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와우픽쳐스 제공>
▲ <사진=(주)와우픽쳐스 제공>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지난 2014년 10월 6일. 너무 늦었지만 영화 ‘귀향’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2002년 월드컵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을 때 조정래 감독이 영화 ‘귀향’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딱 12년만의 일이었다. 

많이 지체됐는데 더 시간을 끌었다. 지난 4일 영화 ‘귀향’ 기자간담회가 열렸고 오는 24일 드디어 개봉한다. 2014년 영화 ‘귀향’ 첫 티저 영상은 유튜브 169,344회 조회, 페이스북 약 2만2천 회 조회, 스토리 펀딩 624,779회 등 약 80만 회 이상 조회수를 올렸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로만 여겼을까. “발전하기 바쁜데 옛 아픔 꺼내 무엇 하나”라는 냉소적 태도가 그랬을까. 영화 ‘귀향’이 참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서 우리 곁에 왔다. 조정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세트장 안에만 가면 더 추워졌다”며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 명의 억울한 영령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오고 싶었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자간담회 발언을 통해 영화 ‘귀향’을, 더 나아가 20만 명의 위안부 할머님의 아픔을 공감해 본다. 

다음은 조정래 감독 일문일답.

▲ 영화 ‘귀향’ 속 은경(최리 분)은 어린 신녀로 등장해, 일제강점기 시절과 현재를 연결하는 인물이다. ‘과거의 문제가 현재에도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린 만신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리신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 그림을 통해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림 속 불타고 있는 소녀들이 타향에서 외롭게 돌아가셨다. 비록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다고 생각이 강했다. 세계에서 위안부피해 여성에 대한 얘기는 인권에 대한 문제다. 계속 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무녀를 통해서 먼저 타향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돌아온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다. 그래서 제목이 ‘귀향’이다. 

▲ 최근 해외후원자 시사회를 개최했다. 
- 지난 1월 22일부터 30일까지 미국 LA, 애리조나, 뉴욕, 워싱턴 등에서 해외후원자 시사회를 열었다. 정말 많은 교민들과 미국인, 정치인이 왔다. 미국인들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우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더라. 미국인들은 슬픈 영화를 본다 하더라도, 그 영화에서 받았던 감정을 울음이 나와도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잘 울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오열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문화다. 
그러나 영화 ‘귀향’을 관람한 제임스 로톤도 팰리세이즈 파크 시장님은 완전 펑펑 우셨다. 또한 “이 영화는 파워풀한 영화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전세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표현해 주셨다. 교민들께서는 이루 말 할 여지없이, 정말 많은 분이 보고 우셨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는가.
- 자신을 와세다 대학교에 다니는 일본인 여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분은 오열을 하시며 저를 계속 따라다니셨다. 계속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정말 몰랐다.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부끄럽고, 이 영화를 일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감사하게 메일을 보내 주셨다. 계속해서 영화 소식을 업데이트 해주시길 원하셨다. 
브라운대학에서 영화 ‘귀향’을 상영했을 때 거의 80%이상이 미국인들이었다. 브라운대 사무엘 페리 교수님께서 “이렇게 공고를 냈는데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영화를 본 것은 거의 처음이다”고 하시더라. 영화가 끝난 이후 간단히 Q&A를 준비했다. 그런데 질문이 많아서 1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슬펐다”고 표현하신 분도 계셨다. 정말 고마웠다. 

▲ 배우들의 재능기부가 돋보이는 영화다. 
- 손숙 선생님을 비롯해, 오지혜 선배, 정인기 선배, 최리 배우, 서미지 배우 등 많은 배우분께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출연을 해주셨다. 이번에 재일교포 분께서도 많이 참여해주셨다. 저는 일본어를 제대로 발음해서, 나중에 일본에 있는 분들이 보셨을 때 ‘영화적 공감’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꼭 네이티브 스피커가 필요했다. 재일교포 분들께서 정말 기꺼이 나셔주셔서,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참여해주셨다. 특히 정민 역을 맡았던 강하나 양은 재일 교포 4세이며 제주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차게 연기를 잘 해주었다.

▲ 영화 ‘귀향’이 완성되기까지 제작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 본격적인 촬영은 작년 4월부터 6월까지였다. 막상 촬영을 끝내고 보니 후반 작업비가 없더라. 저희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는데, 그런 와중에 할머니들께 광복절에 영화 상영을 약속드렸다. 할머님들께서 “영화 상영이 아니더라도 영상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 주셔서, ‘나눔의 집’ 8.15 행사 때 15분 분량의 미니다큐 형식으로 제작기와 영화 장면을 편집해 상영했다. 할머니들 앞에서 그 장면을 보여드릴 때, 기쁘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 가슴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었고, 저는 고개를 내내 숙이고 있었다. 할머니들께서 보시고 정말 많이 우시고, 많은 좋은 말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이후 후반 작업비가 부족한 부분들은 시민들께서 모금해주셨다. 후반 작업 감독님들도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말도 안 되는 진행비로 너무 애써주셔서,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들어주셨다. 

▲ 영화 속에서 위안소 세트가 등장한다. 역사적 고증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다. 아픔이 있는 장소라 제작진과 배우가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 저와 배우들, 제작진은 틈만 나면 ‘나눔의 집’ 역사관을 관람했다. 역사관 밑에는 위안소 실제 모델이 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기물들이 재현돼 있다. 기괴한 얘기 같지만, 놀랍게도 ‘나눔의 집’ 역사관에만 내려가면 여름에도 온도가 내려가고 한기가 있던 그런 공간이다. 그래서 저희는 증언집과 그러한 고증을 바탕으로 세트를 짓고 고사를 지내며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위안소 세트장 안에만 가면 더 추워졌다. 배우들, 제작진들이 너무 힘들어하셨다. 저희끼리는 ‘운기’라고 표현했다. 다들 강인한 사람들이었는데도 너무 많이 울었다. 그럴 정도로 다들 열심히 최선을 다해주셨다. 

▲ 영화 ‘귀향’을 관객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저는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 즉 제국주의에 대해 고발하는 의미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를 통해서 타향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땅에 함께 함으로써, 따뜻한 밥 한 술 올리고 싶었다. “비록 영으로나마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저는 ‘귀향’을 ‘치유의 영화’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치적인 이슈, 한일 간의 이슈가 아닌 하나의 휴먼 드라마로써 관객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46분의 할머니들이 치유 받고, 그 분들이 마음을 푸실 수 있고, 영령들로 계시다면 그분들도 마음을 푸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것 밖에 없다. 

다음은 배우 최리 일문일답. 

▲ 영화 ‘귀향’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 영화 ‘귀향’에서 은경 역을 맡았다. 불우한 사건을 겪은 후 신녀가 됐다. 토향에서 죽어간 위안부 할머님들의 넋을 모시는 귀향 굿을 하는 인물이다. 
저는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제안하셨다.  너무 큰 역할을 맡아서 처음에는 거절 했는데, ‘나눔의 집’에 방문해 강일출 할머니께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내가 꼭 해내야겠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해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참여했다. 보면서 많이 안 울 줄 알았는데, 볼 때 마다 계속 눈물이 나더라. 더 많은 사람이 봐서 이 영화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다음은 배우 서미지 일문일답. 

▲ 영화 ‘귀향’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정말 많이 울었다. 꼭 배우로서가 아니라, 어떻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렇게 뜻깊은 영화에 참여해서 정말 영광이다. 사실 영화를 찍는 내내 “영화를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국민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영화를 보게 되어 너무 감격스럽다. 극 중 나비가 날아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타향에서 돌아가신 소녀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아팠다. 

▲ 영화 ‘귀향’의 영희 역을 위해 어떠한 준비과정을 거쳤는가.
- 촬영 전에 감독님, 배우분들과 ‘나눔의 집’을 몇 번 방문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마주했을 때, 일본어를 구사하시면서 “영화를 꼭 만들어달라”고 우시면서 말씀하셨다. 아직까지 일본어를 다 기억하고 계신 점에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제 두 손을 꼭 붙잡고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작품에 꼭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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