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올해 여름 스크린은 영화 ‘암살’과 ‘베테랑’이 정복했다. 올여름 개봉한 영화 중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는 ‘뷰티 인사이드’나 ‘미쓰와이프’ 정도였다. 그나마 ‘미쓰와이프’ 역시 갑질에 대응하는 을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묘사했다. 정말 순수한 사랑을 다룬 영화는 ‘뷰티 인사이드’다. 

영화 ‘오피스’는 갑질하는 직장인 문화를, ‘치외법권’은 악의 무리를 철저히 소탕하는 내용을 다룬다. 해외 영화 중 개봉을 앞둔 영화 ‘히트맨: 에이전트 47’과 ‘황비홍: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는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을 담았다. 대한민국은 ‘때려 부수고 응징하는’ 이야기에 푹 빠졌다. 앞서 개봉한 외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도 600만 명을 모았다. 

‘소재의 다양성’을 떠나 올해 스크린 주제는 ‘권선징악’으로 귀결됐다. 잘못한 악당은 끝까지 찾아내 처벌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아무래도 현실에 대한 불만이 이렇게 터져나온 것 같다. 

보통 영화 제작 기간은 1~3년 사이다. 애초에 영화 구성 단계부터 ‘권선징악’ 코드를 심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권선징악’이 통하리라 계산했다고도 볼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베테랑’ 천만 돌파에 대해 “특히 최근 몇 년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들을 연상시킬 수 있는 대목에서 저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많은 취재를 통해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게 만든 것도 (영화 ‘베테랑’ 천만 돌파)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 기획 단계부터 ‘악의 무리’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고려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영화는 세상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을 찬양하는 영화가 쏟아졌고, 4.19 혁명이 끝난 후 창의적인 영화 ‘오발탄’ ‘하녀’ 등이 선을 보였다. 1980년대는 스포츠 액션 관련 영화가 쏟아졌다.  

영화 ‘암살’은 일제 잔재를 해결하지 못한 분노를 저격했다. 친일파를 처단하지 못한 것이 영화 ‘암살’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영화 ‘베테랑’ 역시 재벌의 만행을 꺾어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진했던 한국 영화가 다시 관객의 마음을 되찾은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흥행한 한국 영화의 내용이 씁쓸하다.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만 봐야 되는 현실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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