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인사하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인사하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심지어 영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감독상 후보로 두 번 불렸다. 영화 ‘막걸스’에 출연한 배우 홍아름이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배우 홍아름은 후보자를 소개하던 중 윤제균 감독을 두 번 불렀다. 배우 홍아름은 바로 정정했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는 배우 홍아름의 잘못이 아니다. 이제 갓 얼굴을 알린 실력파 여배우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큰 영화제 무대에 오른 경험이 적은 신인이다. 당연히 감독상 후보 수상자로 나서기엔 무리다. 대선배 대신 그 자리에 섰으니 얼마나 떨렸겠는가. 배우 홍아름에게 너무 큰 짐이었다. 

영화제의 꽃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도 대리수상 오명을 입었다. 배우 박해미는 연극, 드라마에 주로 출연한다. 영화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박해미가 남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섰다. 박해미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황정민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지만 배우 강하늘이 대리수상했다. 배우 강하늘은 “제가 감히 들어볼 수 없고 만져볼 수 없는 상이다. 선배님께서 열심히 촬영 중이시다. ‘감사하다’고 전해달라 하셨다. 손때 묻지 않게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배우 강하늘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대선배 상을 대리수상한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손예진이 등장했다. 손예진은 신현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영화제 참여 경험이 많은 두 사람은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았다. 손예진은 자연스럽게 여우주연상 후보 소개 순서로 넘어갔다. 신현준은 웃으며 “시간 조금 더 끌어 주시지”라고 말했다. 영화 ‘암살’의 전지현 대신 김성민 프로듀서가 대리수상했다. 김 프로듀서는 “남자가 대신 받아서 죄송하다. 배우 전지현은 영화 ‘암살’에서 무거운 총을 들고 쏘고 1인 2역을 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 열심히 촬영했고 잘했다. ‘암살’을 응원해주신 관객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한해 영화 중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외국 배우가 등장했다. 순홍레이와 고원원이 영화 ‘국제시장’에게 ‘최우수작품상’을 수여했다. 이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다. 영광스러운 자리, 평생 한 번 받기 힘든 상을 받은 윤제균 감독은 어두웠다.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을 만들 때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이 자리에 정말 어렵게 참석해주신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부득이 참석하지 못한 분들이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영화계가 화합의 장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각각 신인남우상과 신인여우상 받은 이민호와 이유영, 편집상을 받은 이진, 첨단기술특별상을 받은 한태정 외 ‘국제시장’ CG팀 5명 등 직접 상을 받은 사람 외에는 소감이 짧았다. 관객이 영화제를 보는 묘미, 수상자의 감격이 실종됐다. MC가 “소감을 짧게 말해달라”며 화기애애했던 감동은 없었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말미 신현준은 “역사가 오래된 영화제인 만큼 영화인이 소중히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같이 MC를 맡은 한고은은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마무리했다. 지금껏 수상소감이 길어 방송시간이 짧았지만, ‘제52회 대종상영화제’는 도리어 방송 시간이 남아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왔다. 그 영상조차도 엉망이었다. 윤제균 감독의 소감이 나오다가 끊기고 광고가 이어졌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우여곡절 끝에 참담한 결과물을 얻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올해 한국영화는 혹독한 진통을 겪고 있다. 누적된 상처가 곪아 터졌다. 국민이 영화를 사랑하되 영화제를 외면하는 일은 누가 만들고 있는가. 이보다 더 막장인 영화제가 등장하기 않길 바란다. 곧 열리는 ‘제26회 청룡영화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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