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오현지 기자]‘두번째 스무살’과 영화 ‘인턴’이 여심을 제대로 흔들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은 시청률 5.1%(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같은날 영화 ‘인턴’은 100만 명 관객을 모았다. ‘두번째 스무살’과 영화 ‘인턴’이 저격한 것은 여심이었다. 심지어 영화 ‘인턴’은 ‘사도’(영화입장권 통합전상망과 각 극장사이트 예매순위)까지 제쳤다. ‘두번째 스무살’과 영화 ‘인턴’이 여성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두번째 스무살’, ‘오 나의 귀신님’과 다른 감동
tvN 금토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은 전작인 ‘오 나의 귀신님’이 확연히 달랐다. ‘오 나의 귀신님’은 박보영의 귀신 빙의 연기가 배꼽을 잡았다. ‘처녀 귀신’으로 나온 김슬기(신순애 역)의 망가짐도 한몫했다. 까칠한 조정석(강선우 역)의 박력도 인기 요소였다. ‘오 나의 귀신님’은 매번 웃음과 떨림을 안겼다.
반면 ‘두번째 스무살’은 ‘오 나의 귀신님’보다 심심한 소재를 선택했다. 남편의 불륜, 첫사랑과의 조우였다. ‘오 나의 귀신님’처럼 배꼽을 잡는 유머가 없다. 그럼에도 ‘두번째 스무살’은 tvN이 금요일 밤의 최강자를 유지하는데 일조했다. 빵 터지는 웃음이 아닌 ‘여성의 성장’이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두번째 스무살’의 최지우(하노라 분)는 고등학교 때 만난 최원영(김우철 역)의 아이를 가지면서 세상과 단절됐다. 최원영은 박효주(김이진 역)를 만난 후 최지우와 이혼을 결심했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최지우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최지우는 아들 김민재(김민수 역)와 최원영에게 늘 홀대받았다. 고등학생 때 당당한 모습은 사라지고 말을 더듬고 단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했다.
소현경 작가의 노림수, 여성 시청자의 패턴 읽어
그랬던 최지우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이상윤(차현석 분)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두번째 스무살’이 보통 신데렐라 이야기와 다른 것은 이상윤의 ‘직접 개입’이 없다는 것. 이상윤은 ‘첫사랑’이란 이름으로 최지우 곁에 머물면서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한다. 그러나 최지우는 자신의 상황을 ‘고등학생 때의 하노라’ 스타일로 해결한다. 여자이자 한 사람으로의 성장기에 ‘남자’가 없단 얘기다. 남자가 번개처럼 나타나 모든 상황을 해결하지 않는다. 최지우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찾는다. 성추행 교수를 물러나게 한 결정적 환경을 만들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춤의 즐거움을 느꼈고, 최원영에게 집착하지 않았다.
‘두번째 스무살’은 과거 많은 드라마가 ‘백마 탄 왕자님’에 의존했던 구성을 탈피했다. 소현경 작가는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2012)에서도 비슷한 가치관을 유지했다. ‘두번째 스무살’의 이상윤 비주얼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2012년 ‘내 딸 서영이’의 ‘우재 씨’나 지금 ‘차현석’이나 똑같다. ‘두번째 스무살’에서 이상윤의 매력은 감동을 배가시키는 포인트일 뿐이다.
‘두번째 스무살’의 대박은 여성 시청자의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의 불행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여성 주인공을 원한다. 남성 주인공 옆에서 사랑을 구걸하는 여성 캐릭터를 거부한다. 사랑만 있으면 무엇이든 참고 인내하는 여성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남자만 주인공인 스크린, 여자가 엎었다
영화 ‘인턴’도 마찬가지다. 현재 개봉한 영화 중 상당수는 ‘남남케미’에 집중한다. 스릴러, 액션, 범죄 등 센 소재를 다루려면 아무래도 ‘남남 구도’가 낫다. 이 상황에서 여자 주인공인 영화가 등장했다.
스크린에서 여성 캐릭터는 거의 한정돼 있다. 영화 속에서 여성은 강력범죄 사건 피해자, 보호받아야 할 증인이나 목격자, 남자의 꿈을 꺾는 현실주의자, 과거의 행복함을 떠올리는 상징적 인물로 등장하기 일쑤다. 반면 영화 ‘인턴’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것도 성공한 여성 CEO다. 앤 해서웨이는 워킹맘으로 여러 차례 위기를 맞는다. 오히려 로버트 드 니로가 앤 해서웨이를 받쳐준다.
여성의 시각이 달라졌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는 기획할 때 ‘앉아 있는 소비자에게 밥을 먹여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두번째 스무살’의 히트, 영화 ‘인턴’의 반란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시대를 읽는 문화가 생존하듯, 여성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