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폐암 치료 표적항암제 6월 첫선…‘신속심사’로 출시일정 2년 당겨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전경.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던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를 6월 초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한미약품 제공></div>
▲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전경.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던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를 6월 초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한미약품 제공>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한미약품이 개발한 내성표적 폐암 치료제 ‘HM61713’(성분명 올무티닙)이 ‘국산 신약’ 허가를 따내며,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개발 신약 중 첫 폐암 치료 표적항암제인 ‘HM61713’을 ‘올리타’란 이름으로 국내 출시를 허가한다고 밝혔다. 27번째 국산 신약이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식약처 허가에 앞서 올리타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된 바 있다.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은 국내 개발 신약 가운데 올리타가 처음이다.

올리타는 식약처의 국산 신약 허가에 앞서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독일 인겔하임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은 한국, 중국, 홍콩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올리타 공동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베링거인겔하임이 갖는다는 것이었다. 그 대가로 한미약품은 확정 계약금 5000만 달러와 별도로 임상시험, 시판허가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성과보수(마일스톤) 6억80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총 7억3000만 달러(8618억 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계약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제품 출시 이후 두 자릿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를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외르크 바아트 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폐암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우리의 비전을 향한 중요한 전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을 토대로 오는 2017년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허가를 따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글로벌 3상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 20대 제약사로 꼽히는 베링거인겔하임뿐 아니라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중국의 생명공학기업 자이 랩(ZAI Lab)과도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홍콩과 마카오가 포함된 중국 전역에서 올리타 공동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자이 랩에게 넘기고, 계약금 700만 달러와 별도로 임상 시험 등에 따른 단계별 성과보수 8500만 달러를 받게 되는 총 9200만 달러(1087억 원) 규모의 계약이었다. 제품 출시 후 두 자릿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가 추가된다는 것은 베링거인겔하임을 상대로 맺은 계약과 같다.

한미약품이 자이 랩과 계약을 맺은 이유는 중국의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전 세계 환자 수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기 때문이다. 제약 시장 통계분석업체인 글로벌 데이터는 지난해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46%가 중국인이고, 2020년에는 중국인 환자 수가 6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식약처는 200밀리그램과 400밀리그램 ‘올리타정’을 허가하면서 ‘신속심사’를 통해 출시 일정을 약 2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표적항암제 내성 발현으로 치료제가 없는 폐암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시판 후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자료로만 신속히 심사·허가했다”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리타 같은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다. 암세포 성장 관여 신호(표적)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해 정상세포에 작용하는 독성이 낮은 덕분이다. 올리타는 기존 표적 폐암치료제 가운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EGFR-TKI)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환자에 처방하기 위해 개발됐다. ‘엘로티닙’, ‘게피티닙’, ‘아파티닙’ 등이 EGFR-TKI에 해당한다.

한미약품은 EGFR TKI에 내성을 보인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올리타 800mg을 하루 1회 투여한 결과, 안전성과 종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투여 대상 환자의 62%가 객관적 약물 반응을, 46%는 확진된 종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런 내용이 포함된 올리타의 임상 결과는 2014~2015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5 유럽종양학회 아시아회의(ESMO Asia), 2016 유럽폐암학회(ELCC) 등에서 발표됐다.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은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혁신 내성표적 폐암신약으로, 베링거인겔하임, 자이랩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폐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이정표가 되는 ‘글로벌 혁신신약’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 5월 25일 한미약품 관계자는 “6월 초에 올리타를 출시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밝는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비전’의 중심 중국으로 오픈이노베이션 확대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은 지난 4월 6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를 찾은 북경한미약품 우수사원들을 만나 “중국 시장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한미약품 제공></div>
▲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은 지난 4월 6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를 찾은 북경한미약품 우수사원들을 만나 “중국 시장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한미약품 제공>

베링거인겔하임에 대한 올리타 기술수출을 포함해 얀센이나 사노피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 8조 원 규모의 계약을 지난해 성사시킨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전략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다. 바이오 벤처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산·학·연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신약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을 열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그 동안 얻은 신약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고 소통할 것”이라며 “지난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더 R&D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큰 공을 들이는 한미약품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중국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 1996년 중국에 설립된 북경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의 신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북경한미약품은 연평균 15%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앞날이 밝다. 지난해 북경한미약품의 매출 2047억 원은 전년 대비 18.5%나 늘어난 실적이다.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도 중국 시장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수교 전부터 직접 중국을 오가며 북경한미약품 설립을 주도한 임 회장은 지난 4월 초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를 찾은 북경한미약품 우수사원 30여 명을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임 회장은 당시 “북경한미약품의 꾸준한 성장세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느낀다. 중국 시장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약품은 중국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소개했다. 지난 18~19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 캠핀스키 호텔에서 열린 ‘2016 차이나바이오’에 메인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해 ‘글로벌 비전’을 설명한 것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차이나바이오는 제약사, 바이오 벤처기업,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포럼으로, 매년 초 중국 주요 도시에서 개최된다.

이관순 사장은 19일 오전 세계 각국에서 모인 헬스 케어 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기업설명회에서 한미약품의 오픈이노베이션 비전과 경영방침 등을 밝혔다. 이 사장은 앞으로 중국 제약사, 바이오 벤처기업 등과 협업할 계획이라면서, 북경한미약품과 옌타이시 토지매입 현황, 지난해 계약 성과, 주요 R&D 파이프라인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중국은 10년, 20년 후 글로벌 한미약품을 이끌어 갈 중심이 될 것이다 중국 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한미약품의 R&D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 차이나바이오 첫 날인 18일 오전에는 손지웅 부사장이 사노피, 로슈, J&J 등 글로벌 제약사 아시아지부 책임자들과 함께 ‘다국적 제약사의 중국시장 진출’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약 500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토론장에서 손 부사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제약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등을 통해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이미 중국 기업들과 함께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14년 8월 루예제약 그룹과 200억 원 규모의 다중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Poziotinib) 기술수출 계약을 하고 중국 시장 판권을 건넸다. 지난해 11월 자이 랩과 맺은 1087억 원 규모의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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