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PD수첩' 캡처>
▲ <사진=MBC 'PD수첩' 캡처>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PD수첩'에서는 서민의 목숨까지 빼앗는 사채에 대해 알아본다.

23일 방송되는 MBC 'PD수첩' 1072회는 '사채의 덫 - 대한민국 대부업 보고서'을 다룬다.

작년 6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약 8천 7백여 개다. 이들 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사람은 약 260만 명에 이른다. 각 지자체의 대부업 관리 감독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미등록 대부업체의 관리체계는 미흡한 실정. 게다가 작년 12월 그동안 34.9%로 이자를 제한했던 대부업법의 시효마저 만료돼 금리 상한선이 없는 틈을 탄 불법 대부업자들의 기승이 우려되는 상황. 이에 'PD수첩'은 국내 대부업 운영 실태를 심도 있게 짚어봤다.

인권보다 재산권이 먼저인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 3월, 경기 파주경찰서에 '내가 딸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신고전화가 들어왔다. 경찰조사 결과 피의자인 김모 씨는 딸을 살해하고 본인도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해 자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김 씨의 지갑 속에는 각종 독촉장이 들어 있었다.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린 김 씨가 대부업체로부터 빌려 쓴 천 오백만원의 빚 때문에 독촉에 시달린 것. 결국 김 씨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도심 번화가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던 박혜영(가명)씨. 어느 날, 그녀를 찾아온 사채업자는 친척의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 계약서를 내밀고 작성을 강요했다. 몇 달 뒤, 그 친척은 가족에게 폐를 끼쳤다는 미안함과 항상 누군가 자신을 쫓는다는 불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결국 혜영(가명)씨는 사랑하는 친척과 운영하던 카페까지 잃었지만 사채업자들의 독촉은 계속 됐다. 

박혜영(가명) 씨는 인터뷰에서 "입금이 안 되면 전화가 계속 울려요. 끊임없이 울려요. 매장도 전화가 계속 울리고 그러다 보면 한순간에 들어와 있어요 매장에ⵈ 어느 분(사채업자)은 저한테 그랬어요. 그냥 업소에 가서 일해서 거기서 (우리 돈) 갚으면 된다고. 그게 무서운 거예요"라고 말했다.

음지의 약탈자들이 있다. 취재 도중 우리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대부 중개업체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제작진은 대부 중개업의 영업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업체를 잠입 취재 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 조건의 고객도, 이율이 더 높은 대부업체로 연결하라고 교육하는 업체 담당자. 중개업체는 많은 수수료를 받아내기 위해 서민들을 빛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대부중개업체 직원은 "금융(대부업)은 실적에 100% 잡힙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60%만 잡힙니다. 유니세프처럼 고객한테 '단 1%라도 저렴하게 해주겠어' 하다가는 망해요. 어떤 고객이 300만원 필요한데 저축은행도 (대출승인)나고 사금융도 나면 어디서 받는 게 낫겠어요? 사금융이죠"라고 말했다.
       
협박에 시달리며 살인적인 이자를 지불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왜 사채를 쓰게 된 걸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이 은행권 대출을 받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걸까. 제작진은 서민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은행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봤다.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라고 하니, 소득을 증빙할 자료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직원.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대출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제1-2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소득, 저신용자들에게 합리적인 이율을 제시하며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현정(가명) 씨는 "정부가 저신용자 된다고 했다가 거기서도 안 되면, 대한민국에서 저를 대출해주
는 데가 없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사채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거기는 신용등급을 보지는 않거든요 ⵈ 어쩔 수 없이 살려고 썼다가 그게 죽는 길인지 모르고 쓰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4주 간 제작진이 취재하며 본 것은, 그야말로 ‘빚 권하는 사회’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막다른 길에 몰린 서민들에게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불법 대부업자들이 숨어 있었다.

이젠 일본계 대부업체가 국내 시장의 주축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9월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총 대부잔액은 6조 5천억 원으로 전체 대부잔액의 5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자본시장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서는 높은 대부 이자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그 결과 2010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최고 이자율을 20%로 제한했다. 이와 비교하여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주던 한국은 또 다른 기회의 땅이었던 것. 국내로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하며 방송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국내 금융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쓰노미야 겐지 변호사는 "(일본은) 빚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 입법운동을 하고 금리규제를 엄격하게 정했어요. 하지만 (일본 대부업체가) 한국으로 옮겨 가서 또다시 나쁜 짓을 하고 있어요. 고금리 피해자를 낳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마음이 아파요. 한국 사회도 법적규제를 강화하면 빚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운동을 꼭 해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부업 등록제도도 허술하고 불법 영업에 대한 처벌도 크지 않은 현실이 불법 대부업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용 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어, 보다 합리적인 대출 제도에 대한 고민과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 

'PD수첩' 1072회는 근절되지 않는 불법 사채 시장의 실태와 그 부작용을 집중 취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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