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은 입법 참사다-

11.냉정하게 보면 관료들은 시행령 때문에 이익집단의 자잘한 로비를 집중적으로 받고, 전관예우도 받지만, 국회라는 호랑이에 의해 견제, 감시라도 받습니다. 솔직히 국회가 유능만 하면 관료와 이익집단의 장난질은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권력이 국가에, 대통령과 국회에, (중앙, 지방)관료에, 상층, 중앙에 엄청나게 집중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단원제 국회는 법안에 관한 한 원래 최고 존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정부 청부 입법이긴 하지만 국회가 만든 법안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데,개정 국회법은 시행령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최고 존엄 노릇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 국회는 영국, 독일 등과 달리 구조적으로 책임성,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의원을 땅개로 만드는 선거제도로 인해 국가적 국민적 현안에 대해 무지, 무관심도 필연입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인 두 ‘새’당은 선거로 심판도 안됩니다. 이견 조정 못하고, 다수결도 제대로 못해서 국회 육탄전도 벌이고,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만장일치 법에 의해서 겨우 돌아가는 수준입니다.  

이들이 밀실 거래, 담합을 다반사로 하는 상임위에서 견제받지 않고 수많은 시행령까지 다 좌지우지 하려 들면?? 나라가 개판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와 국민들의 법제개정 운동이라는 견제 장치도 있지만,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12. 가진 권능에 비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국회와 두 ‘새’당도 그렇습니다. 아니 더 치명적입니다. 대통령은 그래도 ‘엄청난 지탄’이라는 책임도 지고, 임기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양당 독과점 체제가 구조화된 상황에서는 두 ‘새’당은 책임도 안집니다. 사람은 바뀌고, 당 간판은 바뀌어도 양당 독점 틀은 그대로입니다. 울며겨자먹기로 두 놈 중 좀 덜 나빠 뵈는 놈을 찍게 만들어 놨습니다.   

두 '새'당은 박대통령처럼 선거와 선동은 귀재/수재지만 경세는 둔재/문외한인 차기, 차차기 리더십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과 제1당의 독재, 전횡 방지라는 명분 하에) 그나마 없는 능력 조차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상임위원장 나눠먹기, 국회선진화법 등 여러가지 장치를 수두룩 만들어 놨습니다. 일종의 정치적 교착상태를 만든 것입니다.   

최악의 상사는 멍청하고 게으런 상사가 아니라,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입니다. 권력이든 부든 그것을 잘 운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해야 합니다. 권력이나 자리에 합당한 지식, 지혜와 덕성이 생기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는 이런 개념이 없습니다.  

13. 평소 균형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어 왔던 일부 지인들의 '국회법'에 대한 태도를 보고도 좀 놀랐습니다. 실망했습니다. 

권한과 책임의 균형, 권력과 능력(지식, 지혜, 덕성)의 조응 개념이 너무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문제와 수단의 합치 개념도 마찬가집니다. 대통령과 관료의 힘은 세고,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는 힘이 없어서 문제라는 초딩적, 사기적 시각 때문입니다.  

가장 실망을 준 시각은 자칭 정치평론가/전문가/기자라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국가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의 사적 탐욕(권력욕)과 김무성,유승민의 대권욕(차별화시도)과 야당의 탐욕(권력욕)의 문제 보는 시각이었습니다. 사실 2007년 초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시도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국가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의 정국 주도권 장악 술수 정도로 봤습니다.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정치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정치를 각종 술수가 난무하는 권력 게임으로만 볼 뿐, "대한민국이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라는 정치의 근본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14. 국회선진화법을 든든한 빽으로 삼고, 국회 및 야당 권력 강화=대통령과 정부 권력의 약화의 관점이 아니라, 국회나 행정부가 할 일과 안할 일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각각의 권한(권리)과 책임(의무)을 합리적으로 할당(설계)한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합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의회의 큰 권능을 얘기 하면 안됩니다. 그런식이면 당장 국회선진화법과 정당(운영비)에 대한 국고보조의 근거부터 찾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정신, 방법, 토양, 작동 조건을 보지 않고 선진국의 일부 가치, 제도만 수입했다가 잃어버린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문제는 우리 현실을 딛고 우리의 지혜와 양심으로 풀어야 합니다.자전거 프레임에 비싼 자동차 바퀴 끼우면, 그만큼 성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안좋아집니다. 

국회의 지위와 역할은 강화되어 하고, 그럴려면 법률, 예산, 감사 품질은 더 높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책임질 일, 잘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는 것을 분별하는 것과 생산적 경쟁이 가능한 정치정당체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15. 저는 다른 나라는 몰라도 창의와 열정이 뛰어난 인간을 5천만명이나 보유한 대한민국은 국회와 정당이 유능하기만 하면, 한국 사회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지자체장도, 수많은 고위 공직자도 다 정당이 키우고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자식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 수많은 문제를 푸는 그야말로 킹핀 중의 킹핀은 국회와 정당을 생산적 경쟁이 가능한 구조, 국가적, 국민적 현안을 치열하게 고민을 하도록 강제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권능(행정부에 대한 민주적 지휘, 통제 권능 포함), 예산(정치자금 포함), 인력, 존경이 따라 오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구조에서, 개정 국회법식 권능 확대는 '멍부' 패악질을 초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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