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방통위는 미래부의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변경허가 사정동의 요청에 대비해 지역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부분을 심사한다. 이 부분은 지역채널 운영 계획의 적정성을 들여다본다.

케이블 방송의 지역성은 단순히 지역채널의 운영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채널 방송 플랫폼으로서 케이블은 78개 권역마다 각 지역의 특성 및 시청자 필요에 따라 다양한 채얼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 거대화되고 광역화된 케이블방송은 모든 권역에서 동일한 구성의 채널들이 송출되고 있다.
 
현재 케이블업체들은 지역성을 구현하기보다 전국사업자인 인터넷TV(IPTV)사업자와 경쟁에 더 집중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본연의 업무를 도외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 단위까지 구체화된 지역성의 구현이라는 당초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2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인수합병 설명회에서 이형희 MNO 총괄은 “SK텔레콤은 지역성에 대한 부분은 IPTV 사업을 운영하면서는 고려하지 못했다. 새롭게 우리들이 생각하는 지역성에 대해 많이 배워나가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와 논의하면서 지역, 문화 등 지역민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역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재난·재해 ▲사건·사고 ▲날씨 정보 ▲구인구직 정보 등 다양한 지역 친화적 프로그램을 확대 제작 및 편성을 통해 지역방송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총괄도 인정했듯 당시 시점까지 전국망인 IPTV를 운영하면서 지역 특성을 살린 콘텐츠 제작에 대한 부분은 미미했다.SK텔레콤 입장에서 모든 부분을 세세히 공개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현재까지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하다.

더욱이 재난·재해, 사건·사고, 날씨, 구인구직 중 구인구직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은 이미 전국망에서도 송출하고 있어 지역특색만을 살린다는 취지에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합병으로 그나마 미약한 지역채널은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지역기업들을 위한 언론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성이라는 공적 책무의 수행을 인수 합병된 시장에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CJ와 달리 건설, 유류, 유통 등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을 수행하는 개별기업인 SK의 지역채널은 유사보도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작용하고 있어 SK텔레콤이 단순히 선언만이 아닌 진정성 있는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한 SK가 지역 채널 이외의 지역생활정보채널을 별로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은 직접사용채널 운용규제와 충돌한다. 통합방송법 개정안에는 지역채널 외 유료방송 사업자의 직접사용채널에서는 방송프로그램안내와 공지사항을 제작 편성 및 송신하는 공지채널만을 운용할 수 있다 결국 SK의 합병법인은 23개 권역 내 지역채널을 운영할 수도,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수도 없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방송프로그램의 범위를 시행령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등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안정장치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며 공정성과 지역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1년 동안 3200억 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계획 중 어디에도 지역 뉴스 펀드 조성, 지역 미디어 발전 기금과 같은 지역 미디어와 콘텐츠를 위한 계획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차피 수익이 나지 않고 지금과 같이 형식적으로 운영할 지역채널이라면 정부가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지역성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합병 반대 측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415만 가입자로부터 얻는 현재의 수익을 단순히 이전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며 “과거 KT가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들의 이전 가입을 유도했던 것처럼 IPTV로의 가입자 증가 영업에 나설 수 있으며 무선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를 높이려는 전략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밝힌 케이블 부문 투자계획은 디지털 전환과 같이 CJ헬로비전이 추진해왔던 계획의 연장이거나 초고속인터넷망의 품질개선을 통해 VOD와 같은 비실시간 방송 상품, 또는 기타 부가서비스의 판매를 확대하려는 계획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실제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일부 증권사에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CJ헬로비전의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망사입자가 IPTV와 케이블까지, 전국사업자가 지역별 방송사업까지 인수합병한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고 그만큼 우려가 많다”며 “유사보도를 활용해 재계 3위 재벌인 SK와 친밀한 특정 정치인 및 정치 세력과 결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편파적인 정치여론 형성이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케이블TV의 특성인 지역성을 담보하며 중립적인 자세를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대한 SK텔레콤과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심도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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