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천만 서명운동에 응답해야” 전면전, 김종인 “총선과제, 낡은 경제세력 심판”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13 총선의 명운(命運)을 건 승부처를 ‘경제이슈’에 맞췄다. 4년 전 19대 총선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으로 ‘경제민주화’를 함께 이끌던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는 적(敵)으로 돌아서 자신의 칼끝을 서로에게 맞췄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경제현안과 각종 법안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는, 보다 정확하게는 ‘야당 심판론’을 제기해 놓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 청년실업 가중, 가계부채 폭증, 정부 재정적자 누증, 기업부실 증가 등 각종 경제 악재를 이 ‘야당 심판론’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뜻이 담겼다.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꺼내든 것이 ‘경제심판론’이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해온 더민주가 ‘경제 심판론’을 간간히 꺼냈었지만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 않은데다 국민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위원장의 ‘낡은 경제세력 심판론’에 거는 기대가 과거에 비해 사뭇 진지하다.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직은 전초전에 몸 풀기 정도이나 총선 투표일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양쪽의 공방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불만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데 역점을 둘 것이고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약속 위반’을 부각해 역공을 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당 심판론’을 재차 제기하면서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지난달 29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가 무산된 것을 지적하면서 “국민들께서는 여야가 국민 앞에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 사항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실 것”이라며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 운동에까지 이르는 국민들의 간절한 부름에 지금이라도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0만 명이 넘는 분들이 민생 구하기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민의를 전달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치권은 대답이 없다”며 “지금 대통령인 저에게는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져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원샷법을 지난 1월 29일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도 그 약속을 깼다”며 “과거 IMF 위기 때 경험했듯이 제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와 소중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금융기관 부실이 늘어나고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 커다란 충격은 물론 그 대가를 국민 모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야당을 공격했다.

또 박 대통령은 자신이 참여한 경제입법 서명운동과 관련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민생구하기 천만 서명운동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국민들의 애절함”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의 저력이 우리나라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국민동원’을 통한 총선 경제 전면전을 예고했다.

박대통령 “천만 서명운동” 전면전, 김종인 “총선과제, 낡은 경제세력 심판”

이러한 박 대통령의 ‘경제실패 야당 책임론’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결기도 간단치 않다. 비대위 출범 다음 날인 1월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60년사 출판기념회’에서 이번 총선이 ‘낡은 경제세력 심판’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의 첫 번째 과제로 ‘민주주의 역행 저지’에 이어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현재 매우 어렵다고들 얘기 하고 있다. OECD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 나쁜 것은 다 1등이고, 좋은 것은 다 꼴찌”라며 “더민주가 국가경제를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경제를 살려 달라, 민생을 살려달라는 국민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합할 때이다. 경제를 살리는 일이 바로 시대적인 과제”라며 “경제 불평등과 싸울 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관문은 이번 총선이다. 낡은 경제 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비대위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야당 심판론’에 대해서도 “선거에서 야당과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이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에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면서 “오늘날 경제가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부 자체의 경제 정책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입법이 지지부진한 것도 여당이 지나칠 정도로 자기네 입장만 고수를 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주장한대로 경제활성화법 여러 가지를 통과시켜줬다”며 “그러나 그 영향은 미미한 정도였고, 경제가 크게 향상되지도 못했다”고 작금의 경제실정의 책임을 정부여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경제 심판론’ 제기를 계기로 더민주는 당 차원에서 ‘심판론’ 확산을 통한 ‘경제 공세’에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전까지만 해도 정부여당의 ‘야당 탓’에 무기력한 면모를 보였지만 점차 정부여당의 공세에 맞설 전열을 점차 가다듬고 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정부여당 쪽과 김 위원장이 총대를 맨 야당 간의 ‘경제 전면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구조개혁의 성패는 입법에 달렸다. 정부가 마음껏 일한 후 결과로 평가받도록 기회를 달라”면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달라”고 박 대통령의 주장을 정부가 전폭적으로 뒷받침했다.

이러한 정부의 공세에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2일 국회브리핑을 통해 “경제입법과 누리과정 예산 등 현안들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해 대국민 담화까지 자처하는 정부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 선동 정치에 열 올릴 시간에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대응할 대책을 모색하고 민생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반격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유 부총리가 ‘노동4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억지주장을 접으라’고 말한데 대해 “‘파견근로자법’은 고령자 327만6천명과 고소득 전문직 68만9천명, 뿌리산업 종사자 42만명 중 418만명의 근로자들에 대해 파견근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현행 파견허용대상인 470만명까지 합하면 전체 사업체종사자 1,621만명의 절반 이상인 54.8%를 파견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반박했다.

더민주의 이러한 대응은 출발선에 서 있는데 불과해 보인다. 총선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경제민주화’와 ‘박근혜 정부 경제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국면이 가까워질수록 박 대통령의 ‘경제침체 야당 책임론’과 김 위원장의 ‘경제 실정 심판론’ 간의 대결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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