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도 도덕성 문제가 걸림돌 작용 사례 있어

[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대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때문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26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손 명예회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손 명예회장은 SK그룹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SK구조조정추진본부장, SK그룹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듬해 수감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08년 8·15 특사로 사면을 받고 출소 후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손 명예회장은 대기업에서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최고의 지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업적을 남긴 손 명예회장이 ‘추문’에 휩싸이면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강제추행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있지 않겠느냐”며 “국민 정서를 감안할 경우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도덕성 이슈가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치과용 임플란트 생산 전문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가 대주주 도덕성 문제로 지주회사 전환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의 도덕성 검증 문제로 미승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외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은 방송허가 및 인수합병 심사에서 경쟁상황 평가 외에도 공익성 심사를 병행하고 있다.

오프컴은 미국의 방송사, 영화사, 출판사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이 영국 유료방송 대표격인 B스카이B(BskyB) 인수 심사과정에 전화 해킹 스캔들에 휘말리며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뉴스코퍼레이선의 실질적 소유자인 머독그룹은 영국 런던 발행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the News of the World)의 전화 해킹 스캔들에 휩싸였다. 뉴스오브더월드는 2005~2007년까지 연예인, 정치인, 영국 로열패밀리에게 전화 해킹을 하다가 2007년 이후에는 런던지하철 폭파사건 희생자와 유가족, 각종 강력 범죄로 희생된 유가족, 군인 유가족 등으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전화 해킹 스캔들로 인해 관련 CEO 레스 힌튼(Les Hinton),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 커미셔너 등 관련자들이 사임했다. 다양한 사회단체들의 반대 캠페인이 일어나며 모든 정치인들이 인수 불가 입장 표명하는 등 정치적 압력이 거세졌다.

이에 오프컴은 방송사업 면허 부여를 위한 적정성(Fit and Proper) 심사조건에 대한 우려 표명했고 뉴스코퍼레이션은 인수 승인 심사와 관계없이 인수 요청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발표하면서부터 대주주의 도덕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고 반대 측에서는 개인의 도덕성과 경영은 다른 잣대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일면서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손 명예회장의 강제추행 혐의가 주목을 받으면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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