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새로운 정치 말하지만 국민 마음까지 호소력 미치지 못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우리나라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경남 창원시성산구, 3선, 20대 국회 기준)가 약 3년 만에 국회로 다시 돌아왔다.

노 원내대표는 노동계 출신의 진보진영 ‘간판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7대 국회 당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처음 원내에 진출했으며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2013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으로 1년간 자격정지를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국회를 떠나야만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4·13 총선에서 진보 정치의 교두보인 경남 창원시성산구 탈환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여의도로 복귀했다. 최근에는 정의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는 최근 기쁨의 순간들 연속이었지만 당 차원에서 보자면 총선 성적표가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4석을 포함해 총 6석을 얻는데 그쳤다.

정의당이 목표로 두고 있던 제3당 자리는 국민의당에게 내줘야만 했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가능(20석) 의석수를 훨씬 넘는 38석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노 원내대표 16일 오후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대담형식으로 진행된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정의당이 국민들에게 제3당으로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이번에 정의당이 제3당으로 선택받아야하는데 국민들은 제3당으로 저희들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의당을 선택했다”며 “이에 대해 정의당 스스로 성찰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왜 우리가 선택을 못 받았나. 왜 많은 국민들이 교차투표를 통해서 제3당에게 표를 주려고 했는데 왜 그 표를 정의당이 얻지 못하고 국민의당이 그 표를 받았는지, 그리고 정의당이 지금보다 왜 더 많은 표를 얻지 못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는 “남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국민의당이 없었으면 우리가 잘됐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여전히 과거 진보 분열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들이 완전히 씻어지지 않았다는 측면이 하나 있다”며 “또 정의당이 새로운 정치를 말하지만 아직까지 그 호소력이 국민의 마음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 원내대표는 “들여다보면 옳은 말일지 몰라도 평소 국민에게 잘 들리지도 않고 또 들리게 할 만큼 유별한 전술을 쓰지도 못했다”며 “정의당에게는 당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는 특수한 전략과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얼마만에 다시 국회에 복귀한 것인가.
3년 만이다. 제가 19대 국회에서 10개월 만에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다시 20대 국회에 들어온 것이 정확하게 3년하고 2개월만이다.

“총선 결과, 박근혜정부 새누리의 오만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이번 4.13총선을 통해 20대 국회는 여소야대가 됐다. 새누리당은 180석 운운하다가 원내1당도 되지 못했다. 정치인을 포함해서 언론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지켜봤나.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다고 본다. 다만 이 결과가 여소야대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국민이 판단해서 만들어준 결과이지 정당이 잘해서 얻어낸 성적표라고 해석하기에는 과도한 점들이 있다. 사실 정당들이 이번에 만들어낸 판은 여소야대는 아니었다. 왜냐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굉장히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들은 단일화도 안하면서 결과적으로 심판의 대상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위험한 정치판을 정치권이 짠 것이다. 그것을 국민들은 투표로써 정정했다.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로 가지 않도록 국민들이 제1투표인 인물투표는 제1야당에게 몰아줬고 제2투표인 정당투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한다는 의미에서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에게 몰아줬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당선자와 지지 정당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지역구 당선자가 253명인데 절반이 넘는 당선자가 자기 지역구에서는 1등을 하고 정당투표에서는 1등을 못했다. 그만큼 교차투표가 심했다는 것이다. 교차투표는 국민들의 전략이었다. 절묘하게 정치권이 짠 판에 연연해 하지 않고 두 개의 표로 적절하게 심판을 내리는 전략적인 투표를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결과를 가지고 야당이 호평을 받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한 평가가 될 것이다.

“호남, 더민주 통한 정권교체에 연연하지 않는단 확실한 신호 보여줘”

-호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참패와 국민의당 석권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굉장히 민감하면서도 복잡한 상황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호남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더민주를 통한 정권교체에만 연연해 하고 있지 않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여준 것이다. 그만큼 더민주가 밀어주면 잘할 것 같다는 믿음을 못 주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민주를 통한 정권재창출이 확실한 것 같지 않다는 평가가 또다른 야당도 키워내는, 그래서 야당의 경쟁구도 속에서 가능성을 높여보자는 전략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한쪽은 낡은 세력으로 낙인찍고 한쪽으로만 갈 것이냐. 그것은 불확실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호남지역 유권자들이 물갈이하고 싶었던 호남 정치인들이 신생정당으로 몸을 옮기면서 연명하게 됐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도 있기 때문에 더민주, 국민의당 양당 중에 하나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야권 전체가 여권에 대한 불신, 불만족의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야권의 정권교체 필요성이 높아진 반면 야권이 안정적인 정권교체 가능성을 못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내린 판단이 아니었겠나 싶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호남 민심은 당과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은데.
남은 기간 정권교체의 가능성과 교체된 정권의 성격에 대해서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느냐, 그리고 어떤 경쟁력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달려있지 않나 싶다.

-이번 총선 예측에서 정치권 내에서 정의당의 의석수는 대부분 맞춘 것 같다. 지역구 당선자는 노회찬 원내대표와 심상정 상임대표가 될 것이고 비례대표 4명 정도가 당선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제기됐었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냈었나?
정당 득표율 13.1%였고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을 획득했다. 제가 비례대표 후보 8번으로 당선됐다. 사실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후퇴한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의당이 정당 지지를 몇 %정도 받았나.
7% 조금 넘게 정당 지지를 받아서 비례대표 4번까지 당선됐다.

-심상정 당 상임대표는 실제적인 제3당은 정의당이다. 국민의당은 1, 2당과 큰 차이가 없는 보수 정당이라고 했지만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은 것 같다. 정의당이 이번에 선거를 치르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정치라는 것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희들의 원래 꿈이자, 저희들 주장은 양당 중심체제에서 특히 양당의 기득권이 정당화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제3정당으로 자리잡아야 균형있는 정치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을 지금까지 주장해왔다. 그런 주장에 비쳐본다며 이번에 정의당이 제3당으로 선택받아야하는데 국민들은 제3당으로 저희들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저는 이점과 관련해서 정의당 스스로 성찰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왜 우리가 선택을 못 받았나.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아마 원내교섭단체를 훨씬 능가하는 의석을 확보했을 거라고 보여진다. 야권연대가 전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면 이번에 저조한 성적표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왜 많은 국민들이 교차투표를 통해서 제3당에게 표를 주려고 했는데 왜 정의당이 얻지 못하고 국민의당이 그 표를 받았는지, 그리고 정의당이 지금보다 왜 더 많은 표를 얻지 못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 남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당이 없었으면 우리가 잘됐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다. 우리가 선택 받지 못한 이유는 여전히 과거 진보 분열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들이 완전히 씻어지지 않았다는 측면이 하나 있다. 그리고 정의당이 새로운 정치를 말하지만 아직까지 그 호소력이 국민의 마음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들여다보면 옳은 말일지 몰라도 평소 국민에게 잘 들리지도 않고 또 들리게 할 만큼 유별한 전술을 쓰지도 못하다보니까. 과거에 비해서 신뢰도도 진전이 있는 것 같고 원내에서 특정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정당으로 안착된 면도 있다. 그러나 정의당에게는 당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는 특수한 전략과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종북 이미지, 새로운 진보 보여줄 입법활동으로 극복할 문제”

-정의당은 억울하겠지만 종북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과 종북논란 속에서 정의당이 여러 면에서 차별화되고 다르지만 국민들에게는 차별화로 다가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 점이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은데. 
정의당은 당시 종복논란의 핵심 대상은 아니었지만 진보진영 전체가 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또 그 이미지가 덧씌워진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여진으로부터 완전히 극복된 상태는 아니다. 이 역시 우리가 종북이 아니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 새로운 진보를 보여줄 입법활동을 통해서 극복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지역구를 옮기게 된 계기는?
저의 원래 지역구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했지만 사실 그곳에서는 야당끼리 대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야당끼리의 대결보다는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를 돌파해내는 것이 여러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여러 지역구를 물색했다. 제가 출마 선언 때도 밝혔지만 영남이 야권의 동토가 아니다. 여권이 철옹성처럼 독점하고 있는 지역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 지역에서 야당 의석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영남벨트로 확산시켜 야당의 의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봤다. 호남들에서의 야당들의 쟁투는 야권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여부의 쟁투라면 영남에서의 야권 쟁투는 여당으로부터 의석을 빼앗아오는,  여당의 철옹성 아래서부터 벽돌을 한 장씩 한 장씩 빼내는 의미가 전략적으로 있기 때문에 저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승리는 이 한 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3당 통합 이전의 야도, 야성을 찾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고 지금도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 원내대표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당선은 진보 진영 차원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진보진영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잃었던 의석을 회복하는 의미가 울산, 창원에서도 있었고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것이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남지역에서, 산업지대가 밀접한 지역에서 진보세력이 자리잡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으로 그동안에 지체됐던 진보정치 세력들의 발전과 성장에 부합하는 노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대통합주의, 진보진영 통합에 적극적 의지 갖고 있어”

-앞으로도 노동당, 녹색당 등과 통합을 추진할 것인가.
정의당은 기본적으로 대통합주의다. 그래서 진보세력들이 여러 차이가 나더라도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모여서 대응하는 것이 각각의 주장들을 좀 더 살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노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통합은 강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쪽의 뜻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저희들은 기본적으로 진보진영 통합에 대해서 대단히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 

-작년에 여러 진보 세력과 통합하면서 총선 후 6개월 내에 당명을 개정하겠다고 합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명 개정 여부나 개정 내용은 전체 당원들의 총의에 의해서 결정되므로 거기에 맡겨진 상황이다. 일단 바꾸는 걸로 당시 합의는 됐지만 이 모든 결정 권한은 당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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