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시원찮은 사람 잘라내야” 김무성 “공천 관리만 하라”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와 현역물갈이론을 표방하는 이한구 공천위원장간 공천 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와 현역물갈이론을 표방하는 이한구 공천위원장간 공천 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또다시 공천 전쟁이다. 한동안 공천룰 선정으로 진통을 겪었던 새누리당, 이번에는 공천관리위원장이 갈등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일 김무성 대표는 공천관리위원장에 4선 중진 이한구 의원을 임명했다. 일찌감치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계파를 떠나 ‘공정성’에서 큰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당초 이 의원이 공천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지도부에서 공천위원 1명씩을 추천해 공천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상황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위원장까지 맡을 경우 본인의 권한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같은 우려를 한 김 대표는 공천위원 인선에 대한 전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천위원장에 이 의원이 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의원은 공천위원장에 임명되자마자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추천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선추천제는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단수로 공천하는 것으로, 사실상 전략공천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제를 하지 않으면 당내 기반이 약한 우수한 사람들을 데려올 수가 없다”며 전략공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또 “현역 의원이라 하더라도 저성과자나 비인기자들은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면서 “상향식공천제도가 현역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용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4년간 원내대표도 지냈고 그 후에도 관심 있게 많은 의원을 관찰했기 때문에 국회활동을 어떻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 경험과 지식을 활용 하겠다”고 설명했다.

친박계인 이 위원장이 비박계 좌장이나 다름없는 김 대표가 공천개혁이자 정치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제에 대해 대놓고 견제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4‧13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공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파 간 갈등으로 심화될 조짐이다.

친박·비박 격돌

이 위원장의 ‘인위적 물갈이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곧바로 계파별 핵심으로 꼽히는 의원들이 찬반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의원은 한 때 전략공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의외이고 우려도 있다”고 밝히고 “저성과자나 비인기자에 대한 판단은 지역의 경선을 통한 지역의 유권자가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지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월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공천위원장은 당헌‧당규가 개정된 틀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천 관리를 해야 될 위치”라면서 “당헌‧당규상 상향식 공천 측면에서 대치되지는 않는지 본인이 좀 더 명확하게 인식을 가져야 된다”고 꼬집었다.

비박계 권성동 의원도 전날 이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공관위 구성도 되지 않았는데 누구 마음대로 저성과자를 배제한다는 말을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은 이 위원장의 공천 방침에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윤 의원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천 룰이 현역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도록 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현역은 배제하라는 것은 국민의 요구”라면서 “공천의 원칙을 말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불필요한 확대해석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 공천에 대한 당사자들의 이견 차이가 제일 크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1시간30분가량 공천관리위 관련해 의견을 나눴지만, 이견 차이만 확인했다.

김 대표는 이 위원장의 저성과자‧비인기자 배제 발언에 대해 “모두 정해진 룰에 따라야 한다. 개인의 의사를 가져다가 반영할 길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도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미 확정돼 국민 앞에 공표된 공천룰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이한구 의원은 공천룰에 대해 손 댈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수백 번 했고, 전국 도처에 현수막 수천 장을 붙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천룰은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현역 물갈이 방침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보면 ‘신망을 잃은자’ 이런 식으로 (규정돼 있다)”면서 “컷오프가 아니고 시원찮은 사람을 잘라낸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의 의견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수가 있느냐”고 반문해 갈등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제에 대해 “자격있는 사람을 상향식 공천해야지 자격 없는 사람을 하면 이상한 사람들, 지방 토호들 심지어 조폭(조직폭력배)도 될 수 있다. 상식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김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은 당헌·당규에 따라 100% 상향식 공천 원칙에 충실해야 하고, 공관위에서 별도로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해진 룰은 건들지 말고 ‘관리만 하라’는 것이 김 대표의 입장이다.

반면 이 위원장은 당헌·당규상 규정된 공천부적격자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저성과자나 비인기자 등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 실시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뜻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공천부적격자를 추려낸다고 해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상향식 공천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현역물갈이를 위한 전략공천을 표방하고 있는 이한구 위원장간의 강대강 충돌, 새누리당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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