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홍역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 6월26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메르스 임시 진료소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 2015년 대한민국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홍역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 6월26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메르스 임시 진료소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2015년 대한민국 여름은 ‘메르스’로 기억될 것이다.

올 한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12월24일 0시부로 공식 종료됐다. 5월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공식 종료 218일 동안 1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그 중 38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은 20.4%에 달했다. 중동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1만6752명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사회에서 격리됐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라 첫 환자 발생 이후 7개월여 만에 공식 종료되기까지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메르스는 우리의 취약한 방역 체계를 민낯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정부의 메르스 병원 비공개 원칙, 부실대응 등으로 메르스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첫 확진 환자 이후 수십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약 3주 만에야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명을 전면 공개했다. 이미 상황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메르스 합동조사단은 “병원명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해 사태가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비공개 원칙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정부의 초동대처는 미흡했다.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접촉자에 대한 격리의 법적 근거도 모호했다. 격리 대상자의 사회적 차별도 문제였다. 국민은 불안에 떨었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사회 갈등을 양산했다. 특히 정부의 발표에 신뢰를 잃은 일부 감염자들은 시민의식이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격리된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나오거나,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지속하기도 한 것이 그 예다.

무엇보다 병원 종사자들이 잇달아 감염됐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공포감을 극대화시켰다. 실제 감염자의 21%가 의사와 간호사였다. 아울러 국내 최고 병원 가운데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절반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우리 병원에 대한 자부심을 스스로 깎아내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메르스가 끼친 사회·경제적 피해는 수조원에 달한다. 메르스 탓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6~9월 넉 달 연속 마이너스 양상이었다. 11월까지 전년대비 7% 감소 수치를 기록했다. 관광산업 피해액만 2조6500억~3조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11조6000억 원 규모의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한국판 블랙플라이데이’ 정책까지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종 감염병 사태로 곤욕을 치른 정부는 방역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국가 방역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새롭게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급(실장급) 기관장인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인사권과 예산권도 일임하게 된다. 감염병 방역의 컨트롤타워로 격상된 것이다. 전문인력인 역학조사관도 대폭 확충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관련 법안만 30개가 넘게 쏟아졌다.

또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제기되자, 경증환자의 응급실 진료비를 대폭 인상키로 했다. 병문안 문화 개선에도 메스를 댔다. ‘한국식 병문안 문화’가 안전 불감증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전체 감염자 3분의 1 이상인 64명이 문병 감염자였다. 정부는 병문안이 환자 치료나 회복에 바람직하지 않고, 환자나 병문안객 서로에게 감염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기로 했다. 국민 스스로 병문안 자체를 자제하도록 권고키로 한다는 얘기다. 불가피하게 병문안을 해야 할 때 지켜야 할 기본수칙도 마련했다.

국내 메르스 유행은 일단락됐지만, 방역당국은 신중하다. 중동 지역에서는 메르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감염병의 해외 유입 가능성을 막기 위한 근본적 방역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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