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소 전이기는 하지만, 20대총선 당선인으로 첫 사법처리 대상자이고, 본인도 봉투 받은 건 시인했으니, 국민의당에서는 최소한 사죄성명은 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죄추정원칙이나 구속적부심이 남아있기 때문인가. 안철수 대표가 지난해 정당혁신방안을 주장한 것 가운데, 부정부패나 수뢰혐의로 수사받으면 공천배제는 물론이고, 당적도 박탈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총선 전 8차선 대로 횡단보도에서 녹색 점퍼입고 사죄한다며 무더기로 넙죽넙죽 큰 절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뭣을 왜 사죄한다는 건지 영문도 모르겠는데 엎드려 있는 후보들 보면서 참담하고 민망했다. 사죄는 지금 같을 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죄송하다. 벌 받겠다”. 이 말이 그렇게 어렵나? “침 뱉는 것도 아까운 쓰레기”라는, 분노한 네티즌들의 성토를 국민의당 지도부들은 못봤는가, 안보는가.
이번 같은 사건을 볼 때 마다, “이런 사람들이 지역 출신 명망가 소리 들으며 국회에 진출하는 선거제도를 과연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차마 해서는 안될 근본적 회의가 들곤 한다. 오죽하면 그런 말도 안되는 회의를 하겠는가.
양당구도 타파에 새정치 운운하는 정당에서 이런 사람이 나온 것, 기 막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거판이라는 게 원래 아무리 너저분하다지만, 이런 사람들의 득세 관행이 구조화되다보니 정치혐오증이 커지고, 그 정치혐오증의 반사이익은 또다시 이런 사람들이 챙기는 악순환을 깨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국정치가 후진성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이번 20대총선 당선인의 1/3인 94명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내사중이라니 앞으로 제2, 제3의 박준영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 기존 범죄자의 새로운 범죄자로의 교체를 보는 유권자들의 분노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그 입으로 국민봉사와 정치생산성, 양당구도타파와 정치개혁을 말하는가.
차제에 수뢰 등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선거비용을 국고가 아닌 원인제공자나 그 소속 당에서 부담케 하고, 원인제공자 소속 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작업, 정치개혁을 누구보다 소리높혀 주장했던 국민의당이 앞장서기 바란다. 그게 유권자들께 그나마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것이다. 큰 길가에서 길 막아가며 큰 절만 해대지 말고, 관련 법 개정으로 진정성을 보이기 바란다. (이강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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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칼럼니스트
lkyprah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