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은 입법 참사다-

6.지금도 '처리'라는 단어에 대한 견해차—강제성이 있다 vs 없다—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해서 별거 아닌 법이 아닙니다. 새민연 다수파의 해석대로 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인 대통령이 시행령을 안 고치고 버티면 탄핵도 가능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치떨리는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도 '선거중립의무'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해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현행 국회법의 '통보'와 개정 국회법의 '요청'(요구) 및 '처리'라는 말의 의미를 놓고, 또 상임위의 권능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대립갈등이 벌어질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혹시 국립국어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법원이나 헌재로 달려갈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7. 국회가 행정부의 제반 행위(예산, 행위, 시행령 등)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헌법상의 요구이자 의무가 맞습니다. 현행 국회법에 의해서 그런대로 되어왔다지만, 더 넓어지고, 치밀해지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국정노하우와 국정에 대한 책임성,반응성은 무조건적으로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별도의 법안(시스템)과 기구(인력, 예산)가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양극화가 문제라고 해서 규제나 세금을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되듯이,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이 크다고 해서 제동 장치를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됩니다.   

8. 사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이 부지기수'라는 검증되지 않는 예단을 깔고 있습니다. 이를 굳혀준 계기는 세월호 시행령 파동입니다. 이 외에도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 예들이 수십 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논법으로 국회가 관료와 이익집단의 장난질이 난무하는 시행령을 좀 더 치밀하게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당연히 관료와 이익집단의 장난질이 스며있는 시행령이 있다면 고쳐야 합니다. 현행 국회법으로, 아니 헌법75조에 근거하여 불러다 조지고, 수정변경을 요구해야 합니다. 말 안들으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고치면 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세월호 시행령 문제도,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는 무수히 많은 시행령들도 거의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무덤 주변에 많다는 유령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야 이 사안에 관한 한 야당의 의견에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만, 관료들과 여당은 법률의 취지에 결코 반한 것이 아니며, 법률의 정당한 위임 범위 안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합니다. 다 옳은 얘기도 아니고, 다 틀린 얘기도 아닙니다. 세월호 시행령부터가 그렇지 않나요? 귀신이 있다면 퇴치해야 하고, 종북좌익이 있다면 발호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귀신과 친북좌익이 엄청 설쳐대고, 그 때문에 대한민국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존재라는 엄청난 편견, 과장에 근거하여 이상한 귀신퇴치법과 국가보안법을 만들 수는 없는 법입니다. 너와 나,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관료와 국회의 현실인식과 해법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민주주의가 성립하는 것이 아닌가요?   

9. 분명한 것은 헌법75조가 있는 한, 여야가 한 목소리로, 적어도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가 '그 시행령은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고 하면 행정부가 국회 말을 안들을래야 안들을 수가 없습니다. 선거법 처럼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 법률안에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견이 합치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이 난제를 아주 나쁜 방식으로 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다수결과 책임정치에 반하는) 국회선진화법을 지렛대로 삼아 다른 법안, 예산 등을 볼모로 하여 자신의 가치, 판단과 이해관계를 관철, 강요하는 방식을 수만 수십만개의 시행령 항목에까지 확대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 시행령에는 입법을 주도하는 관료와 이익집단의 꼼수, 이해관계, 편의주의 등도 당연히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현장을 잘 알고, 실제 실행하는 사람이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시행령의 그 어떤 조항도 법률의 취지/내용으로 걸면 걸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시행령에는 현장(실물)과 실행 관련된 지식과 책임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책임은 몽땅 정부가 지는데, 상임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현행 국회법은 정부와 국회의 논쟁과 밀땅(정치)도 있고, 법원이 개입할 여지라도 있는데, 개정 국회법은 이 여지가 없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