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오픈 프라이머리 합의, 여권 권력투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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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긴급 회동을 갖고 정치관계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진척시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안심번호를 활용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합의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김 대표가 제안했던 오픈 프라이머리와 새정치연합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절충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신인, 여성, 청년, 장애인 등을 위한 가산점 부과의 법적 근거를 두고, 불복에 대한 규제도 법으로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오픈 프라이머리 실시에 따른 필요 장치들을 마련하는 데까지 논의가 진전된 셈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정개특위에서 마련하기로 했지만, 표류하고 있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현실화되는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핵심적 요구 사항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두 사안 사이의 빅딜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해 보이지만, 가산점 부과에도 합의했다면 야당으로서도 오픈 프라이머리 자체를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문제는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 문제와 딜이 모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정치연합 혁신안의 ‘전략공천 20%“ 부분과 충돌되기는 하지만, 그 부분 때문에 큰 틀에서의 합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야 대표가 이렇게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전격 합의한 데는 새누리당 내부의 사정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진작에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제안했지만, 친박계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던 김 대표를 일단은 문 대표가 구해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계속 표류하는 가운데 추석 연휴를 넘길 경우 친박을 중심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백지화하고 전략공천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상황이었다. 그렇게 보면 예상되는 친박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김 대표를 문 대표가 접점을 찾으면서 힘을 실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 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관철하지도 못한채,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지만, 대통령의 공천 전횡을 차단하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취지에 야당이 굳이 부정적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제 문제는 여권 내부의 상황이 될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유야무야 될 것으로 기대하고 전략공천을 통한 청와대의 공천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해왔다. 청와대와 친박은 김무성 대표가 오픈 프라이머리에 매달리는 이유가 박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차단할 장치 마련이라는 속내를 읽고 있다. 박 대통령이 특히 대구 지역에서의  공천 물갈이를 통해 20대 총선 이후에도 국정장악력을 유지할 기반을 마련하려는데, 김 대표가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친박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구실로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막아 박 대통령의 전략공천을 보장하려는 것이 친박 측의 속내이다.

김 대표가 추석 연휴기간임에도 문 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합의한 것도, 오픈 프라이머리는 물 건너갔으니 다른 방안을 검토하자는 친박 측의 요구에 대한 사전대응으로 읽혀진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여야 간의 문제인 동시에 여권 내부의 문제이다. 오히려 갈등의 측면은 여권 내부가 훨씬 크다 할 수 있다. 김 대표로서는 그동안은 박 대통령의 요구들에 다 맞추어 가며 엎드리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20대 총선 공천 문제만은 다르다. 김 대표로서는 공천에서 박 대통령의 개입만 막으면, 내년 총선 이후에는 대세론을 점할 수가 있게 된다. 집권 종반기를 향해 가는 박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의 무기가 없게 되고 시간은 차기 선두 주자인 김 대표의 편이 된다.

하지만 김 대표가 20대 총선을 둘러싼 파워게임에서 패하여 박 대통령의 전략공천을 막지 못하게 될 경우, 그의 입지는 흔들리게 된다. 새누리당에서 친박의 영향력은 다시 살아날 것이며, 이는 ‘김무성 비토론’으로 연결될 것이다. 결국 김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계속 뒤로 물러서왔지만 정치인 김무성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있음을 자신이 잘 알고 있을 법 하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여야 합의 속에서 추진되는 단계로 들어간다면 여권 내부의 공천 파워게임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원내대표를 배제하고 김무성 대표가 앞에 나서서 만들어낸 여야 합의는 과연 새누리당 내에서 추인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정개특위에서 여야간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를 뒤엎으려는 친박 측의 움직임은 노골화될 것이다. 김무성이 만들어낸 여야 합의가 친박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하고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할 경우, 그는 당연히 대표와 차기 주자로서의 정치생명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박근혜-김무성의 권력투쟁은 이제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힘은 여전히 박근혜에게 있고, 정치개혁의 명분은 김무성에게 있다. 과연 김무성이 박근혜를 당해낼 수 있을까. 새정치연합의 내분보다 더 격한 사생결단의 대결이 될 수밖에 없는 여권의 내부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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