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싸움’ 벌여도 불리하지 않다 vs 청와대와의 ‘타협점’ 모색용

[사진=JTBC 뉴스화면 캡쳐]
▲ [사진=JTBC 뉴스화면 캡쳐]
[폴리뉴스 정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측근들이 자신에게 보낸 국민공천의 명분을 가지고 청와대와 친박세력에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노출했다. 이를 두고 김 대표의 권력투쟁 신호탄이란 분석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블러핑’이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9회 노인의 날 기념식장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함께 나란히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테이블 위에 놓았던 휴대폰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사에 의해 공개됐다. 메시지는 김영우 의원이 작성한 메시지를 김성태 의원이 김 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의원들의 뜻을 끝까지 지켜내겠다. 돌을 맞아도 지켜내겠다.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하시면서 무겁게 움직이시면 좋겠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나 안심번호는 중요사안은 아닐겁니다. 대표님은 큰 명분만 얘기하시면 게임은 유리해질 겁니다”였다.

또 3일 JTBC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일한 유명 정치컨설턴트 김모씨가 보낸 메시지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 1일 밤 9시 10분에 김 대표에게 보낸 문자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아님 대통령과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초유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이 시작된 거죠. 그리 가야 하지 않겠어요?”고 청와대와 친박과 전면적인 싸움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씨는 2일에 보낸 문자메시지로는 “대표님, 주말 동안 김학용 비서실장이 나서 정병국 원희룡 남경필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발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해야하는 게 어떤지요. 정두언 의원은 월요일 라디오에서 세게 칠 겁니다”라고 했다. 김 대표의 권력투쟁 행동 돌입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김 대표가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미필적 고의(?)’로 공개한 부분이다. 문자의 내용보다도 김 대표가 이를 공개한 ‘정치행위’가 어떤 목적을 담고 있는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모들이 비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조언’들의 경우 내용이나 수위가 아무리 높아도 ‘시중의 말’로 치부돼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만 ‘공개’하는 순간 이것은 김무성 대표의 ‘공식적인 정치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김 대표의 고의성 짙은 문자메시지 공개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세 싸움’ 벌여도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 담겨, 전면전 가능성

이를 두고 낮은 자세로 일관한 김 대표가 비박계를 결집해 당내 권력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전략공천을 감행할 경우에 대비해 비박계 핵심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조언’은 이러한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를 ‘협조요청 대상’으로 한 부분은 청와대의 ‘밀실공천’에 맞서는 ‘세력 결집’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또 문자메시지에서 차기 총선 공천 탈락 불안감을 가진 대부분의 비박계 의원들이 김 대표의 ‘국민공천’ 명분을 지지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부분도 눈에 띈다. 이들 비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가 전면전을 지휘하고 나서면 비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를 따를 것이란 신호도 담고 있다. 김영우 의원이 작성한 메시지에서 국민공천을 바라는 비박계 의원들의 뜻을 수용해 “나를 믿고 따라 달라”며 무겁게 움직이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략공천’을 단행해 ‘박근혜 키즈’를 꽂으려는 청와대와 친박계를 상대로 한 번 붙어도 ‘세 싸움’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5일 오전에 있을 비박계 정두언 의원의 라디오방송 인터뷰를 시작으로 행동 돌입 주문도 했다. ‘국민공천’이란 명분을 가지고 청와대의 ‘공천개입 부당성’에 맞서 싸우면 비박계 대다수 의원들이 김 대표 편에 설 것이란 조언이다. 그러면 최근 ‘대구경북(TK) 물갈이’ 파문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과 유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천탈락 위기에 놓인 TK 의원들도 공조할 것이며 여기에 청와대가 전략공천에 나서면 위기감을 느낄 부산경남(PK) 쪽 의원들도 ‘국민공천’ 명분에 함께할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5일에 새누리당 재선의원 20여명이 전략공천을 반대하고 국민공천을 지켜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시동이 걸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당시 청와대의 개입에 반대했던 박민식, 정미경 의원 등 비박계 재선그룹 인사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행동돌입보다 청와대와의 ‘타협점’ 모색 위한 ‘블러핑’ 가능성도

그러나 이러한 행동돌입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최근 문자메시지 내용 공개 등은 청와대를 향한 ‘블러핑’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강하다. 실제 행동돌입을 할 경우에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전면전의 의도가 있다면 김 대표가 국민들을 향한 여론전을 선제적으로 벌이는 것이 맞지 미리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면 ‘정치적 명분’ 자체가 훼손돼 전면전을 벌일 ‘정치력’ 동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짜고 친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정치적 싸움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문자 메시지’의 공개는 청와대를 향한 공개적인 거래 재촉행위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비박계 등에서 청와대와 친박계의 ‘전략공천 개입’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김 대표 자신이 이를 제어하고 있다는 신호를 청와대에 보냈다는 풀이이다. 자신이 전면전으로 흐르는 상황을 막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에 알리고 이를 통해 청와대 쪽에 자신과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요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선의원들이 5일 국민공천 관철을 위한 모임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또 다른 ‘블러핑 카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 파동 당시에도 이들이 앞장서서 유 전 원내대표 사퇴 반대에 나섰지만 김무성 대표가 후퇴하자 이들 또한 어정쩡하게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한 바 있다.

김 대표의 미필적 고의가 담긴 ‘문자메시지 공개’가 청와대와 친박계를 겨냥한 ‘전면전 신호탄’인지 아니면 ‘협상용 블러핑’인지는 이번 주 이후 김 대표의 행보에서 판가름날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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