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30분 홀 서빙하는 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을 제기하는 데 앞장섰던 알바노조 권문석 대변인의 3주기가 끝나고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들렀다. 일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붐볐다. 식당 안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까지 설 정도다.
홀서빙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목소리를 볼 때 조선족도 여럿이다. 주문도 더디고, 추가로 부탁해도 기분 좋은 서빙은 아니다. 손님이 ‘을’이 되기 일쑤다. 한정된 인원으로 북적대는 손님에게 온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무리로 보인다.
식당에 딸린 주차빌딩에 주차하는 데도 주차요원이 대리해 주긴 했지만 2000원을 따로 받았다. 식사가 끝나고 식당 바깥으로 나오는 데 벽에 이 집 식당에서 사람 한다는 구인벽보가 붙어 있다.
“남여 홀 서빙, 급여 197만원, 4대보험, 퇴직금, 월 4회 휴무, 근무시간 09시~21시 30분”
언뜻 보기에 식당에서 일하는 임금치고는 많아 보인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문제다. 하루 12시간 30분 노동이다. 한 달 4일 휴무하고 26일 일하면 총 325시간이다. 연간 3900시간이다. 점심, 저녁 식사시간이 제대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각 30분씩 한 시간을 빼더라도 월 299시간, 연 3588시간이다. 월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누면 시급 6589원이다. 2016년 최저임금 6030원보다 559원 더 많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하루 노동시간 8시간, 주 40시간을 넘는 장시간 노동을 감안해 다시 계산해보자.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한 11시간 30분 중 3시간 30분은 연장노동시간이므로 할증료 50%를 감안하면 임금지급 하루 노동시간은 13.25시간, 월 344.5시간, 연 4134시간이 된다. 이 경우 시급은 5718원으로 떨어진다. 2016년 최저임금 6030원보다 312원 적다. 따라서 같은 법 56조(연장·야간 및 휴일노동) (임금)50% 가산은 감안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임금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장시간 노동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모두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50조(노동시간) ①항 주 40시간, ②항 1일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53조(연장노동시간) ①항 당사자 합의로 12시간 연장, ②항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 노동부장관 허가로 연장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주 40시간을 넘는 노동시간을 구직광고에 게재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용자가 노동자 동의 없이 일을 시키겠다는 일방적 선언이다. 같은 법 54조(휴게시간) ①항 4시간 노동에 30분 이상, 8시간 노동에 1시간 이상 휴게시간에 대한 예시가 없다. 물론 예시하지 않아도 부여하겠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식당 분위기상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다만 ‘월 4회 휴무’를 적시하고 있어서 같은 법 55조(휴일)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휴급 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40시간(주5일)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 휴무는 8일이어야 한다.
만약 위와 같은 조건에서 알바노조가 요구하는 시급 1만원을 지급하면 어떻게 될까? 50% 할증 포함 월 344.5시간이니까 월 임금은 344만 5천원이 된다. 따라서 예시한 197만원에 147만 5천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아니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자를 더 고용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하루 8시간, 주40시간을 일하고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은 받아야 한다. 노동부와 법은 멀리 있다. 하루하루 이윤은 차곡차곡 쌓이고 노동자들의 허리는 휜다.
(2016.5.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