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 분열을 자초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오후 2시에 "국민께서 걱정하는 이념 편향성을 불식시키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잡힌 역사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헌법 정신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황 부총리는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 종식을 국정화가 필요한 근거라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역사학계와 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종교계, 문화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고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될 학생들까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2일 성명을 발표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기틀을 파괴하고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즉각적인 국정화 중단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하기도 했다.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하고 과학·문화·예술 각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공정하고 균형있게 기술할 것”이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목적이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룬 성과를 강조하려는 것임을 드러내었다. 현행 검인정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는 교단에서 이 같은 상식적인 사실조차 가르칠 수가 없고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해야만 가능한 일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금부터 23년 전인 1992년에 “역사 교과서의 경우 국정화보다는 검인정제가 헌법 이념에 더 부합한다”고 판결한 바 있고 새누리당 또한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국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인정제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었다. 

쿠데타와 유신독재 미화가 국정화의 최종 목표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입장을 바꾼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과거 박정희 정권이 5.16쿠데타와 유신 독재를 통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유린했던 너무도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감추기 위해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이 되는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를 채택한다고 하니 과연 그 교과서의 수명이 얼마나 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상식을 가진 지식인들이 국정 역사 교과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 내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여 자신들의 침략전쟁과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학살과 위안부 문제 등의 전쟁 범죄들을 은폐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분노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 스스로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정권이 나서서 역사 교육을 획일화하고 독점하려 한다면 더 이상 일본을 비난할 명분을 찾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제정될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이름을 붙인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졸속으로 만들어질 교과서에 이름만 포장을 한다고 해서 ‘올바른’ 교과서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기원 전 2세기 무렵 중국의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가 당시 군주에게 고하는 글에서 非理法權天이라고 했다. 이치에 닺지 않는 것은 이치를 이길 수 없지만 이치에 맞다고 하더라도 법을 당할 수는 없고 법은 권력을 당하지 못하지만 권력은 천심 즉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당장은 권력으로 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는 것인데 나라의 미래인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하지만 天心 즉 民心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더 큰 여론과 민심의 발발을 자초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스스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려는 기도를 중지하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