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P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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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오현지 기자]‘007 시리즈’가 올해로 반백 살이 됐다. 지난 11일 개봉 후 172만 명(25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을 끌어 모았다. ‘007 스펙터’는 한국 영화 ‘내부자들’ ‘검은사제들’ 등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007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서일까. ‘007 스펙터’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007 스펙터’는 ‘007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따왔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 액션, 초반부 긴장감 넘치는 스케일, 마약 같은 오프닝, 섹시한 본드걸(레아 세이두 분) 비주얼은 환상적이었다. ‘007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007 스펙터’만 봐도 ‘007 시리즈’의 스케일이 짐작된다. 흔한 말로 ‘007 시리즈’를 보고 싶은 강력한 뽐뿌가 온다. 

‘007 스펙터’의 핵심인 제임스 본드 액션신은 숨통을 조여온다.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며 끝까지 대항한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힘, 정확한 상황판단력, 섹시한 바디라인, 우월 수트핏까지 다이넬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 명성을 계속 이어갔다. 

지금 일부 관객이 실망감을 내비치는 것은 ‘007 스펙터’의 줄거리와 캐스팅이다. 우선 다니엘 크레이그와 레아 세이두가 잘 어울리느냐는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만 47세, 레아 세이두는 만 30세다. 아무리 다니엘 크레이그가 동안이며 몸짱이라 해도 세월의 차이가 느껴진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모니카 벨루치의 키스신도 거부감이 느껴진다. 제임스 본드가 꽤 매력적이며 섹시한 남자 캐릭터임을 동의하나, 젊은 여성 혹은 방금 남편을 잃은 부인과 쉽게 스킨십을 하는 구도는 여전했다. ‘007 시리즈’가 나이를 먹은 만큼 관객도 달라졌다. ‘로맨틱’과 ‘남성미’를 덧씌운 제임스 본드에게 ‘진중한 사랑’을 원하면 지나칠까. 여성 관객은 현실적인 본드걸에 빙의되길 바란다. ‘제임스 본드에게 바로 무너지는 여성’은 ‘007 시리즈’의 단골 코드이나 진보적 장치로 발전하면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007 스펙터’에서 악당은 ‘정보화’로 무장했다. ‘개인정보를 장악해 악행을 저지른다’는 발상은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웅장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악당 스케일이 ‘정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적의 본지에 침투했을 때 살짝 늘어졌다. 

정보의 독점이 세계 평화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는 뉴스 보도로, 제임스 본드가 정보의 독점을 막기 위해 싸우는 과정은 ‘한 명의 악당’에 치중해 있다. 이것을 ‘007 시리즈’ 특유의 스케일로 키웠다면 훨씬 실감나는 블록버스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007 스펙터’는 노력했다. 영화임을 알고 보면서도 “어머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제임스 본드는 절대 죽지 않지만 ‘꼭 이겨야 해’라는 간절함이 생긴다. 본드걸이 나름의 주체성과 판단력을 갖고 있는 것도 비약적인 발전이다. Q(벤 위쇼 분)의 스마트함은 흥미로웠다. 

블록버스터는 예술 영화가 아니다. ‘007 스펙터’의 오프닝 파워, 말끔한 다니엘 크레이그 액션, 상상초월의 첨단무기. 그것이 ‘007 시리즈’ 존재 이유다. 우선 ‘007 스펙터’는 충분히 충족시켰다. 그 이상의 아쉬움은 ‘007 시리즈’의 속편을 기대하는 대중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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