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김광림호 출항…화합·혁신 '발등의 불'

새누리당 정진석 당선인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20대 국회 1기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경합을 벌였던 나경원 의원에게 위로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새누리당 정진석 당선인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20대 국회 1기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경합을 벌였던 나경원 의원에게 위로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후보들이 3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계파 문제와 관련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나경원‧유기준‧정진석 후보는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 상호토론 등을 2시간 이상 이어가며 열띤 경쟁을 벌였다.

특히 투표에 앞서 진행된 상호토론에선 각 후보 간 신경전이 과열돼,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토론이 30여분 더 진행되기도 했다.

◇ 정진석 "계파 프레임 옳지 않아" vs 나경원 "정 후보, 독립적으로 선거했으면 좋았을 것"

이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 후보는 앞서 나 후보가 "(정 당선인이) 지난 MB정부에서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당시 언론이 박근혜 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친박 인사를 파격적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나 후보가 얼마 전 기자들에게 (제가) 사실상 친박 후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나 후보가 계파 갈등을 자제해야 하는데 자꾸 계파 프레임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 후보는 "(정 후보가) 계파 프레임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정말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계파 프레임에서 자유롭기를 바랐다"며 "(아까 정 후보가 자신의 장점으로) 뚝심과 배짱을 말씀하셨는데, (이번 경선에서 정 후보가 계파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선거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나 후보는 "계파에 기대지 않는 모습만이 당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변화의 핵심은 계파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범친박계'로 분류되어 온 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나 후보는 정 후보에게 "(정 후보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파트너였단 말을 하던데, 지난 2010~2011년 당시에는 박 원내대표가 여당에 맹공을 퍼부어 (여야 간) 마찰이 극심했던 때"라며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정 후보가) 박 원내대표와 관계가 좋았을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는 "(제가 MB 정부에서) 정무수석으로 있던 2011년 12월 8일 여야가 (예산안) 합의를 처리해냈는데, 이는 김영삼 정부 이래 가장 빨리 처리한 것"이라며 "당시 정무수석으로서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등 여야 인사들을 잘 조율했기에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후보(왼쪽)과 정진석 후보(오른쪽)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나경원 후보(왼쪽)과 정진석 후보(오른쪽)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정진석 "유 후보, 친박 여부 정확히 말하라" vs 유기준 "친박 단일후보라 말한 적 없어"

정 후보는 유 후보를 향해서도 계파문제를 언급했다. 정 후보는 "유 후보께선 (홍문종 의원과 원내대표)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다음날 홍 후보가 안 하겠다고 하니까 (본인을) 친박 단일후보라고 규정하면서 (본인에 대해) '탈계파', '무계파'라고 선언하셨고, 오늘 이 자리에선 다시 '친박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자신이 친박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말씀해 달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유 후보는 "(정 후보는)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질의하라"며 "홍 의원을 만나 홍 의원이 선거에 안 나가고 저는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입장정리 한 뒤 헤어졌을 뿐"이라고 강조한 뒤, "언론에서 하도 (저한테) 전화가 와서 아예 (언론과는) 전화를 안 했는데, (언론에는) 그와 관련해 제가 마치 친박 단일 후보라고 말한 것처럼 나와 있더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앞서 나 후보와의 토론에서) '친박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은 마치 출생, 본적, 부모 이런 것을 바꿀 수 없듯이 (친박이라는) 출신을 갑자기 바꾸긴 어렵다는 얘기였다"며 "사는 곳이 달라지면 주소는 옮길 수 있다. 저는 '탈계파'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실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 후보는 나 후보처럼 정 후보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친분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후보는 "(정 후보가) 예전에 여야 협상 관계에서 박 원내대표와 친분이 있어 유리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국민의당 뿐 아니라 더민주와의 협상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정 후보는)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의원을 하신 적이 없다"며 "앞으로 원내대표가 될 때 원내 구성을 둘러싼 야당과의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정 후보는 "(저는) 여야 협상과 관련해 (박 원내대표와의) 친분을 내세우거나 자랑한 적이 없고 다만 개인적 인연이 있을 뿐"이라며 "그 분(박 원내대표)과 저의 인연이 협상하는데 있어서 강점이 되면 됐지 약점이 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는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의원을 한 적이 없다'는 유 후보의 지적에 대해 "(국회)선진화법 이후 19대 국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국회)사무총장으로서 국회의 운영 과정을 봐왔다"며 "국회사무총장은 수석위원의 임명권을 갖고 있고 각종 운영 상황 및 구체적인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가 국회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친박 좌장'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20대 국회 1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출마한 '범친박계' 정진석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친박 좌장'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20대 국회 1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출마한 '범친박계' 정진석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나경원-유기준 상호 토론, 서로 봐주기였나?

반면 유 후보와 나 후보 간의 상호 토론 분위기는 앞서 정 후보와는 달리 비교적 차분했다. 나 후보는 유 후보의 경력을 원내대표 업무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유 후보에게 질문했고, 유 후보는 나 후보에게 야당과 어떻게 '협치'할지에 대해 물었다. 

이는 정치권 안팎에서 이들 후보에 비해 친박을 등에 업은 정 후보의 원내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것과 크게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상호 토론에서는 토론의 내용뿐만 아니라 질문 순서에 있어서도 두 후보의 정 후보에 대한 견제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유 후보와 나 후보 모두 정 후보에게 첫 질문을 던지며 정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경선에는 '자중모드'를 이어가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기권한 김용태 의원, 그리고 부친상을 당한 하태경 의원을 제외한 11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 결과 정진석-김광림  조가 69표를 얻어 과반인 60표를 훌쩍 뛰어넘으며 경선 없이 첫 투표에서 바로 당선됐다.

이처럼 이번 경선을 통해 친박계가 당내 주류로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향후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갖기 위한 도전에 나설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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