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패권주의가 새누리당을 침몰시킨다

새누리당은 4.13총선에 이어 내년 대통령선거까지도 포기하려는 것일까.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새누리당의 내분 사태를 보면 그런 질문이 저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후보의 기근으로 대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인데, 친박과 비박 세력 간의 충돌로 새누리당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그 책임은 두말 할 것 없이 친박 패권주의 세력에게 있다. 이미 막장 공천을 주도하여 여당의 총선 참패를 초래했던 장본인인 이들은 여전히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당을 깊은 수렁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친박 세력은 조직적으로 전국위 개최를 무산시켜 비대위와 혁신위의 출범을 가로막았다. 비박 인사들이 주도하게 될 이들 기구가 자신들을 거세시킬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민심의 심판 앞에서 사죄하고 물러나야 할 세력이 이렇게 당의 혁신조차도 가로막고 나서니,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안하무인의 모습이다. 민심은 이미 등을 돌렸는데도, 자기들의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려고 자기 당이 무너지고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조차도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이들은 비박 세력에게 당권을 넘겨주느니, 차라리 자기들끼리 영남 지역당이 되는 것도 감수할 태세인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오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뭉쳐있는 세력이다. 이들은 설마하니 비박 세력이 분당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것이고, 설사 분당이 된다 해도 박 대통령을 따르는 영남당을 지키면 정치세력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고 믿을지 모른다. 이처럼 박근혜라는 개인을 중심으로 결속한 세력이기에, 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고서는 이들도 변화할리 없을 것이다. 친박 세력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을려 할 것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기어코 당권을 차지하고야 말 것이다.

그리하여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이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민심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그런 집권 여당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당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면 정권을 놓을 수 있다는 비이성적 오기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부터가 유승민이라는 특정인을 심판하기 위해 총선 패배조차 감수했던 비이성적 태도를 생각해 보면, 그 추종 세력의 이같은 모습이 닮은 꼴로 비로소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새누리당은 당장의 내분 사태를 놓고는 정치적 절충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친박 세력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한, 새누리당의 앞길이 순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친박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은 결국 대선 필패론에 직면할 것이고, 당의 분열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길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내부 권력투쟁에서 비박 세력이 승리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맞든가,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새누리당을 포기하고 난파선에서 탈출을 하든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정치를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이 있다면 차제에 보수정치의 본격적 재편이 이루어지는 길이다. 그동안 한국의 보수정치 세력은 영남이라는 절대적 지지기반 위에 안주하면서 낡은 가치와 사고만을 신봉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해 왔다. 이들은 지역주의 정치, 극단적 이념대결이라는 낡은 정치 행태를 답습하면서 우리 정치의 변화를 가로막는 세력으로 존재했다. 낡은 보수가 주도하는 정치는 결과적으로 진보의 변화까지도 저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는 낡고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아니라 새롭고 합리적인 정치세력들이 우리 정치의 전면에 나설 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향후 분해와 새로운 보수 정치세력의 등장 여부는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더 이상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정치세력이 아니라, 이제는 합리적 보수주의에 입각한 정치세력이 보수정치의 중심이 될 때 우리 정치질서도 의미있는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새누리당이 당장 쪼개지거나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여당을 하던 사람들이 탈당을 해서 추운 겨울을 보낼 생각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난파선이 된 새누리당에 계속 타고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사망하는 길임이 확인된다면, 배를 버리고 탈출하는 정치인들은 늘어날 수 있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새누리당 침몰의 위기감이 높아질수록 그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아무쪼록 여권의 내분이 단순한 권력투쟁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보수정치 세력의 등장을 위한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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