을 더 잘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보시기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내부에 많은 문제가 있고 갈등이 노출이 되면서 단합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걱정을 안기고 불만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단히 안타깝고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김대중 세력, 노무현 세력이 지배주주인 것처럼 비치는 것이 일정부분 현실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본다. 친노, 비노 논쟁에서도 그렇지만 이제 계파정치, 줄서기 정치 이런 것은 좀 그만하자는 이런 정서와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문재인 대표의 당 대표로서의 소명도 거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에 도전하고 자임하고 나섰을 때는  차기 대권에 대한 전략적 목표라는 부분은 훗날로 미루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성공시키는데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이고 그점은 받아들여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친노와 동교동의 갈등을 말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동교동은 더 이상 정치세력도 아니고 계파도 아니다. 동교동을 통해서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정치인이 누가 있나. 누가 보장해 줄 수 있겠나. 결국 호남정치 기반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민주당의 양대 정치기반이 호남과 개혁적 시민 세력이라고 할 때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중요했다. 2012년 대선에서 호남은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간절한 소망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해 주었고 심지어는 노무현 대통령 때 보다도 더 많은 지지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그 이후에 야당이 보인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경제도 후퇴하고 정치도 후퇴하고 남북관계도 후퇴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개혁을 염원했던 특히 광주를 겪었던 호남 대중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그 일차적 책임은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가 져야 한다고 본다. 박지원 전 대표는 당권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그런 저에서 호남정서를 대변하려는 입장에서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문제는 이 두 분의 관계가 아니라 새정치연합에서 정치를 하려는 모든 사람은 정치적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누구도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혁신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혁신위가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당내 모든 세력이 정치적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을 가질 수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희망을 걸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올해가 광복 70년, 분단 70년이다. 남북문제 전문가이신데 지금 남북관게는 최악의 상태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이번 8.15까지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이 정권 말까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어떻게 보고 계시나. 

박근혜 정부의 선택과 판단이 중요하다. 북한은 항상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신호를 보이고 헷갈리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일면 대화 그리고 일면 도발이 교차하고 뒤로는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앞으로는 체면을 세우려 한다. 그것은 그들의 생리이고 생존전략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여러 어려움에도 남북대화를 성공시킨 것은 바로 인내심과 일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은 최근 여러 시그널을 보내 왔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작년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 때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 3인방이 마치 시위하듯이 남한에 와서 대화를 바란다고 하고 갔다. 그렇지만 전단살포 문제 등으로 인해 대화가 재개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어내는 것은 부분, 부분은 우리가 손해 보는 것처럼 비칠지 모르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는 우리가 큰 이익을 보는 것이다. 다행히 8.15 공동행사에 대해 정부가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북한이 바라는 것은 당국간 대화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좀 화가 나더라도 욕을 하면 안되고 인내해야 한다는 저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것만 염두에 둔다면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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