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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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오는 18일 영화 ‘동주’가 개봉한다. 영화 ‘사도’로 큰 사랑을 받은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이자 강하늘(윤동주 역)-박정민(송몽규 역)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동주’는 특별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윤동주와 상대적으로 덜 기억되는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동주’의 흐름에서 윤동주의 시가 흘러나온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가혹한 신체실험을 받는 장면 비중은 높지 않다. 흑백으로 처리해 생각할 여윤이 많다. 영화 ‘동주’를 통해 강하늘-박정민-이준익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언론시사회 발언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다음은 강하늘 일문일답. 

▲ 영화 ‘동주’가 흑백영화로 제작됐다. 
- 원래 집에서 흑백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지인들이 출연했던 <지슬>이나 <쉰들러 리스트> 등 흑백 영화들을 찾아보고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왜 내가 컬러 영화를 두고 흑백영화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이번에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그 장점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흑백영화는 다른 것에 시선이 가지 않고 인물에만 시선이 가게 한다. 모니터를 보면서 눈썹의 움직임, 눈 깜빡임, 입술 움직임 등이 컬러 영화보다 훨씬 눈에 잘 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점들을 역이용하면 조금 더 효과적인 표현이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소설처럼 흑백영화는 머릿속에서 상상을 컬러풀하게 할 수 있고 과거와 현재 시점을 이동하면서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완성된 영화를 오늘 처음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 영화가 흑백영화라는 것은 어느새 잊히고 내 마음대로 색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점이 흑백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 ‘동주’ 속 윤동주는 어떤 인물인가. 
- 내 무의식 중에 윤동주를 굉장히 거대하고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동주’ 대본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윤동주도 나와 같이 질투, 열등, 패배감, 승리감 등 여러 감정을 느끼는 젊은이였다는 것이다. ‘동주’ 대본이 그런 면에서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내 머리 속 윤동주 시인은 순결하고 고결한 이미지뿐이었는데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기에 ‘동주’를 선택하게 되었다.
윤동주를 영화화하는 것은 최초라고 들었다. 그런 작품 속에서 내가 윤동주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중압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내 속에서 만들어진 윤동주의 거대한 환상을 정말 소박한 모습들로 보여주면서 마음속에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 대본이 정말 좋았다. 

▲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가 시집을 내지 못하고 형무소로 끌려간다. 촬영할 때 어땠는가. 
- 그 장면을 대본으로 읽었을 때도 안타까웠다. 지금은 평면의 스크린 안에 (시집 발간을 눈앞에 두고 끌려가는 장면이) 있지만 저 장면 안에 들어가 있을 때 음, 잘 모르겠다. 깊게 감정에 들어갔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눈앞까지 와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아서 취조실에서 서명을 강요당하는 장면보다 더 안타까웠다. 윤동주가 옥사한 후 한참이 지난 후에 시집이 발간됐다. (죽을 운명적) 상황을 예감케 하는 대사, 쿠미가 “먼 길 가시나봐요”라고 물어보는 말이 그 말이 그렇게 슬펐다. 

다음은 박정민 일문일답. 

▲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인물에 푹 빠진 것 같다. 
- 캐스팅 된 순간부터 촬영 끝나는 날까지 오직 형무소 장면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매일이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제작보고회 때도 언급했지만 윤동주, 송몽규 묘소에 찾아간 적이 있고, 영화에 등장하는 묘소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은 것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도와달라는 마음으로 북간도를 찾아갔다. 그 앞에 서서 도움을 청하고 절을 올리려는 마음으로 갔다. 어렵사리 묘지에 도착하자 ‘내가 이 분들에게 무슨 도움을 받겠다고 여기까지 온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해서 이 분들을 도와드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도움을 청하는 것이 너무나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형무소 장면을 촬영할 때 초라한 묘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너무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단순히 결과물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세대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송몽규 선생님의 묘소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 송몽규는 윤동주가 시인으로 남길 바랬던 것 같다. 
-  송몽규가 윤동주를 시인으로 남게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송몽규에게 윤동주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가족이고, 정말 좋아하고 인정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동주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 같다. 내 상황에 대입하자면 내가 위험한 일을 하는데 여동생을 위험한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것과 같다.

다음은 이준익 감독 일문일답. 

▲ 흑백영화로 작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 처음부터 흑백 영화를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컬러로 찍으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다. 이유는 우리가 기억하는 윤동주 사진 속의 흑백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제시대를 재현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는 것은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의 시를 읊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 영화 속 내레이션 같은 시가 내레이션으로 안 들린다. 내레이션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이 들어가거나 내면의 독백 같은 것이지만, 시는 70년 전에 탄생한 것이라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기에 영화적 정서를 전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선택하게 되었다. 

▲ 윤동주와 송몽규를 선택한 이유는. 
- 윤동주는 과정은 보잘것없으나 결과가 좋은 사람이다. 48년 뒤에도 그의 시가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지 않은가.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영화에서 보듯 과정은 훌륭하다. 영화 속 송몽규의 선택, 행동은 80% 정도는 실화다. 평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정이 아름다웠던 인물이 무시되고 잊혀지는 역사를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고 결과가 아름다웠던 동주를 통해 과거의 가치인 송몽규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였다.

▲ 전작 ‘사도’와 ‘동주’ 모두 비극이다. 비극의 감정에 집중하는 이유는. 
- 모든 인생은 비극이라고 어떤 철학자가 말했다. 그 이유는 결국 모든 사람은 죽기 때문이다. 비극은 반드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의지가 있다. ‘사도’, ‘동주’도 마찬가지다. 비극을 아름답게 찍은 것은 비극을 함몰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더 아름다운 비극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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