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영화 ‘침묵의 시선’의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노란색 리본을 달고 기자들 앞에 섰다.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죠슈아 오펜하이머는 노란색 리본의 의미를 아는 듯 했다. 죠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세월호 사건을 자연스럽게 언급했다. 죠슈마 오펜하이머 감독은 우리나라 민간인 희생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죠슈아 오펜하이머 감독 방한은 오는 9월 3일 영화 ‘침묵의 시선’ 개봉에 맞춰 성사됐다. 영화 ‘침묵의 시선’은 지난 2014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2015년 ‘캘러기언더그라운드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 등 지금까지 상을 휩쓸고 있다. 

영화 ‘침묵의 시선’은 1965년 벌어진 인도네시아의 대학살 피해자가 가해자 또는 가해자의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나라 역시 ‘제주 4.3학살’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참담한 민간인 학살을 경험했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이 영화 ‘침묵의 시선’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대한민국이 영화 ‘침묵의 시선’를 통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일문일답. 

-영화 ‘침묵의 시선’ 개봉차 한국에 방문한 소감은.
▲영화 ‘침묵의 시선’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서울에 와서 영화 ‘침묵의 시선’을 선보여서 영광이다. 영화 ‘침묵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고 우리가 곧 우리의 과거임을 알리고 싶었다. 언젠가 과거가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고, 지금의 과거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 것이다. 최근 한국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 이때 영화 침묵의 시선’을 상영해서 영광이다. 

-영화 ‘침묵의 시선’은 피해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전작 ‘액트 오브 킬링’과 이번에 개봉하는 ‘침묵의 시선’ 모두 공통점이 있다. 잘못한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 ‘침묵의 시선’은 50년 동안 공포에 떨면서 살았던 사람에게 (사회의 침묵이) 어떤 영향 끼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피해자 람리의 동생인 아디는 가해자들을 찾아다닌다. 아디는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아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영화 ‘침묵의 시선’에서 그들이(가해자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공포와 죄책감이 깊은지 알 수 있다.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침묵의 시선’의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시선’을 표현한 것 같다.
▲아디는 안경을 만드는 사람으로, 가해자의 시력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도덕적으로’ 깨닫게 하려고 했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도덕적 의미를 왜곡시켰다. 아디가 가해자의 시력을 확인하는 행위는, 자의에 의해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에게 잘 볼 수 있게 해주려는 행위와 같다. 영화 ‘침묵의 시선’에서 “과거는 과거다. 묻어라”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피해자는 두려워서 가해자는 협박의 의미로 그런 말을 한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가 아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이며, 누군가 들여다보고 처치해야 한다. 그래서 역사를 봐야 한다. 

-아디의 딸이 등장한다. 아디의 딸이 밝게 웃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센티멘털(sentimental, 정서적인)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사이좋게 웃으면서 살 수 있다” “순진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아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아디의 딸은 아디에게 매우 중요하다. 아디의 인생은 공포와 침묵 때문에 파괴됐다. 그러나 아디의 딸 인생은 ‘공포로 파괴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만약 아디가 하는 일이 잘되지 않는다면 어떤 피해가 따르고 고통스러울지 전하고 싶었다. 

-한국도 인도네시아처럼 민간인 학살이 많았다. 한국도 인도네시아처럼 공산주의가 학살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됐다. 
▲한국 관객들이 영화 ‘침묵의 시선’을 보고, 한국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이야기를 믿지 않고 의심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영화 ‘침묵의 시선’ 속 가해자처럼 우리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우리도 그런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끔찍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가해자와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누군가 이런 일(대학살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얘기하면 ‘의구심을 가지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슴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아직 한국은 세월호에 대해서 해답이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침목에 익숙하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 

-영화 ‘침묵의 시선’에 못 담은 이야기가 있다던데.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이 인도네시아 학살에 영향을 미쳤다. 이 사실을 영화 속에 넣는다면 초점이 흐려졌을 것이다. 아디와 아디 가족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생존자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관한 초점 말이다. 생존자와 역사,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90분이란 시간에 방대한 양을 줄였다. 빈틈이 많겠지만 충분히 경험하길 바란다.

-영화 ‘침묵의 시선’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직까지 (가해자이면서) 권력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사람(대학살에 가담한 사람)과 살아야 하는 생존자의 기분을 보여주고 싶다. 아디가 가해자가 만나면서 느끼는 긴장감을 여러분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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