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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이제 8.25 합의의 동력을 키워나가자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다행히 10.10 국면을 전후로 한반도 위기는 고조되지 않았다. 당창건 70주년 기념식을 즈음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었고 북한 스스로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도발을 선택하지 않고 대외관계 정상화와 인민생활 강조에 무게를 두었다.

  우선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오랫동안 냉랭했던 북중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3차 핵실험 이후 양국의 고위급 방문이 중단된 것에 비추어 보면 권력서열 5위의 방북은 관계 해빙의 여건을 마련하는 데 충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자제함으로써 중국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수 있는 체면을 세워줬고 중국 역시 2013년 이후 최고위급의 대규모 대표단을 보냄으로써 북한의 당창건 행사에 체면을 세워준 셈이다. 서로가 체면치레를 교환하면서 북중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를 풀어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북중관계는 우리가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처럼 쉽사리 폐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은 매우 불쾌하고 불편했지만 결국은 그 해 가을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으로 오히려 북중관계는 전략적으로 격상되었다. 금번 류윈산의 방북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을 아직 버릴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10.10 국면에서 김정은은 북중관계 정상화와 함께 대외적으로 강경한 도발 입장보다는 경제우선과 인민중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열병식에서도 위협적인 군사 신무기를 공개하지 않았고 연설에서도 경제와 인민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미국과의 전쟁불사 입장은 노동당 창건기념식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미국이 ‘원한다면’ 이라는 조건을 달아 원칙적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류윈산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평화로운 환경’을 강조하고 미국에게 평화협정 협상을 제의한 것은 여전히 북미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우려했던 10.10 국면은 다행스럽게도 8.25 합의를 훼손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북이 도발 대신 유연한 선택을 함으로써 8.25 합의에 따른 첫 실천으로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수 있었다. 이산가족 상봉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혈육의 아픔이다. 분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이 생이별을 하고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외국인들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자연적 연령 때문에 이제 가족상봉에서 부모자식과 부부간 상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절박하고 가장 원초적인 인도적 사안이라면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서라도 북에 현금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게 해줘야 한다. 이산가족의 뼈를 깎는 아픔을 돈을 줘서라도 풀어줄 수 있다면 정부는 인도적 견지에서 서둘러 해결해줘야 한다. 인도적 문제에 관한 한 국민들도 퍼주기라는 이유로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10.10 국면이 무사히 지나고 이산가족 상봉도 성사된 만큼 이제 남북관계 개선의 추동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지난 여름 휴전선 긴장고조 끝에 어렵사리 이끌어낸 8.25 합의의 동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합의한 대로 여러 방면의 민간협력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수준의 당국간 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신뢰 쌓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8.25 합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다양한 민간교류와 함께 남북의 상호 관심사에 대한 당국간 회담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은 과도한 기싸움과 맹목적 강경의 유혹에서 벗어나 조금씩 작은 것부터 성사가능한 것부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원하는 드레스덴 선언과 민생 환경 문화 등의 3대 통로와 함께 북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군사 의제도 논의할 수 있도록 의제의 포괄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8.25 합의의 가속화야말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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