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반대 여론 조성하는 정부여당, 물러설 수 없는 야권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서 정부로 이송할 제324회 국회 임시회에서 의결 130여개 법안들이 준비되고 있다. 이날 정부로 전달될 법안 중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서 정부로 이송할 제324회 국회 임시회에서 의결 130여개 법안들이 준비되고 있다. 이날 정부로 전달될 법안 중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동용 기자]국회가 지난 19일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연일 정부여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가 소속위원 과반의 동의가 있을 때 소관현안에 대해 상시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 되면서 달라진 부분은 신설된 65조 1항 3호에 추가된 내용으로 소관 현안의 조사에 대해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도 상임위 과반이 찬성하면 청문회를 열 수 있었기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행정부가 마비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을 두고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참모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며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개정하거나 폐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위원회안)이 재석 222인 찬성 117인 반대 79인 기권 2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위원회안)이 재석 222인 찬성 117인 반대 79인 기권 2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문회 남발할 것”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공무원 본연의 업무 소홀 우려”

여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크게 3가지가 눈에 띈다. 그 중 첫 번째는 국회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용될 경우 ‘소관 현안 조사’라고만 하면 본회의장이 아니라 각 상임위에서 청문회 여부를 정할 수 있고 절차는 더 간단해져 청문회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24일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개정안이 시행되면 청문회 대상이 기존에 주요 안건 심사에서 상임위 소관 현안 조사로까지 확대 돼 청문회가 남발될 것이고, 청문회를 할 때마다 공무원이나 기업인, 공공기관장 심지어 민간인까지 증인과 참고인으로 불려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그러면 결국은 국회가 입법 활동이나 민생을 챙겨야 하는데 그것이 뒷전이 될 것이고 정쟁의 장이 되지 않을까, 그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청문회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각종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원회 청문회 개최를 남발하거나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문회 대상이나 증인채택, 결과 보고서 채택 등의 과정에서 여야 간 정쟁으로 상임위가 파행된다면 원래 상임위가 해야 하는 법안 심사 등 다른 일을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지고 청문회 준비에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20일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마음만 먹으면 아무 안건이나 현안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공무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했다”며 “공무원이 국회에 수시로 불려 다니는 것도 모자라 상시적으로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면 어떤 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청문회 실시요건은 대동소이” “공무원 부르지 않을 수도 있어” “정책 청문회와는 달라”

반면 야권은 국회법 개정안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문회 남발 가능성과 관련 “국회가 자제 능력도 있고, 국민을 의식하는 국회인데 ‘청문회 왕국이 될 것이다, 도저히 국정을 살필 수 없다’는 등의 말로 호도하면서 국민(의 국회법 개정안 반대)여론을 불러일으키려고 정부 실무자들마저 나서고 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회법 개정안 직권상정으로 여권의 표적이 됐던 정의화 국회의장도 여권이 청문회 남발 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법 개정안 중 청문회 관련 조항은 청문회의 실시 사유와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라며 “청문회 개최 주체 및 청문회 실시 요건에는 변화가 없어 개정안으로 인해 청문회가 남발될 소지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야권에서는 공무원들이 청문회 준비 때문에 본연의 업무에 소홀할 것이라는 여권의 예측과 관련 청문회 개최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함과 동시에 공무원들이 업무에 방해를 받을 정도의 피해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모든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 때 제일 많은 불만이 뭐냐면 성실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과 증인 거부 등”이라며 “청문회 자체 현안으로 올라오는 것을 공무원들이 위축된다고 생각하는데 거꾸로 경찰 효과라고 본다. 청문회에 불려나가지 않기 위해서 좀 더 신중하게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힘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한 비박계 의원 중 한 명인 무소속 조해진 의원도 지난 2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회법 개정안의)청문회는 공무원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그 사회 각 분야 전문가나 학자와 시민단체 대표 등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며 “공무원은 청문회 참고인이나 증인 중에 한 부분일 뿐인데 공무원 사회에서 오해하고 있거나 호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어 “국회에서 열린 정치적 정쟁적 청문회는 이번에 국회법에 통과된 상임위 중심 청문회와 다르다”며 “상임위 중심 청문회는 각 분야의 대표들이 다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도 그 중에 필요하면 오고 청문회에서 안 부르면 안 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문회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도 야권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된 상임위별 청문회와 국회차원의 청문회는 성질이 다르다는 주장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민주는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가 허용 되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버이연합, 가습기살균제사건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상임위에서만 할 수 없는 사안이 많다. 상임위별 청문회는 정책적이고, 권력비리나 큰 현안은 국회차원에서 해야 할 청문회가 많으니 혼동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청문회 개최, 미국 980건 한국 39건

한편 국회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야권의 일부 인사들은 미국 의회의 청문회 시스템과 우리나라의 의회 시스템을 비교하기도 한다. 이에 정부여당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가 있는 우리나라와 그런 시스템이 없는 미국 의회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회는 상시 청문회를 개최할 경우 국정감사·조사 일정에 청문회까지 더해져 행정력이 낭비되고 결국 마비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미 의회가 지니는 권한은 대한민국 의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하다.

실제로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약 6천여명의 관리를 임명할 권한을 가지는데, 이중 차관보급 이상 장관까지의 고위직, 연방 대법관·검사, CIA·FBI 국장, 대사 등은 반드시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가 인사 청문회를 열수 있는 직위는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직위에 대해 미국 상원이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에 약 10%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 상원은 600개가 넘는 대통령 임명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상원의 16개 상임위는 각각 별도의 기준을 가지고 청문회를 연다. 서면조사와 청문회를 병행하는데 횟수에 제한 없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청문회 출석자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일 경우 법무부에 의회모독죄로 기소를 요구할 수 있는 등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간혹 불성실한 자료협조, 증인거부가 이뤄지는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권한이다.

더불어 미 의회는 입법부로서의 법안 통과보다 청문회를 통해 국회가 사회 담론을 형성하고 정보를 제공 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와 함께 상원 ‘외교분과위원회’에서 동의하지 않은 외교는 그 실효성과 예산의 뒷받침이 안 돼 집행자체가 어렵다. 외교정책에 관한 권한은 행정부에 있지만 대외정책은 의회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미국 상원 홈페이지에 공지된 지난해 미국 상원의 청문회 개최 건수는 대략적으로 980건, 우리나라는 지난해 39건의 청문회가 개최됐다”며 “미국에서는 연방 검사, 판사 모두 미 상원의 인사청문 대상이다.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검사장, 법원의 고등부장 판사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이 돼야 마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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