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최근 영화 ‘검사외전’ 흥행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강동원 연기 변신-믿고 보는 황정민 콤비가 일군 성과’라는 견해가 앞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크린 점유율을 끄집어 낸다. 1천만 흥행 영화가 탄생할 때마다 나온 ‘단골 이슈’다. 현재 한국영화는 도약의 시점에 서 있다. 제작비 100억 원 시대가 열렸지만 여배우 입지가 넓지 않다. 한국 영화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어떻게 봐야 할까. ‘모 아니면 도’ 식의 불편한 시각을 거두면 색다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폴리뉴스는 장문일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15년 전체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1064개의 스크린수를 확보한 영화 ‘베테랑’은 약 1천3백만 명을, 1519개의 스크린수를 확보한 ‘암살’은 약 1천2백7십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베테랑’보다 더 많은 스크린 수 1843개를 확보했지만 약 1천49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인사이드 아웃’은 스크린 777개로 약 496 만 명을, ‘인턴’은 496개 스크린으로 약 360만 명을 확보했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1,113개 스크린으로 약 324만 명을 끌어모으는데 그쳤다. 스크린 수와 관객 수가 꼭 정비례하지 않고 ‘역주행’한(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흥행몰이에 성공) 영화도 꽤 된다는 얘기다. 

또한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 80억 원 이상 총 제작비가 투입된 17편은 26.1% 추정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총 제작비 52.3억 원~80억 원 미만인 작품 17편은 추정 수익률 -22.2%, 10억 이상~평균 제작비 미만 작품 31편은 추정 수익률 -56.9%, 10억 원 미만 작품 8편은 추정 수익률 -42.4%를 기록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관객의 속뜻은 무엇일까. 남자배우-통쾌한 액션 영화의 출발점이 유리하지만, ‘무조건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작비도 무시하기 힘들지만, 개성만점 소재 영화가 예상외 대박을 쳤다. 

장문일 감독은 “한국 영화 1천만 관객 시대가 열린 것은 관객이 좋아하고 즐기는 영화가 있다는 뜻이다”라며 “그래도 ‘영화 제작 규모가 어쩔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장문일 감독은 “한국 영화가 장르 별로 정착해가고 있다”면서 “여배우가 활동할 수 있는 영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관객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에 초점이 쏠릴 수 있죠. 액션 스릴러 영화가 흥행하다 보니, 이 장르에 맞는 배우가 왕성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무뢰한’의 전도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배우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감독으로, 여배우가 많이 활동하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몇 작품의 결과만 가지고 ‘여배우를 통해서 흥행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장문일 감독은 “여배우의 비중이 큰 멜로가 ‘좋은 작품’이라면 관객은 당연히 볼 것이다. 여배우 비중이 큰 영화가 흥행한다면 상황은 금방 바뀔 것이다. 현재 액션 스릴러 장르와 남자배우 집중 현상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장문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돼지같은 여자’에서 사랑에 집착하는 유자 역을 완벽히 소화한 최여진<사진=아이필름, CGV아트하우스 제공>
▲ 장문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돼지같은 여자’에서 사랑에 집착하는 유자 역을 완벽히 소화한 최여진<사진=아이필름, CGV아트하우스 제공>


장문일 감독 역시 지난해 멜로 영화 ‘돼지같은 여자’를 개봉했다. 황정음, 최여진, 이종혁, 박진주가 출연한 멜로 영화다. 자연 그대로를 담은 영상미에서 생생함이 느껴지고, 특히 최여진의 변신이 돋보였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세련된 도시녀’고 비친 최여진은 정반대 이미지를 쌓았다. 최여진이 맡은 유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광적으로 집착한 캐릭터였다. 장문일 감독의 ‘돼지같은 여자’는 배우 최여진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다. 장문일 감독은 “영화는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는 즐거움이 있다. 장선우 감독은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정선경을, ‘꽃잎’에서 이정현을 발굴했다”고 귀띔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여배우가 감독의 혜안에 의해 스타덤에 올랐다. 스크린을 정복한 여배우가 텔레비전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맹위를 떨쳤다. 현재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쌓은 여자 연예인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데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중에서 몇몇 여자 연예인이 스크린에 진출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영화는 새로운 실력파 여배우를 키우고 있다. ‘한공주’-‘손님’의 천우희, ‘경성학교’-‘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그놈이다’의 이유영, ‘극적인 하룻밤’의 한예리가 연기의 귀재로 떠올랐다. 이중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반전 인물’ 윤랑 역을 소화하는 한예리는 이목을 끌고 있다. 

장문일 감독은 “‘돼지같은 여자’에 출연했던 배우 최여진은 액션 연기에 관심이 많다. ‘액션 영화 시나리오를 꼭 써달라’는 연락을 종종 해온다”라며 “관객은 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계속 담아낸다면 관객은 싫증을 느낄 수 있다. 영화도 배우도 새롭지 않게 되면 외면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돼지같은 여자’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재화 역을 맡은 황정음<사진=아이필름, CGV아트하우스 제공>
▲ 영화 ‘돼지같은 여자’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재화 역을 맡은 황정음<사진=아이필름, CGV아트하우스 제공>

이어 장문일 감독은 “‘돼지같은 영화’를 함께한 배우 황정음은 드라마 영향력이 굉장하다. 새로운 배우가 영화로 들어올 수 있도록 투자사와 감독 등 영화 관계자가 노력하면 좋겠다”라며 “이는 영화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곧 해결되리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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