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오늘부터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우선 첫 주제로 새누리당 사태를 다루기로 한다. 새누리당에서 총선 패배 이후 새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와 혁신위 발족 등을 추인받기 위해 소집되었던 상임전국위 회의와 전체 전국위 회의가 무산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와 김용태 혁신위원장 추인이 무산이 되었는데 현재 친박이 실력행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자인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전국위 무산,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이 : 그렇다. 누가 기획을 해서 오더를 내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경환 의원은 발뺌을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친박에서 누군가 전화를 걸어서 불참을 종용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고 이에 대해서는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 

김 :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는 무엇이라 보고 있나? 

정 :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밀어서 원내대표로 당선을 시킨 것이다. 그런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관리를 맡게 될 비대위 구성이나, 당 지도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권한을 가지는 혁신위 구성에서 비박의 김용태 의원 등을 뽑은 것을 친박 입장에서는 또 다른 ‘배신의 정치’라고 판단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김 : 아 또 다른 배신의 정치? 비대위원 중에 구체적으로 3 명 정도를 공개적으로 거론을 한 것 같은데?

정 : 그것이 이혜훈 의원, 김영우 의원, 홍문표 전 사무총장이다. 

김 :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사퇴를 했는데 사퇴하면서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 그렇다. 성경을 인용해서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악인으로 언급된 것이 전국위를 무산시킨 친박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셨듯이 이렇게 친박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사람들이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복당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이 아마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친박진영을 격앙케 한 것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좌시하지 않도록 만든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친박의 쿠데타는 청와대 의중이 일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김 : 단순하게 비박이란 측면에서 이혜훈, 김영우, 홍문표가 아니라 이혜훈 의원이나 김영우 의원의 경우 유승민 의원과 교감을 해 왔다는 측면에서 용납하기 어려웠고 또 이들이 상견례에서 구체적으로 유승민 의원 복당문제를 거론을 하면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갈 것이라는 판단에서 도저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게된 것 같다. 

정 : 지난 주 비대위 회의에서 유승민 의원 복당문제가 거론된 것도 있었지만 혁신위원 선정과정에서 인선 자체에 대해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 5월 16일 이후에 청와대 분위기가 급격하게 강경하게 바뀐다.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나오면서 기조 자체가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협치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는데 그 배경에는 야당의 문제 보다는 여당 내의 인선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 그렇게 본다면 이번 비대위 출범의 좌초가 결국 청와대가 배후로 추정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 :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 지난 18일 5.18 기념식 참석 차 광주로 내려가는 KTX 기차에 현기완 정무수석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동승을 했는데 일체 서로 눈빛도 맞추지 않고 냉랭한 분위기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이 모습이 카메라 기자들에게 포착이 되었다. 이것이 청와대가 당을 보는 시각이나 쿠데타를 맞은 직후의 정진석 원내대표의 심경을 알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김 : 그렇다면 궁금증이 드는 것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경우 친박의 지원으로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20대 당선자 분포를 보면 친박과 비박이 7:3 정도로 보아야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혁신위 구성에서 비박 일색으로 한 배경은 무엇이라 보아야 하나. 

비박 혁신위가 대통령과 친박에 총선 패배 책임 물을까 우려  

정 : 지금 새누리당의 경우 혁신위에서 다룰 사안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총선 패배의 원인 진단이 될 것이다. 비박계를 많이 중용한 것은 총선 패배의 책임이 대통령과 친박진영에 있다는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진석 원내대표도 총선 패배의 책임이 김무성 대표 등 전 지도부에게도 있지만 큰 골격에서는 친박이나 대통령이 져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 정진석 원내대표의 경우 친박으로 지원으로 당선이 되고 나서 원내 진용을 갖추는 과정에서는 친박 일색으로 했다. 20대 국회에서 대야 관계와 국회운영을 친박이 중심을 잡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당내의 비박으로부터도 공격을 받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당 밖으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친박이 총선 민심을 외면하고 정신을 차리지 않고 다시 자기들 중심으로 갈려고 한다는 것이 당 밖에서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범 보수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또 혁신위 위상을 약화시켜서 아무 역할을 못하게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래서 정진석 대표가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혁신위 권한을 강화시키기로 했고 또 당장 당 밖에서 혁신위원장을 모시기 어려운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비박의 김용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발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물밑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심각한 사태를 불러온 것 아닌가 생각된다. 막상 인선을 발표하고 나서 청와대와 친박진영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가 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팎 곱사등이가 된 것 같다. 

김 : 그 이후에 조율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친박을 좀 더 늘리는 것으로 한다고 했는데...

이 : 그렇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의 반발을 수용해서 친박의 숫자를 더 늘리고 가면 대체로 통과가 될 것이라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모종의 시그널이 있었던 것 아닌가 짐작이 된다. 16일 날 초재선 20여명이 정진석 원내대표를 신랄하게 공격하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그 분위기가 17일 쿠데타로 이어진 것 아닌가 생각이 된다. 하여간 5월 16일, 5월 17일은 역사적으로 쿠데타와 연관이 많은 날짜인 것 같다.

김 :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뽑았더니 자기를 위한 정치를 한다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판한 적이 있는데 정진석 원내대표도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뽑았는데 자기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으로 비친 것 같다. 정진석 대표가 비박으로 혁신위를 채운 것이 자기는 친박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을 만천하에 과시하고자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야망이 있는 분이고 지금 당내에 차기 대권주자가 사라진 상태이니까 자신이 이 상황에서 꿈을 꿀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짐작이 된다. 그러다 보니 자기를 위한 정치, 배신의 정치로 보였고 이렇게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을 알면서도 무산시킨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 정두언 의원이 했던 말이 있는데?
                    
박 대통령, 계속 미이 웨이 고집할 것으로 보여 

이 : 정두언 의원은 ‘이것은 정당이 아니라 양아치 집단’이라는 극언을 했다. 문제는 아까 정국장이 지적을 했듯이 4.13총선이 끝나고 한 달 정도는 친박이 민심을 수용하는 듯한, 조금 자숙하는 모양새를 취하다가 한 달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표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정국운영이나 국정기조와 관련해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흔들고 어떤 저항에 직면하다라도 청와대가 친박을 묶어서 중심을 잡고 확고하게 마이웨이로 밀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김 : 총선 이후 개각과 청와대 개편 요구가 있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에 공무원 출신인 이원종 전 지역발전위원장을 임명하고, 경제팀을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자신의 경제 가정교사 팀으로 계속 꾸린다든지, 현기환 정무수석을 유임을 시킨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분명한 마이 웨이 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앞으로 야당과의 관계에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이전과 같이 합창을 하도록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불러올 반발을 충분히 예상을 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정하는 것을 보면 마이 웨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이것은 여야 정치권과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무시무시한 느낌도 든다. 

정 :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기본적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은 자신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와대 3당대표와의 회동에서 정무장관직 신설을 이야기 했는데 이것은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약화시키는 발상이라 볼 수가 있는데 이 사안은 사전에 조율이 되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다시 말을 꺼집어  낸 것인데 되짚어보면 그때부터 벌써 이런 충돌의 가능성을 예견할 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본다면 어째든 당을 장악해서 가야 앞으로 레임덕도 막을 수 있고 후일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 과거 국민들의 요청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장관들의 대면보고 필요성이 제기되자 배석한 장관들을 돌아보면서 그런 것이 필요하냐고 묻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그때 그 표정이 상당히 섬뜩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정무장관 이야기도 들어보니 아마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전에 조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그 말을 꺼낸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기조와 당과의 관계 등에 대해 자신이 방향을 잡아놓았는데 자꾸 딴지를 건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이 : 대통령이 그동안 해 왔던 것이나 지금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려고 했는데 19대 국회에서 여야 공히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3당체제가 되면서 앞으로 국정운영에 협조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여당 내에서부터 자신의 뜻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저런 자세로 여야 정치권과 마주하려 한다면 앞으로 20대 국회의 앞날은 대단히 불투명하고 어둡다고 할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 일제히 친박 비판과 보수 재편을 거론 

김 : 주목할 것은 비박이나 야당이 반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소위 보수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일제히 극렬하게 비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대통령과 친박의 모습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비관론이 깔려 있는 것 같고 그렇게 되면서 보수 재편 등 정계 재편에 대한 이야기들이 급부상 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정 : 현재로서는 친박을 중심으로 하는 새누리당을 가지고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수언론들은 총선 이후 친박을 주도세력으로 하는 새누리당이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해 왔는데 이런 것들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이 : 그동안 보수언론은 총선과정과 총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친박이 일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진용으로 환골탈태하라고 주문을 해 왔는데 이번 5.17 전국위 무산 이후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을 보면 이제는 기대를 접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누리당 친박을 이미 죽은 시체에 비유를 하면서 좀비라 했는데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같은 날 동아일보에서는 반기문을 영입해서 판을 꾸리려는 친박과 대비해서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동서연대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등 비박인사와 지금은 당 밖에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 박형준 등도 모두 PK인사 들이다. 이들과 광주를 지역적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지역주의 극복과 중도를 내걸고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동서연대를 한다는 그림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오늘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등에서 거론을 했는데 당장 이뤄질 사안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서 계속 거론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된다. 

김 : 동서연대론은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제기가 되어 왔다. 정계개편이 거론되면 우리나라 정치의 망국적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동서연대론이 제기되곤 했는데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정 : 아직은 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기 때문에 실현이 될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지금 새누리당이 TK를 기반으로 하는 친박과 그 외 PK 등을 기반으로 하는 비박의 갈등구조가 쉽게 정리되기가 어려울 것 같고 분화의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설사 반기문 총장이 여권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전체를 아우르기는 어렵지 않겠나 보인다. 

이 : 그런데 제일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사실상 비박의 구심력이 약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에도 자신이 중심이 되어서 어떤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수도권의 비박도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을 했기 때문에 구심점이 사라졌다고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인다. 그런데 만약에 친박이 지금처럼 ‘나갈 사람은 빨리 나가라는 식’으로 계속 간다면 달라질 것이다. 친박에 김태흠 의원이 정당은 정체성이 맞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비박에게는 대단히 치욕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라 볼 수가 있다. 완전히 무릎을 꿇든지 싫으면 나가라는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먼저 당 밖에서 일정한 흐름이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당에서 이탈해서 합류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김 : 아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일정한 액션이 있을 것이라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은 여당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비박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판을 엎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는데 역부족으로 실패를 한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나서 다음 수순으로 여러 모색을 하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야당의 전당대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새누리당에서는 조기전대론도 거론이 되는데 어째든 전당대회 이후에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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