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 취업 중요하지만 삶의 목표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이 먼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사진=이은재 기자></div>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 지난 8월 31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혁신교육이 자리 잡아 가는 것을 성과로 꼽은 반면 교육부의 지나친 통제나 교육재정의 악화를 한계로 들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진로문제인데 이것은 대학진학이나 취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이냐는 본질적 문제와도 관련이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와 학부모, 교장 교감들의 교욱공동체 내부에서는 소통의 강화를 통해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 질실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학업이 뒤쳐진 학생들이나 학교 밖의 학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밝혔다.   

 

- 교육감께서는 당선되신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로 혁신교육을 정착시키는 것이라 꼽으셨다. 이제 1년이 경과되었는데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보시나?

민선 교육감 시대에는 주민들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한다. 경기도민들이 저를 뽑아주신 것은 김상곤 교육감이 하고자 했던 교육정책의 내용들을 잘 이어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네 가지를 역점을 두고 이어가려 했다. 첫째는 혁신학교이고 둘째는 학생인권조례 그리고 세 번째는 민주시민교육 그리고 네 번째가 무상급식이다. 이런 정책적인 내용들을 잘 계승하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라고 판단했고 이 부분들을 잘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 가운데 가중 중요한 것은 역시 혁신학교였다. 제가 취임해서 보니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연계교육의 문제였다. 학부모님들이 초등학교 혁신교육을 받은 자녀가 중학교에서도이어지고 또 중학교에서 혁신교육을 받은 학생이 고등학교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연계교육을 가능하도록 하는 통로로 혁신공감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혁신공감학교는 우리 학교도 혁신교육을 하자는 공감대가 70% 이상 이뤄지면 교육청에 신청을 하도록 하고 그것이 잘 운영이 되면 혁신학교로 지정을 해준다. 그런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경기도내에서 1,723개교가 혁신공감학교를 지원해 주었다. 이것이 전체 비율로 보면 89.5%이다. 그래서 경기도 교육에 참으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혁신학교와 혁신공감학교 이 두 축으로 혁신교육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 취임 이후에 9시 등교제, 상벌점제 폐지 등 논란과 쟁점이 되었던 정책들을 추진하셨고 이를 정착시켰다. 지난 1년,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 교육을 맡아 오시면서 거둔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 역점 추진방향에 대해 말씀해 달라.

모든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중심의 교육과 현장 중심의 교육, 두 가지였다. 현장은 교사와 학생이 마주하는 교실을 의미한다.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9시 등교 그리고 상벌점제 폐지 등이었다. 한마디로 근본적으로 학교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이면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직접 수업을 해달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장, 교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큰 스승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성과는 일정 정도 학생중심의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한계를 말한다면 역시 제도적인 부분인데 '교육자치'라고 하지만 아직도 교육부의 지나친 통제와 지침 등으로 인해 자치에 제약을 받는 문제를 들 수 있고 무엇보다도 교육재정의 한계가 심각하다. 앞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역시 혁신학교를 성공적으로 잘 정착을 시켜서 경기도 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 학교 밖의 교육, 이를 흔히 마을교육이라 하는데 마을교육을 통해서 학교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충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양자가 유기적으로 잘 결합이 되면 우리 교육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최근 '꿈의 학교'를 시범운영 하고 계신데 어떤 내용을 담는 것이고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가. 

꿈의 학교는 금년에는 시범적으로 해서 51개 학교에서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주로 학교의 교과 내용에 다루지 않는 것들로 운영이 된다. 뮤지컬 학교, 예술 기획 학교, 의회 학교라고 해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운영되나'를 공부하는 학교이다. 또 힐링 학교, 승마 학교 등 여러 분야가 있다. 승마학교 경우는 80명 모집이었는데 신청자가 1,200명이 몰렸다.

- 그러면 꿈의 학교는 개별 단위학교를 넘어서 학생들을 모집해서 운영하는 방식인가.

그렇다. 지역 내에 있는 여러 학교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을 하고 그리고 그 마을에 있는 교육자원들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을 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 그리고 법인이 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사진학교의 경우는 사진가 협회에서 운영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학교가 만들어질 것이다. 꿈의 학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기획을 하고 진행하고 교육과정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잘 할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도 있다. 또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다시 학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학교를 의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 지난 8월 11일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교육연정'을 하시겠다는 발표를 했다. 첫 사업으로 중고등 학생들 교복 값을 낮춰서 양질의 교복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 사업의 의미와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말씀해 달라.

학생들이 상급학교에 가게 되면 교복에 대해 설레는 마음이고 기대도 크다. 그런데 교복 값이 비싸고 교복도 일종의 패션인데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경기도 의회의 김영환 의원이 제안을 해서 교복을 공동구매하고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운동을 벌이자고 해서 경기도 섬유업체들과 의논을 해서 시행을 하게 되었다. 학교마다 특색 있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개발해서 경기도 섬유업체가 제공하는 질 좋은 원단으로 제작을 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로 원가에서 30% 정도의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경기도가 섬유분야에서는 앞서 간다고 하니 그런 점에서 업계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 경기도와 교육청이 함께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선택이 중요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는 행정 자치와 교육자치로 나눠있지만 이런 사안에 대해 호혜적으로 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데 경기도 남경필 지사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하시니 좋은 관계로 발전될 것으로 믿는다.

- 과거 김문수 지사 시절에는 김상곤 교육감과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서로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 지금은 연정을 하신다고 하니 바람직스러운 것 같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무상급식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바라보니까 문제가 되었던 것인데 사실 무상급식은 교육적으로 바라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안이다. 김문수 지사 때 지원을 하지 않던 무상급식에 대한 지원도 남경필 지사께서 다시 해 주시고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관계로 나가고 있다.

- 취임 이후 지난 해 학생 1,000여명과 토론회를 가지셨고 올해는 교육관계자 500여명과 원탁토론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대규모 토론을 갖는 취지는 무엇이고 이런 토론의 장에서 나온 의견들이 실제 교육에 반영이 되고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작년에 처음 취임한 이후 학생 중심, 현장 중심으로 가지고 했는데 그러면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감대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31개 시군의 초, 중, 고에서 선발해서 1,000여명 학생과 자리를 가졌고 금년에는 교사와 학부모와 교장, 교감 그리고 전문직을 초청을 해서 학생 이외에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를 들었다. 작년에 학생들의 경우 압도적으로 자신들의 진로와 관련된 고민이 가장 큰 문제로 공통적으로 제기되었다. 진로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대학을 가야하느냐, 어떤 직업을 갖느냐는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옳으냐는 비교적 철학적인 문제까지 포함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진로지원과를 만들고 학생들을 위한 진로교육 강화방안도 마련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사회를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세계시민교육도 실시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금년에 실시한 교육가족들 회의에서 나온 가장 큰 합의는 소통이었다. 학교와 학부모 간의 소통, 교사와 교장간의 소통, 교육청이나 교육감과 학교 현장과의 소통 이런 소통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했다. 이런 소통을 통해 공동의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했다는 것이었고 그 점은 저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 교육감께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문제인 사회 양극회 문제에 대해 교육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셨다. 어떤 의미이고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이명박 정부에서 특히 심해졌다고 본다. 자사고, 특목고 등을 강화하면서 학교와 학교 간의 격차가 심해지게 되었다. 이렇게 학교간의 격차가 심해지면 다시 지역과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해지는 현상을 불러왔다. 신도시와 농어촌의 격차가 심해지게 되고 이것이 학생들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 내적인 문제가 우리 사회 양극화의 중요한 한 요인이라 보고, 두 번째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분단문제가 학교 교육의 내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양극화와 대비될 수 있는 개념이 다양화일 것인데 이런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과 내용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학교를 계층화, 서열화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교를 만들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되면서 학생들의 선택의 폭도 좁아져 있다. 극복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과거에는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부모의 격차가 교육을 통해 더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교육이 개천에서 용 나게 만드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고시제도 등을 통해 국가에 등용문을 오르면 옛날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는 것처럼 신분이 일거에 상승하고 팔자를 고치는 그런 사회적 불균형이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앞으로 교육은 어느 직업을 갖고 뭘 하느냐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기보다는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느냐,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느냐가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는 것은 수단일 것인데 목표는 없어지고 수단만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은 가난한 집 학생들이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사회가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억지로 만들어가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조건에서 교육을 정상화 시킨다고 하는 것은 역시 수단보다는 삶의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것이 혁신교육이 하고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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