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위 ‘평가작업 돌입’, “혹시 내가?” 긴장감 조성

사진 제공 새정치연합
▲ 사진 제공 새정치연합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지도체제’ 존속 여부를 놓고 내홍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엄청한 폭발력을 지닌 또 하나의 핵폭탄이 터질 날만 기다리며 잠복해 있다.

바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공천 문제다. 갈등을 겪고 있는 지도체제 구성 문제도 결국 공천 지분 나누기와 깊숙하게 연계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정치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평가위)가 내년 총선 때 현역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를 공천 심사에서 원천배제하는 내용의 시행세칙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평가 작업에 돌입하면서 1차 갈등이 표출됐다. 

지난 12일 비주류는 ‘하위 20% 물갈이’ 평가 작업을 무력화시키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당론화에 나섰지만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표결조차 하지 못하면서 실패로 끝이 났다. 비주류는 이날 의총에서 평가위의 공정성 등을 문제삼으며 평가위를 없애고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주류는 중앙위까지 통과한 평가제도를 의총에서 무산시키면 월권이라고 반박하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평가위는 이후 16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평가방안을 토대로 준비한 ‘하위 20% 물갈이’ 내용의 ‘평가 시행세칙 제정의 건’을 보고했으며 이틀 뒤 18일 평가위 시행세칙이 진통 끝에 최고위원회의를 통과했다.

최고위원회의는 일단 시행세칙을 의결하고 이후 평가위로부터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구체적인 평가항목과 세부적인 배점기준을 다시 보고 받기로 했다. 

시행세칙에 따르면 현역의원 평가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당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대로 의정활동·공약이행 35%, 선거기여도 10%, 지역활동 10%, 다면평가 10%, 여론조사 35%의 비율로 평가하기로 했으며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경우 의정활동 70%와 다면평가 30%로 평가지표를 구성키로 했다.

조은 평가위원장 “공천 과정 투명성과 개방성 확보” 자신
당 내에선 “하위 20% 인위적 배제 적절치 않아”

조은 평가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것 때문에 일부에서는 살생부, 저승사자라든가 이런 언어를 쓰고 있는데 저는 아주 유쾌하게 비밀정원 일부를 개장하는 일을 맡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공천 과정이 얼마나 엄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가, 얼마나 치밀하게 진행될 것인가에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정치연합이 이런 작업을 외부 평가위원 전원에게 맡겼다는 것은 공천의 개방성, 투명성을 담보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그런 결단에 부응해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해서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 피로감, 정치 혐오감을 덜어줄 수 있는 참신한 발을 내딛을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오동석 평가위 대변인은 “시행세칙 제정일인 18일부터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 평가에 들어갔다”며 “이제 평가위는 본격적인 자료 수집과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평가위는 이날 당의 당무감사원에 의원들의 지역활동평가를 위한 당무감사 실시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역의원들의 공약이행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공약이행실적 양식을 각 의원실에 보낼 방침이며 당 원내행정실로 소속의원 의정활동 자료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가위는 평가결과 누출과 조작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의원명을 암호화해 평가하기로 했으며 업로드만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평가결과를 미리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25일부터 51명의 당직자를 투입해 전국 17개 시·도당과 246개 지역위원회에 대한 당무감사원의 조직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 지역활동은 전체 현역 평가 배점의 10%를 차지한다. 

당무감사원은 3주 동안 각 조직이 당의 강령과 기본 정책에 맞는 활동을 하는지, 당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며 현역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은 지역의 경우는 감사 결과를 평가위에 전달할 방침이다. 

당규에 따르면 평가위는 내달 28일까지 국회의원 평가를 마무리해야 하며 평가 결과는 열람 없이 밀봉해 공천기구에 전달하게 된다.

이처럼 평가위가 본격 가동됐지만 당 내에서는 현역 의원들을 일률적인 잣대로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25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든 30%든 상당한 정도의 로테이션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전국의 모든 선거구마다 형편이 모두 다르다. 현역의원들을 교체하는 것을 천편일률적으로 대학시험 보듯이 (평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그게 선거를 잘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당하는 사람이 납득 할 수 있는 방법이라야 한다. 억울한 사람이 나오면 신뢰도가 떨어지고 객관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굉장히 정교하고 세밀하게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의원도 17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를 해서 공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제가 평소에 주장하는 소신이다”며 “그러나 하위 20%를 무조건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한다라고 하는 인위적인 배제는 적절치 않다.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그건 정말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면서 “의원들 스스로 기준을 정해서 평가했으면 좋겠고 하위 20%를 무조건적으로 정리하는 것보다는 의원들이 정한 기준을 공천심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해서 적절하게 공심위에서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게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던 비주류측 의원들은 ‘하위 20% 물갈이’ 기준이 자신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데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위 20% 해당하는 의원들이 평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반발할 경우 무더기 탈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무더기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당 밖의 천정배 신당이 탈당 의원들을 흡수해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친노계나 주류 의원들은 하위 20% 공천 배제에 대해 걱정을 안 하고 있는데 자기들은 안 잘리겠지 하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비노계, 비주류 의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상당하다”며 “주관적 잣대가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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