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북아시아에 대해 새롭게 살펴봐야 할 이유가 있다. 동북아시아는 지형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을 일컫는 말이다. 이 세 나라는 한자도 같이 쓰고 유교문화의 전통도 공유한다. 그러나 이 세 나라는 정치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경제적으로 경쟁한다. 수출에 국가 경제 성장이 달려있는 나라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도 역시 마찬가지고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 중국, 일본은 서로 경쟁상대다. 동북아시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은 19세기 중반 서구 열강으로부터 침입을 당했으므로 서로 간에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러나 세계의 역사는 한국, 중국, 일본의 강력한 연대가 글로벌의 중심 축을 바꿀 수 있다는 강한 암시를 보내고 있다.  

동북아시아란 개념이 성립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이후다. 1705년 영국에서 제임스 와트가 증기터빈을 발명한 후 산업혁명에 성공했다. 그 뒤를 이어 독일, 프랑스 등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으며,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인도와 중동,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식민지 지배로 원료를 공급받고 산업혁명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잉여물품을 팔기 위해 식민지 지배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인도를 넘어 북태평양 지역의 중국, 일본, 조선으로 눈을 돌렸다. 서구 열강들이 북태평양으로 진입하면서 동북아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개념이 생겨났다.

1851~1864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다. 태평천국을 이끈 홍수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동생이라고 자칭하고, 농민들을 수탈하던 청나라와 외국 세력에 대항해 수십만으로 늘어난 신도들과 함께 남경을 정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수전의 태평천국은 청나라와 손잡은 서구 열강에 의해 무너졌다. 양쯔 강을 중심으로 팽창했던 태평천국의 후예들은 신해혁명과 모택동의 농민 공산혁명의 뿌리가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흑선이 동경만에 나타나 포격을 가함으로써, 그동안 쇄국정책을 고수하던 도꾸가와 가문의 막부를 타도해야 일본이 새로워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1854년 죠슈번이 중심이 되어 메이지유신이 시작되었다. 메이지 유신의 성공으로 일본은 극동지역에서 아시아 최초로 신흥 공업국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에 승전한 일본은 조선과 만주를 식민지로 삼았고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게 된다. 조선에서는 동학 농민혁명이 일어난다. 봉건정부의 수탈과 일본 침략에 맞서 1894년 전북 고창에서 일어난 동학 농민혁명은 1년 후 1895년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에 의해 패배하고 말았다. 우리 선조들의 꿈은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짓밟혔지만 반봉건 반외세의 신념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욕구로 우리들의 핏줄 속에 남아있다. 

동북아시아란 한국, 중국, 일본을 일컫는 말이고, 그 특징은 반봉건, 반외세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한 정치적 특징은 심지어 일본에서 조차 아직까지 남아 있고, 한국과 중국의 민족주의 정신의 모태가 되었다. 반봉건, 반외세 정서는 동북아시아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에너지가 되기도 했다. 세계의 중심축은 움직이고 있다. 지구적 관점에서 본다면 2500년 전에는 로마가, 400년 전에는 영국이, 200년 전에는 서부 유럽이, 100년 전부터는 미국이 세계 중심축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하고 있다. 이제 세계를 움직이는 축이 언제 변할지 모르지만 아시아로 이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조짐이 있다. 2014년 세계 GDP 50위까지 국가들 중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GDP가 21조 3,097.2억 달러, 유럽지역이 20조 7,451.29억 달러, 북미지역이 20조 5,849억 달러, 남미지역이 3조 8,299.8억, 중동지역이 3조 1,927.1억 달러, 오세아니아 지역이 1조 6,169.3억 달러이다. 아프리카 지역은 50위 안에 드는 국가가 하나도 없다. 아시아지역 중에서도 동북아시아 지역은 2013년 기준 GDP 세계 2위 중국(10조 275.58억 달러), 세계 3위 일본(4조 8,463.27억 달러), 세계 14위 대한민국(1조 3,078.87억 달러) 등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인구도 많고 교육 수준도 높으며 이들은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환경도 공업화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동북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데 세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한반도의 분단과 고조되고 있는 남북의 긴장상태이다. 둘째, 중국과 미일 간의 대립관계이다. 셋째,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새로운 팽창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우선 한반도 분단과 긴장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자, 2차 세계 대전 종식과 함께 찾아온 이념 논쟁과 냉전은 독일, 베트남, 한반도의 분단 상태를 낳았는데 독일과 베트남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되었다. 그러나 한반도만은 아직까지 분단 상태고 북한은 핵무장을 시작했다. 정치외교학에서 이런 말이 있다. “인류는 준비한 무력을 평화적으로 해체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준비한 무력은 언젠가는 사용한다. 이것은 역사의 경험이다. 혹자는 SALT 회담을 제기하며, 무력해체의 경험을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SALT 회담은 군축, 즉 핵무장 축소이지 해체가 아니다. SALT 회담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장 능력을 축소했을 뿐이다. 아직도 양국의 핵무장 능력은 지구를 4번 파괴할 힘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룬다면, 인류는 평화를 위해 새로운 진화를 이루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인류가 새롭게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인류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중국과 미일 간의 갈등이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중국의 팽창주의와 미국의 전통적 전략인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행사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태평양이 심각한 분쟁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중국과 미일 간의 긴장 속에서 확실하게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모호한 입장에 놓일 것이고, 이러한 상황은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줄뿐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일본의 우경화 문제이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을 보면, 일본은 양심과 염치가 없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은 한국의 자존심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군의 남경학살은 조금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아직도 생존자, 즉 증인들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마구잡이로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동북아시아가 보다 발전적인 연대와 협력을 강구하는데 크게 방해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점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을 두고 중국과는 가격경쟁을 해야 하고, 일본과는 기술경쟁을 해야 한다. 매우 힘든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한국 경제는 미래가 없다. 대외의존도(무역의존도)가 100% 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출 부진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더군다나 무역구조상 한일은 비정상적인 구조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3,605억 달러의 흑자를 보았고, 일본과의 교역에서는 1945년부터 2013년까지 약 4,609억 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한국과 중국은 앞으로 무역 역조를 줄이려고 온갖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세계 시장을 두고 한일은 앞으로 어떤 해답을 찾아야 할까! 경제 부문에 있어서 한중일은 결코 동반자가 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갈등구조다. 한국, 중국. 일본은 이 난관을 넘어갈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동북아 3국은 역사를 성찰함으로써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당장은 한일의 경쟁에서 한국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경제 단체들은 그러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과연 창조경제가 이러한 위기를 대비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의 성공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의 수출력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100년 대계가 아니라 5년 후의 계획이라도 제대로 세웠으면 좋겠다.

박영식 약력 

■ 1948년 대구 출생
■ 유성환 전 의원 보좌관
■ 통일국시론 원고 작성으로 구속
■ 박찬종 전 의원 정책실장
■ 신정당 정책실장
■ 영국 NEXT SOCIETY 연구소 동북아시아 담당 연구원
■ 현 폴리뉴스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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