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호·장세환 전 의원 탈당 선언…‘천정배 신당’으로 뭉칠까

[폴리뉴스 서예진 기자]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4일 9차 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전직 호남권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해 당내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혁신위 활동 종료 시점에 맞춰 천정배 신당 창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내 비주류가 문재인 대표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파열음의 행보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는 분위기에 불을 당기고 있다. 일부 호남 비노 비주류를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도 일고 있어 조만간 분당이 현실로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3선 의원을 지낸 유선호 전 의원과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세환 전 의원은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두 전 의원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날 “오늘로 새정치연합을 버리고 이 당을 대신할 강력한 ‘혁신야당’을 추구하겠다”면서 “실천적 개혁노선을 추구하는 한편 모든 신당 세력과 연대하겠다. 호남 정신을 복원해 야당성을 복원하고 신당태동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당 이유는 “4월 재보선 참패 후에도 문재인 대표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당권 사수에만 여념이 없고, 혁신위는 사태의 본질에 손을 대지 못한 채 곁가지만 흔들고 있다. 구두를 신고서 다리를 긁는 격”이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승리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한 희망 없는 불임정당”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문 대표가 그만두면 신당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욕심이 화를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정배 신당’ 합류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은 신당이 가시화된 것은 없다”면서 “천 의원과는 계속 교감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탈당은 공천룰을 골자로 한 혁신안 발표와 혁신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선도적인 성격을 띌 수밖에 없어, 향후 ‘천정배 신당’이 본격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서며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탈당의 ‘핵’은 누구?…‘천정배 신당’으로 뭉칠까

새정치연합에서는 두 의원의 탈당에 앞서 당직자 출신 당원들, 박준영 전 전남지사, 안선미 전 새정치연합 포항시장 후보 및 지역 당원 115명, 대구·경북지역 당원 200여명, 새정치연합 전북 당원 100여명이 탈당을 선언하고 당을 떠났다.

이들의 탈당을 계기로 추가 탈당 가능성과 함께 그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던 새정치연합내 계파갈등도 다시 증폭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현재 유 전 의원의 호남지역 영향력이 없어 탈당에 따른 당내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반면 두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 내 의원 몇 분과도 얘기를 나눴다”면서 “저희가 마중물이라고 표현한 만큼 9~10월이 되면 또 탈당이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에게 이날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도 ‘탈당파’로 분류되는 박주선 의원이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폴리뉴스 DB></div>
▲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폴리뉴스 DB>

박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 방송에 나와 “국민 모두가 새정치연합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결과에서 보듯 침몰을 향해서 달려가는 ‘타이타닉호’라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당의 침몰을 방지하기 위해 혁신위가 가동됐는데 과연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처방했느냐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권을 잡을 수 없는 당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정권을 잡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야권 지지자에 대한 도리이자 정치하는 사람의 역사적 소명”이라며 “(혁신위원회의) 혁신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불임정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당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의미가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사실상의 탈당 선언이나 다름없다. 

탈당 시기에 대해선 추석 연휴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추석 전에 어떤 형태로든 결단이 나오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런 방향으로 입장과 구상을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친노 계파가 청산되지 않으면 이 당은 성공 가능성이 없는 불임 정당이고 국민이 결국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친노 계파의 수장인 문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는 계파 청산은 불가능하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은 추석쯤 10월 재보선 축소로 창당 일정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다음주나 추석 전까지 신당 창당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석 밥상’에 신당을 올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천정배 신당’ 창당 움직임을 두고 “이념과 노선,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함께 해야 새정치연합의 대안정당, 새누리당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정당이 태동할 수 있다”고 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계복귀설에는 “손 고문이 (신당에) 합류하면 신당에 큰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이) 새정치연합으로 복귀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혀 손 전 고문의 신당 합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31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3천乙 입당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행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div>
▲ 31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3천乙 입당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행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북의 정동영 전 의원도 천정배 의원과 한 배를 탈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전북 순창에 칩거 중인 정 전 의원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지자들 사이에서 ‘전남 천정배, 전북 정동영’으로 호남에서 신당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탈당한 장세환 전 의원이 정동영 전 의원과 전주고 동기동창이라는 사실은 정 전 의원의 신당 참여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요인이다.

박주선 의원 외에 현역 의원들의 탈당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유선호 전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전남 목포에 출사표를 던져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목포M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천정배 신당’을 두고 “신당을 창당하려면 국민들에게 충분한 명분을 줘야 되는데, 그 명분이 아직 좀 부족하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시스템상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거기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만 갖고는 안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화가 난다고 별일을 다할 순 없는 것”이라면서 “명색이 국민을 대표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편협한 철학을 갖고 나가선 안 된다”며 신당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호남신당론’을 비판했다.

다만 박 전 원내대표는 탈당 여부에 대해 “제 자신이 미래에 어디에 서 있을런지는 저도 모르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여지를 남겼다.

이같이 당 안팎이 혁신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요동치는 가운데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맞물려 야당의 지각변동이 본격 시작되면서 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의 분열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당내 계파갈등을 두고 ‘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으며 분당은 없다’고 자신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 오히려 탈당을 저울질하는 인사들에게 명분만 제공한 셈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비주류가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야권 지지층에 대해 보다 설득력 있는 분당 명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조직적 탈당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유야 어찌됐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권 전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권의 정계개편은 이제 서막이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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