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편향성 분석이 주내용, 여당에 제출하고선 야당엔 공개 거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교육부 등 국정감사가 파행된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신성범 여당 간사(왼쪽 부터), 박주선 위원장, 김태년 야당 간사가 굳은 표정으로 정회 등을 협의하고 있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교육부 등 국정감사가 파행된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신성범 여당 간사(왼쪽 부터), 박주선 위원장, 김태년 야당 간사가 굳은 표정으로 정회 등을 협의하고 있다.

[폴리뉴스 정찬 기자] 교육부가 작성해 새누리당 역사교과서특위에 제출한 ‘고교 한국사교과서 분석보고서’가 8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여당에 제출한 이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자 교육부는 이를 거부하자 이날 오전 10시 개회 2시간 만에 중단됐다. 이후 새정치연합 소속 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며 ‘보고서’ 공개를 요구한 뒤 오후 4시 박주선 교문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야당 의원들의 동의 아래 교육부 국정감사가 재개됐으나 여당 의원들은 불참하며 보이콧했다. 속개된 회의에서도 교육부는 야당 의원들의 보고서 공개요구를 거부하면서 다시 정회되며 파행을 거듭했다.

문제가 된 ‘고교 한국사교과서 분석보고서’에는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당 회의석상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으로 기존 교과서의 편향성과 집필진의 편향성의 문제 제기가 담겨 있을 것이란 의혹을 새정치연합 교문위 소속 위원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야당 의원은 황우여 장관에게 새누리당에 준 이 보고서를 국회법에 따라 야당 의원들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황 장관은 ‘정당 활동’의 문제 때문에 거부하면서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의혹만 짙게 했다. 황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교육부로부터 보고서를 건네받은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출하기 어렵다는 궁색한 답만 하며 장시간의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태년, 박혜자, 배재정, 유인태, 윤관석, 조정식 등 새정치연합 의원은 황 장관의 이러한 태도에 “교육부가 여당 의원들의 보좌진이냐”며 반발했고 국감회의를 주관하는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교육부가 작성한 문건은 국회법상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거듭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황 장관은 당혹해하며 답을 거부했다.

조정식 의원은 “이 보고서가 교육부가 자신이 만든 공식 문건이라고 인정한 이상 야당 의원의 제출요구에 법적으로 응해야 한다”며 “만약 교육부가 아닌 개별적으로 만들어 여당에 줬다면 해당 공무원은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압박했음에도 황 장관은 ‘정당활동’을 이유로 계속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까지 하며 “국감에서 교육부가 국정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여당 맞춤형 자료를 만들어 야당도 모르게 배포했다”며 “이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야당 의원들에게도 제출하라는 요구를 지금까지도 묵살하고 있다”고 교육부를 성토했다.

김태년 새정치연합 교문위 간사는 교육부의 태도에 대해 “재선의원으로서 8년째 의원생활 중 정부기관이 생산한 문서를 여당 특정의원이 허락하지 않아 못 주겠다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며 “결코 이 같은 정부의 태도를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재차 ‘한국사 교과서 분석보고서’ 공개를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이 교육부가 여당에 줬다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보고서’ 공개를 촉구하는 이유는 기존 역사교과서가 ‘편향성’이 있다고 분석한 데다 심지어 집필진에 대해서도 사상 검증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날 국민일보가 보도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18가지 주제별로 비교해 분석했다. 동학농민운동, 식민지근대화론, 일본군 위안부, 반민특위와 친일인사, 광복 직후 한반도 상황, 대한민국 정통성, 6·25전쟁, 이승만에 대한 평가, 제주 4·3사건, 5·16 군사정변, 베트남 파병, 새마을운동, 10월 유신, 해방 후 남한의 농지개혁과 북한의 토지개혁, 북한에 대한 서술, 대기업과 기업인의 역할 등이다.

일본군 위안부 기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교과서가 일본군 위안부와 정신대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광복 직후 한반도 상황에서 ‘소련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검정 교과서는 집필진의 60%가 좌파 인사”라며 “국정화해도 친일독재를 미화하지 않으며 획일화된 역사관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기술됐다.

교육부가 실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만든 것이 확인될 경우 분석 내용의 문제 뿐 아니라 집필진에 대한 사상검증도 했다는 의미가 돼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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