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와 식물국회

 

<조선일보>가 법안 하나 양보했다고 '식물 국회법' 그대로 둘 순 없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더민주당이 21'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지만’, ‘동물 국회 막아보자고 만든 법이 식물 국회가 됐다며 국회선진화법 조속 개정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역시 국회선진화법, 19대 국회가 책임지고 바꿔라제목의 사설에서 현재재의 국회 상황을 동물국회에서 식물국회로 변했다고 주장한다. <동아일보>정의화 의장, 총선 선진화법 改正에 정치생명 걸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 의장이 명예를 안다면 정치생명을 걸고 총선 전에 서둘러야 19대 국회 안에 국회선진화법 수술을 해야 한다고 겁박하였다. <한국경제신문>도 사설에서 무기력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경제를 더욱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누더기 원샷법 아니라 국회선진화법부터 고쳐라고 주장했다.

 

자본언론들은 국회를 동물농장이나 풀밭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정치상황의 문제를 국회선진화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대하는 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지금의 정치상황은 박근혜정권이 경제민주화를 통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던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은 내팽개친 채 재벌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법, 자본의 청부입법을 밀어붙임으로써 발생한 문제인데 이를 국회선진화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매우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노동문제만 하더라도 선거 당시의 공약이 공공부문에서 임기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밀어붙이는 법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커녕 노동청에 민원을 하러 간 알바노동자 57명을 연행할 정도로 가혹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법이 통과 안 돼서 문제라면서 행정지침을 통해 저성과자 정리해고와 취업규칙불이익변경요건 완화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누리예산의 경우도 시행령으로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동물국회와 식물국회 문제의 본질은 삼권분립에 기초한 헌법적 질서를 무시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밀어붙이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국회선진화법은 매우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조선일보>보육, 현행 예산 범위 내에서 사용처 못 박는 구조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앙정부와 교육청들은 총 4조원대(유치원 19000억원, 어린이집 21000억원)의 예산을 놓고 벼랑 끝 싸움을 하고 있는데 교육청들이 교부금을 마음대로 용도 변경한 뒤 보육 예산이 없다고 뻗대고있으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사용처를 못 박아야한다고 강변한다. 저출산과 보육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정부가 금년도 예산의 1%도 교부하지 않은 채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본질인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조선일보>外貨 매일 빠져나가면 외환보유액 3679억달러로도 안심 못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환보유액 가운데 당장 꺼내 쓸 현금성 예치금은 3.6%에 불과하고 93.8%는 채권·주식 등에 투자돼 있어 비상 국면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돈의 비중이 1년 전에 비해 늘어나기는커녕 줄었다외환보유액 중 현금 비중부터 선제적으로 늘리고, 급속한 달러 이탈을 막을 대책도 마련하고, 미국, 일본과 통화 교환 협정을 다시 맺는 것도 중장기 과제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글로벌 자본유출신호탄에도 정부는 변죽만 울리나제목의 사설에서 지난해 한국 중국 브라질 등 30개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은 7350억 달러(900조 원)2014(1110억 달러)7배 수준이었다외화채권 발행이나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도 미리 쓸 수 있는 카드이고, 기업 지원 분야에선 기업활동과 관련된 모든 족쇄를 푸는 빅뱅이 필요하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중국발 금융시장 패닉 한국 전염 차단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본이동 속도 조절을 위한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거시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는 주로 지나친 자본 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중 채권 투자 과세 제도는 적절히 손질해 자본 유출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며, 3700억 달러 가까운 외환보유액만 믿지 말고 금융기관과 기업의 외화유동성 위험에 대한 방파제가 충분한지도 긴급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MF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자본시장이 개방화된 상태에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자본의 유출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본의 파고가 몰아치고 자본유출이 시작된다면 외화보유고 3679억 달러로도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채권보유비율이 높고 현금화할 수 있는 달러보유가 낮다는 점에서 금융자본의 유동성이 급속하게 진행될 경우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초부터 시작된 금융시장개방은 1995OECD조기가입으로 가속화되면서 IMF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인 금융시장개방을 통한 금융화, 유동화를 통해 진행하였다. 한미FTA 비롯한 주요 개방정책의 핵심도 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세계금융위기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자금이 빠져나갈 때는 금융뿐만이 아니라 제조업,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처방이야 해야겠지만 경제구조를 내실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나가야 한다.

 

<중앙일보>학대의 대물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청소년 강력범 등 잠재적 폭력 고위험군 집단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과 관리’, ‘예방 교육을 통해 성장 과정에서 겪은 폭력과 따돌림이 아동학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인성교육 차원에서 부모교육을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임시처방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런 제도가 시행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데 한계가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빈부격차와 양극화, 부채증가와 빈곤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치유방식은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상품권 ''으로 전락한 성남시의 소위 청년배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누리과정 보육대란에 이어 성남시의 상품권 깡 사태까지 복지 포퓰리즘의 파열음을 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알바비정규직, 청년실업, 학자금대출과 신용불량자 신세는 물론이고 저출산과 한국경제 성장동력의 상실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단초로서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노동자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국가재정을 마련하려는 신자유주의 자본가정부는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몰아간다. 자본언론이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한국경제신문>보름만에 수폭도발 다 잊고, 또 신뢰 프로세스 타령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의 올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중 북한은 남한이 신뢰와 대화기조 병행하니 우습게보고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는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거기다 최대 아킬레스건이자, 국제적인 경제 제재와는 정면 배치되는 모순덩어리가 바로 개성공단이라며 폐쇄하라는 식의 주장도 했다. 남북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적대적 관계라 하더라도 대화를 봉쇄할 수는 없다. 그나마 대화의 창구이자 평화지대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까지 폐쇄하라는 압박을 하는 것은 전쟁을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매일경제신문>서비스 기본법, 더 미루지 말라는 업계의 절박한 호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새누리당이 어제 국회에서 병원과 여행사, 프랜차이즈 등 서비스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는데 ‘1483일째 국회에 잡혀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 압박을 위해서라고 했다. 서비스기본법은 서비스업종사자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 그리고 서비스업자 등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업계의 입장만 강조하며 입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법 제정의 원칙이 아니다. 사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18`민생 입법 촉구 1000만명 서명운동`에 동참한 후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재계 전체로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정말 국민의 대통령이라면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 한 쪽의 목소리만 듣는다면 단체 대표일 뿐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정말 대통령이 직접 길거리에 나와서 자본가들과 어깨띠를 두르고 법통과를 위한 서면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정부는 경제단체로 취급하는 것이 될 것이다.

 

(조중동한매 사설 비평, 20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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