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 <사진=KBS 제공>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한국인의 밥상'은 늦가을과 초겨울 우리 입맛을 자극하고 영양이 풍부한 안동 마와 우엉을 소개한다. 
 
26일 오후 7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뿌리 깊은 힘의 원천, 안동 마와 우엉이 등장한다.

잎도 열매도 모두 떨어지는 가을의 끝자락, 땅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 진가를 발휘하는 것들이 있다. 땅의 기운을 가득 품은 마와 우엉이 그 주인공이다. 전국 수확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마와 우엉의 고장, 안동 사람들의 뿌리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 평생 마와 함께 살아온 안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늦가을, 전국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경상북도 안동 사람들. 고된 호미질에도 지치지 않는 이유는 땅속 깊이 묻어둔 마 때문이라고 한다. 아버지 때부터 마 농사를 해왔다는 72세의 김삼랑씨는 재배환경이 까다로운 마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안동에 정착했다. 재배하기는 까다롭지만 조리방법이 간단한 마는 일꾼들의 새참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마 덤불을 바로 걷어 불을 지피고 고구마처럼 구운 마 구이와 마를 통째로 갈아 만든 진액까지 나온다. 땅 밑의 귀중한 생명들을 위해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지만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살아가는 안동 사람들을 만나본다.

마 옆에는 우엉이 자란다. 향긋한 우엉 밥상이 눈길을 끈다. 

뿌리식물 마에게는 절대 떼놓을 수 없는 단짝, 우엉이 있다. 연작 재배가 힘든 마는 한 토지에서 오래 재배할 수 없기에 바로 옆에 우엉 농사를 지어 1년에 한 번씩 밭을 바꿔가며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마와 우엉처럼 10여 년째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살고 있는 박성희, 안숙자씨. 살짝만 끓여도 진가를 발휘하는 우엉 전골과, 아삭한 우엉 잡채와 우엉 튀김, 마가 남기고 간 선물, 여명자(마 열매)로 끓인 여명자 죽까지! 우엉의 향긋한 향기가 배고픔은 물론 늦가을, 쓸쓸해지는 마음까지 채워주는 우엉 밥상을 만나보자.

전국 생산량 70%를 차지하는 안동 마 경매 현장이 공개된다.
 
안동 농협의 공판장에는 매일 아침 마를 실은 트럭들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한다. 전국 최대 생산량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매일 마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부들이 막 재배한 싱싱한 마를 팔면, 신명 나는 경매인의 목소리로 경매가 진행된다. 길쭉한 장마부터 울퉁불퉁한 모양의 단마, 둥근 모양의 애플마까지 있다. 다양한 마의 종류처럼 살아가는 안동 마 경매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더불어 땅으로 돌아와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석창희씨네 3대 가족이야기가 소개된다.

오랫동안 땅과 자연을 떠나 살던 석창희씨는 10여 년 전 땅으로 돌아와 그 땅에 마를 비롯해 초석잠, 울금, 등 온갖 뿌리채소를 키우며 산다. 김장철만 되면 할머니부터 5살 손주까지 모두 모여 8명의 대가족을 이룬다. 울금 밭에 나가서 소매를 걷어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김장은 순식간에 끝이 난다. 이 집 김장김치에는 특별한 뿌리채소가 들어간다고 한다. 땅속에서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는 초석잠이 그 주인공이다. 옹기종기 밭에 모여서 주운 초석잠이 들어간 김장 김치에 울금과 생강으로 누린내를 잡은 수육까지 곁들여 풍성해진 초석잠 5남매네 김장날을 찾아가 본다.

이외에도 산이 품은 약, 야생마를 캐는 현대판 서동(薯童)들이 있다.

백재 30대 무왕의 어릴 적 이름인 '서동(薯童)'은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으로 마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깊은 산속에서 서동요를 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를 찾으며 살아가는 현대판 서동들! 한때 동네에서 소문난 산꾼 소리를 들으셨다는 권기석, 권석만씨는 가끔씩 산에 올라서 지금은 보기 힘든 야생마를 찾으면 ‘심봤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데... 강변의 부드러운 흙에서 자라는 장마와는 다르게 단단하고 야무진 산속의 단마! 불에 구워서 바싹 말리면 ‘산약’이라고 불리며 만병통치약으로 쓰였다고 한다. 마 한 뿌리를 통째로 넣어 끓인 마 백숙과 구수한 마 밥으로 차려낸 산약 마을의 든든한 밥상을 찾아가 본다.

이어 마를 키우며 단단해진 33살 젊은 농부 유화성 씨의 삶을 들여다 본다.

30여전 안동 하회마을을 누비며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이가 있었다. 금이야 옥이야 자란 아이는 어르신들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들이 일군 땅에 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아들을 보며 농사 걱정, 자식 걱정에 속이 다 썩어 문드러졌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고 꿋꿋한 기둥이 되어준 그의 어머니. 하회마을에 시집와서 낮에는 온갖 고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술상 차리기 바빠서 제대로 된 음식 한번 사 먹어보지 못했지만 마 몇 뿌리만 있으면 다양한 음식을 뚝딱 만들어낸다. 

달짝지근한 꿀에 마를 절여 만든 서여향병과 양념부터 속 재료까지 마를 사용하는 마 탕수육, 무엇이든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던 배고프던 시절 만들어 먹던 마 들깨 수제비탕까지,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밥상 가득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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