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서예진 기자]▲오늘(8월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북한으로서는 애초에 유감표명이 최선인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와 재발방지 가이드라인을 긋는 바람에 상당히 길어졌다는 후문이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께서는 이 협상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 남북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번 협상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또 이번 계기를 통해 남북관계에 긍정적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그동안 이런 사태에 대해 양 당사자 간 논쟁을 해왔고, 우리 정부는 사실인정, 사과, 재발방지약속 이렇게 세 개의 프로세스를 요구했다. 또한 북한은 한 번도 이런 잘못들을 인정한 적이 없고 추상적인 유감표명만 두세 번 정도 해왔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일어나자 박근혜 대통령은 명백한 사실인정, 사과, 재발방지약속을 하지 않으면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4일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우리 정부는 북한에서 유감표명을 하는 것으로 양보를 했고, 또 북한에서 유감표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두 당국자 간 타결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합의문을 들여다보면 나중에 재발방지에 대한, 서로를 얽어매는 문구가 들어있다. ‘더 악화된 상황이 발생하면 확성기 방송을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있는데, 이는 재발방지에 대한 서로의 약속이 있었다는 하나의 일보전진이라고 본다. 다만 북한은 지뢰·포격 도발 사건에 대한 사실인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협상이 끝나고 브리핑을 하면서 북한이 사실인정을 하고,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것을 북측에서 용인했을 리 없고, 혹시라도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 우려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실을 인정했다’고 발언한 것과 북한에서 올해 창군 70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띄우고 체제선전을 위해 이번 일을 성과로 자평하며 과잉선전을 한 것을 남북이 1대 1로 주고받으면 서로 협상당사자로서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 그러나 저는 이번에 마라톤협상의 결과 중 천안함 사건 때문에 발생한, 동토(冬土)의 남북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북에서도 추상적인 유감표명을 하고, 우리 정부가 그걸 받아들이면서 5.24조치 해제의 실마리가 마련된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든다. 오랜만에 정말 단비 같은 사건이었다. 지난 8월22일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포함한 2+2 회담 당시 문구조정을 할 때에도, 저희는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남북 당국자 회담을 성사시키라고만 했지 감히 고위당국자라는 문구를 쓰지는 못했다. 정치권에서 있지도 않을 일들을 괜히 예단하고, 앞서나감으로써 이 상황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고, 이 7년간 남북관계의 빙하시대로 인해 서로 멀어진 상태였다고 보고 있어서 고위당국자 회담을 하라고 요청도 못했던 것이다. 사실 여당도 그때는 고위급 접촉 여부를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여야가 성명 발표하고 난 후 1시간쯤 후에, 북한이 고위당국자 회담을 제의하고 우리가 수락하는 방식으로 접촉이 이뤄졌는데, 사실상 남북 관계에서의 2인자들의 회담 아닌가. 그렇게까지 했다는 것은 저희들에게는 획기적인 기대를 주는 것이었고, 6년여 이상의 긴 동토(冬土)의 기간을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번과정에서 남한의 여야가 일치된 목소리를 낸 것이 북한에서도 여러 생각을 갖게 하고 협상을 먼저 제안하게 됐다는 평도 있다.

-사실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북한이 포격 도발을 할 때 원점조정에서 먼 곳에 쏘거나 첫발을 쏘고 20분 후에 쏜 정황으로 봤을 때 적극적 도발은 아니었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창군 70년 앞두고 김정은체제의 위기관리를 하는 차원에서 포격 사태가 확성기 방송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뤄진 것이고, 북한도 이번 포격 도발을 상당히 꺼리고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남한의 여야 지도부 2대 2의 성명으로 인해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고 비약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에서 그 제안을 해왔을 때 우리 정부에서 그걸 수락하는 데에는 정치권의 강력한 대화촉구가 그래도 명분을 주지 않았을까 자평한다.

▲남북관계 걸림돌 중 가장 큰 것이 북핵이지 않나. 그런데 보수 측에서는  ‘이제 북핵 문제는 차치하고 남북이 정치적·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을 통해 통일의 기운을 성숙시키는 것이 먼저이며, 이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왜냐하면 한국의 선진화가 벽 앞에서 정체돼 있는 상황이며, 이를 뛰어넘으려면 남북 경제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표도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한 바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가.

-같은 생각이다. 한반도 분단에서 북핵을 자꾸 강조해 갈등과 분쟁으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지 않다. 남북이 평화공동체로서 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보완해 나간 후에 핵 문제를 다음 어젠다로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북한이 핵을 3~4개정도 가지고 있다는 논쟁이 벌어졌을 때 미국과 일본은 북핵이 있다고 주장하고, 중국마저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미국은 북핵을 계속 강조하면서 북한을 공격할 명분이 생기고, 일본도 북핵을 핑계로 재무장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근거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유지를 위한 6자회담의 움직임을 보일 때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하고, 한반도 내에서는 비핵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당장 북핵 유무에 대한 논쟁을 먼저 하기보다는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사실상 북핵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관계로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메르스로 인해 떨어져서 30%대에서 정체되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40%으로 치고 올라가 임기 반환점에 국정장악력 커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께서는 박 대통령 집권 전반기 국정에 대해 ‘F학점이나 다름없다’고 발언하거나 ‘국민불신시대를 만들었다’고 혹평하셨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어떻게 보시나.

-임기반환점 마지막 날, 축포라고 할까, 지금까지 7년간 얼어붙은 관계를 어떤 계기로든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정부로서는 잘한 일이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또 이런 중요한 날 그런 성과를 낸 것도 지지도 상승에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남북의 긴장완화를 통해 국민에게 편안함을 주고 침체에 빠져있는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이런 성과를 박근혜정부가 가져가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근혜정부가 2년 반 동안 해왔던 것들을 보면 정말 참혹하다. 공약이 거의 백지화 됐다고 보면 된다. 지난 대선 당시 우리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뺏겼다고 혹평을 받았지만 이 역시 이 정부에서는 ‘빌 공(空)’의 ‘공약’이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국정운영에 혹독한 점수를 줬지만, 이렇게 좋은 성과를 가져올 경우 언제라도 좋은 점수를 줄 자세가 되어야 한다. 이에 대응해 우리도 더 잘해야 하고, 정부여당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잘해야 우리끼리 경쟁을 통해 이 사회가 좋아진다. 정부가 못하면 못할수록 야당이 꾸중만 하고 지적만 함으로써 정치가 다 같이 망해가는 것은 우리 새정치연합도 바라지 않는다.

▲대표께서도 박근혜정부 성공을 절절히 바라고 있다, 이렇게 봐도 되나.

-그렇다. 박근혜정부가 잘해서 서로 경쟁하고 더 좋은 대안을 만들어냄으로써 국민에게 관심을 받고, 좋은 결과를 국민에게 드림으로써 정치가 선의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 원내대표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시즌2를 이야기 했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놓자,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박 대통령이 공약을 안 지키는 바람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 구조를 바꿀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재벌 기업 중에서 상호출자제한집단이 약 43개 정도 되는데, 절반 정도가 산업은행이나 반 공영화된 우리 은행 이런 데에 채권초과 법인 상태에 놓여있는, 아주 위기 상황이다. 국가부채가 많고 가계부채가 지금 1100조원이라는 것은 바로 우리 경제가 망하는 것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데 기업부채는 기업이 무너져 버리면 나라 경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도 2~5개 상호출자제한집단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비교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고, 5개 재벌이 우리나라의 GDP의 60%를, 재벌 내에서도 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몇 개 재벌이 경제문제를 좌우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벌개혁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썩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경제가 다 침체되고 죽어 가는데 재벌마저도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냐는 비난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롯데사태를 보고 ‘아 정말 지나치다’, ‘정말 심각한줄 몰랐다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에서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벌 문제를 검토하려는데 여론이 굉장히 좋다. 한마디로 경제민주화 시즌2는 재벌개혁 시즌2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재벌과 거래를 하면, 재벌이 아닌 쪽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어떤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아무런 주체가 아니지만, 재벌은 초과이익으로 두세 배 이상 수익을 낸다. 중소기업은 재벌이 하라는 대로 해야하는, 주체가 상실된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재벌은 이를 통해서 초과이익과 이윤을 창출해 낸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이런 것을 개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 말고는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조정주체인 조정적시장경제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너무 많은 역할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저는 정부가 공기업이나 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양 주체가 있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정부는 재벌이 잘 나갈 수 있도록 시장만 조성하면 되고, 정부정책 차원에서 실시하는 R&D는 중소기업을 위주로 움직여야 한다. 또,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교육열로 인해 성장했는데, 재벌은 이 인적자원을 다 가져가 쓴 것 아닌가. 아주 유능한 사람을 빼서 쓰고 이후는 책임지지 않고 버리는, 주고받는 경제를 실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삼성은 직원의 평균 근속년수가 10년 이하다. 삼성에 고용되는 그 인적자원은 어떤 사람들인가 최고들 아닌가. 최고 부모 밑에서 최고 교육조건 하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삼성에서 썼으면 거기서 창의적인 생각, 필드에 대한 수련, 이런 것을 다 배웠을 것 아닌가. 거기서 배운 것들을 실제로 그 사람이 회사를 그만둔 후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업의 공공적 책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은 이런 우수한 인력을 얼마 안 쓰고 버리는 것이다. 이걸 못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중소기업이 이런 인력풀을 쓸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요새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장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중소기업 취직해도 장가를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정부가 시장을 깨지 않으면서도 조정적 시장경제를 통해서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다. 이를 새정치연합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입법과 제도를 통해서 만드는 것이다. 입법과 제도가 비현실적이라 비난을 받지만, 말씀드린 중소기업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하고, 기반을 갖추는 것은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많은 유럽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정치·경제구조는 우리와 다르다. 그런 점에 대해서 우리가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하고 제도 하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제, 체질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 개선을 생각해봐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현행 선거구제는 위헌이므로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2대 1 이하로 바뀌어야 한다’고 판정이 내려져서,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일단 국회의원 정수는 여야 간사의 합의로 300명을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 부분에서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어떻게 수를 정할 것이냐가 문제가 아닐까.

-현재 지역구 수에 대한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 선거구획정위에서 정하도록 하고, 정개특위에서는 지역을 통합하는 원칙, 헌재에서 인구편차를 2대 1 이하로 하라는 원칙 등 몇 가지 원칙을 정해서 넘겨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여야 모두 국회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어 이 부분에 손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지역구 246명, 비례 54명을 토대로 해서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2대 1 구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역구를 너무 많이 줄여버리면 후폭풍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관위에서 제시한 연동형(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새정치연합은 이를 당론으로 정했고 제 정치적인 소신이다. 제가 보기에는 새누리당도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며, 사표가 천만이 넘는 ‘참정권 0.5 시대’에서 그나마 좋은 제도마저 없애버린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도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또, 저는 54석의 비례대표를 연동형(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제도를 통해 참정권을 0.5에서 1.0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국회 자문위에서 제시한 병립형(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보다는 연동형(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표의 등가성을 위해 더 낫다는 뜻인가.

-일본과 독일을 비교해보자. 독일이 일본보다 훨씬 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비해 일본은 좋은 인적자원에도 불구하고 침체에 빠져있다. 이는 정치도 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병립형(일본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간다면 일본의 침체를 따라가는 것이며 최악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개특위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논의가 활발했지만 소선거구제 하에서 선거구 수가 조정되는 정도로는 기득권 내려놓기도 아니며 양당 기득권 체제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1·2번도 엄청난 기득권이지 않나. 야당에서 혁신적으로 기호순번제 폐지를 제안할 용의는 없는지.

-일단 숫자로 매겨진 기호는 예전에 문맹이 많던 시대에 적용한 제도라고 본다. 이제는 국민을 믿어야 한다. 또 기호는 어느 당의 표시를 하는 기능은 있지만, 그로 인해서 당의 서열화·상징조작 등 나쁜 선례를 남기고 있어서 이제 기호제는 선거제도에서 척결되어야 한다. 윤번제가 아니라 아예 기호순번제를 폐지해, 기호가 없이 정당과 사람 이름으로 후보를 표시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고 평등원칙에도 맞고 국민을 믿는 길이며 좀 더 정치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야당 원내대표로서 여당에 기호순번제 폐지를 제안할 생각은 없나. 만약 제안한다면 국민의 반향이 클 것 같다.

-기호순번제 폐지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은 없지만 숙고해보겠다. 우리나라 정치의 양당구조 하에서 새정치연합 더러 ‘지역주의에 편승한 2등 전략을 구사하는 정치 자영업자의 모임’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에이 그런 건 없어’라고 부인할 것이 아니라 이런 비판이 왜 나왔는가 심사숙고하고, 우리가 기득권을 누리고 있었다면 그 기득권을 버려서 우리 스스로가 더 나은 시대를 열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100일간 공무원연금법 타결, 국회법개정안 등 여러 합의를 이끌어내서 모 일간지에선 이종걸이 걸면 걸린다는, 한다면 해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오랜 경륜 속에서 포인트를 잘 잡아서 될 법안과 그것의 본질이 뭔지 잘 보신 거 같은데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가.

-저한테는 과분한 평가인 것 같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이해를 하고 파트너십이 좋을 때 이런 합의가 이뤄졌던 것 같다. 지난번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는 대화과정에서 공유된 제도에 대한 이상과 이상 실현을 위한 노력이 같이 어우러졌었는데, 그것이 슈퍼대통령제에 의해 벽에 부딪힌 것에 대한 유감을 가지고 있다.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조건이라 하더라도 리드하면서 난상 끝에 차선이라도 선택에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런 방향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

▲지금 여당 협상 파트너가 원유철 원내대표인데, ‘당정청(黨政靑)이 아니라 청청청(靑靑靑)’이라고 비판도 하신 적이 있을 정도로 차이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협상상대라서 조심스럽겠지만, 조심스럽게라도 평해본다면.

-기본적으로 우리 대통령제가 제왕적 대통령제 아닌가. 국민에게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으로서 예산, 법률 제출권, 또 이번에 드러났듯이 시행령으로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마저도 제압해버릴 수 있는 힘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여당이 흡수될 수밖에 없다. 즉 슈퍼 대통령제 하에서는 여당의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의회주의자로서의 삼권분립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이 대통령제 안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예외적인 주체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무너져버린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정부와 여당은 한 몸이고 야당이 대결구도가 되는 것이 이 대통령제 내에서는 어찌 보면 정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여야 협상이 당대당이 아니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여당 대 야당의 관계라고 볼 때, 야당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폭과 여백이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조건이고, 그 상태에서 여당에 어떤 원내대표가 온다 하더라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제가 여당 원내대표였다고 해도 말이다. 다만 그것을 개선하려는 의지 차이에 따라서 조금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수로 보고, 저는 심기일전하고 더 단단한 의회주의자로서 국민의 편에 서서, ‘정부·여당 대 국민·야당’ 구도를 만들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는 조금 예외적이었다는 뜻인가.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슈퍼대통령제하에서 슈퍼대통령제 문제점을 개혁해보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정치전반이 정상화되려면 슈퍼대통령제에 대한 변화, 개헌이 필수적일 것이다. 정치 구성원들이 개헌에 다 동의하더라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늦춰지지 않나. 결국 이번 정부 내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본다. 혹여 집중된 권력을 가진 안정된 정치체계를 통해 신속하고 압축적인 성장을 바라는 국민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제 정치권력은 현상을 관리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정당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이런 시대에서 한쪽에 집중된 양극화와 독재구도는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위험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가 조정시장경제를 만들어 내 경제를 민주화하고, 권력구조도 삼권분립을 이상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헌법 개정의 과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개헌의 시기는 언제로 보는가.

-당장 차기 대통령에 적용하기엔 늦었으니, 다음 대선(2017년)에 나선 후보가 개헌을 공약하면, 그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집권 초기 추진력이 있을 때 개헌을 준비해서 다음 대통령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헌을 추진할 대통령은 권력분산과 분권형 권력제도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본격적인 개헌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이뤄져야겠다.

-지금으로선 박근혜 대통령 체제 하에서는 시기가 지났고, 그분이 분권형 권력구조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이 정부 내에서는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가 개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논의하려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논의를 이제 국회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올 초에 우윤근 전 원내대표가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려고 시도했는데 여당이 때가 아니라고 했다고 알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개헌특위 구성을 주창할 생각이 있으신지.

-지금 19대 국회는 1년도 안 남은 임기 말이지만 20대 국회가 들어서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때 개헌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시작해도 빠른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국회 임기 말에 국회 선진화법이 만들어지거나 좋은 법들이 생기던데, 마음을 비워서 그런 것일까.

-어찌보면 선거를 앞두고 힘의 공백이 있기도 하고, 차기가 불분명할 때 중립적인 판단에 의해 조금 더 개혁적이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제도와 법안이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이럴 때 논의해 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내 문제로 넘어가보자. 문재인 대표 체제가 지난 4.29 재보선으로 인해 흔들렸지만 혁신위를 발족시키고 최근엔 주승용 최고위원도 복귀해서 당이 여전히 어렵고 위기지만 갈 길은 나름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의 입장으로서 문 대표의 새정치연합을 어떻게 보시는가.

-제가 원내대표가 될 당시, 저는 원내정치에 전념하고 당내에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도 있으니 제 역할은 2차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주승용 최고위원도 복귀했고 어느 정도 당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에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관리하고 공백이 생길 때만 제가 메우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일단 원내대표로서 원내전략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최근 8차 혁신안이 나오고 당무위에서도 통과했는데, 야당의 혁신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새정치연합이 혁신을 통해 개혁되고, 정권교체를 위해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혁신위에서는 내부의 제도문제로만 접근한다는 비판이 있다.

-혁신이라는 말은 그때그때 담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고 본다. 상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에 혁신위원회를 띄울 때를 상기해보면 지난 재보궐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였음에도 내부조정을 잘못해서 완패하지 않았나. 그 이유는 분열과 갈등이었다. 즉 혁신위원회는 일치와 통합을 통해 다음 선거에서는 국민의 기대를 받아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 이번 혁신은 승리를 위한 혁신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혁신위가 다음 선거에서 승리의 토대를 만들었느냐, 혹은 일치와 통합의 완성을 이루진 못했더라도 그 계기를 만들어냈느냐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혁신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위에서는 또 국회의원 청년후보 10% 공천을 주장했다. 현재 원내에 있는 청년비례대표가 김광진·장하나 의원 두 명 뿐인 것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일단 당이 새로워져야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서의 청년 비례대표 선발 방법은 흥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이 젊어지고, 젊은 당으로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젊은 층이 구성 요소가 되고 중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8차 혁신안에서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는 25%를 배제한다면서 평가자료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공천학살’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가.

-현역의원을 평가하는 것은 국민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고 본다. 국민으로부터 ‘다음 선거에서는 이런 사람을 뽑아야 할 것 같다’면서 좋은 점수를 받은 후보를 당에서 공천하는 것이고 이게 당선가능성이다. 당선가능성이 하나의 기준이다. 또 다른 기준은 정체성이다. 국민이 새정치연합의 정체성까지 파악해서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겠지만, 저는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 당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정도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결국 평가위원회가 현역 의원을 평가할 때 당선가능성과 정체성이라는 기준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까지 선거를 보면, 20% 이상 교체된다. 누구를 교체하느냐가 힘든 문제인 것이지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20% 이상이 교체되기 때문에, 그렇게 공포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야당에서 이번에 불거져 나온 것이 계파문제와 86그룹 하방론이 있다. 흔히 386세대, 야당의 기대를 가져온 세대인데 자기역할 못하고 기득권층이 됐다는 비판과 함께 하방론이 제기됐는데 어떻게 보나.

-386 뿐만 아니라 모든 현역 의원들을 평가할 때 그동안 활동한 것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여 등 기준을 세워야 한다. 또한 그런 기준으로 평가할 때 40대, 50대, 386, 이런 식으로 나눠서 거기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과가 바라는 대로 나오지도 않고 오히려 그르칠 염려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가를 할 때는 세분화시켜서 정치적 역량, 미래에 대한 정치적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치적 진퇴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어느덧 4선의원인데 중진 용퇴론도 있지 않나. 정치사를 돌아보면 3선 이상은 자신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거취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이번에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

-신구조화가 이뤄져야 당이 균형이 잡히고, 미래에 대한 전략이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용퇴는 당연한 것이다. 노쇠함으로써 에너지가 떨어지고, 새로움에 대한 열망과 기능이 떨어졌을 때 새롭게 나아가려는 정치의 특성상 당연히 용퇴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원칙적 입장이다.

또 그 사람을 선택해온, 앞으로 선택할 유권자들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정치경력이 오래 되서 장점이 사라지고 신선함이 떨어지고 상황 판단도 무뎌지고 건강도 안 좋아져서 저평가 대열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유능해지고 경륜이 높아지고 정치에 있어서 포괄성을 더 획득해나가는 그런 분들도 있다. 이런 것들이 국민 눈앞에 철저히 잘 드러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평가됐으면 한다. 이것도 꼭 ‘늙은 사람은 가라’고 말 할 필요는 없다. 이제 그만 가야할 이유가 커지는 경우가 되면 그만둬야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정치적 폭과 기반이 넓어지는 부분은 사회적으로 더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정기국회가 이제 멀지 않았다. 국정감사도 9월말~10월초에 열리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실국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국감에서 주력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국정감사는 야당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것이다. 각 상임위별로 정부여당이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왔던 비정상적인 결과들을 다 수집할 생각이다. 그래서 그것이 척결되어야 할 이유와 그 이후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제도(대안)를 도출해내려고 한다. 상당부분은 경제적인 제도, 사회복지제도에 치중될 것이다.

▲안양 만안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계속 선택해준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제가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특별히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닐텐데. 저를 봤던 분들이 저를 기억해주시고, 이런 것들이 지속됐다고 본다. 그런데 일단 첫째로는 제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희망과 대안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데,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개혁정치인으로서 활동해왔고 지금은 야당 지도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어떤 정치적 과제를 갖고 있으며, 어떤 일을 이뤄내고 싶은가.

제가 가지고 있는 이상이 있는데, 이게 너무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새는 절망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제도의 기여자들은 미국식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첫 번째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제도가 우리에게 상당히 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분단을 기정사실화하고 분단 속에서 가지고 있는 우리의 정치 환경을 고착화하는 집단들이다. 이 두 축이 이 사회 구조를 고착화 시키고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제는 정치를 이해하는 집단, 이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중요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다 같이 목표로 하는 사회구조를 갖추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개혁을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이것을 이루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폭넓게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이미 많은 연구와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런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은 정해져 있다. 이 목표를 향해 짧은 시간 안에 구조화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의지와 확신을 가지고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목표는 분단을 극복한 통일사회와 미국식 사고를 벗어난 사회이며, 그 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과 열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사회구조 개혁은 국회에 있는 정치인만의 몫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이뤄져야겠다.

-그래서 때로는 참 절망스럽다. ‘이걸 어떻게 이뤄낼까. 아무것도 못하고 정치활동의 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든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개혁은 정치구조만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 플레이어들이 일정정도 동의해야 하는데, 이미 어느 정도 서로 공유된 목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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