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 <사진=KBS 제공>

[폴리뉴스 김재영 기자]'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영양에서 만나는 정 많은 밥상이 공개된다.
 
2일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산과 하늘이 만나다 – 영양 산야초 밥상' 편이 공개된다. 

경북 내륙에서 해와 달이 솟는 걸 먼저 바라본다는 일월산(日月山)을 중심으로 펼쳐진 청정 자연의 보고, 영양. 평균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를 자랑하는 경북 영양은 쉽게 들고 나기 힘들어 육지속의 섬이라고도 불린 경북 3대 오지이다.
    
하늘과 맞닿아 있었기에 시간이 멈춘 듯 따뜻한 과거를 품을 수 있었던 곳. 산 좋고 물 좋은 영양의 오랜 밥상을 맛본다.
    
영양 하늘아래 첫 동네인 나방마을에는 고추밥상이 있다.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해 맛좋기로 유명한 영양 고추. 그 중에서도 해발 600m 고지에 자리한 나방마을의 고추를 으뜸으로 친다. 산이 높고 평지가 없는 비탈밭이다 보니 인간쟁기 없이는 고추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하는 김원태씨는 농사 경력만 50년이다. 1년 중 가장 바쁜 고추 심는 철에는 매 주말마다 큰 아들 영선씨가 아버지 원태씨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아들도 내려왔겠다, 고추도 심었겠다, 기분 좋은 원태씨가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산중에 숨어있는 약수탕을 찾았다. 옛날부터 나방 마을 사람들에겐 약으로 통했다는 약수탕을 많이 마시기 위해 일부러 짜게 만든 고추장떡과 함께 약수를 들이켰다고 한다.

따로 한약재를 넣지 않고 몸에 좋은 약수와 닭으로 끓여낸 약수삼계탕은 나방마을만의 음식! 꼬득하게 잘 말린 고추부각을 튀겨내어 설탕을 뿌려먹는 고추부각튀김은 추억의 주전부리이다. 여기에 경북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멸치젓갈을 고추와 무쳐낸 고추겉절이는 보리밥이 절로 생각나는 밥도둑이라고 한다. 고추처럼 매콤달달한 나방마을의 오지 밥상을 들여다본다.
 
이어 도곡리 두메산골 노부부의 약초밥상이 공개된다.

높은 산, 깊은 골짜기, 일교차가 심한 산간 지방인 영양은 고추 뿐 아니라 약초 농사로도 유명하다. 기름진 부식토와 동해의 해풍을 맞고 자라는 환경을 갖추었다 보니 영양의 약초들은 그 약성 또한 좋다고 한다. 이맘 때 산에 오르면 저마다 약성이 다른 산야초들이 지천이다. 특히 금죽(지리강활)은 도곡리 사람들이 즐겨먹는 산야초다. 다른 지역에선 독초로 분리하여 먹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독을 빼는 법제과정을 거친 후 닭과 함께 육개장으로 끓여먹었다고 한다. 

도곡리 두메산골의 토박이 용섭씨와 대구에서 시집 온 정선씨는 도곡리에서도 금술 좋은 잉꼬부부. 평생을 늑막염으로 고생한 남편 용섭씨 걱정에 맘 편할 날 없었다는 정선씨는 오늘도 용섭씨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뿌리는 약재로 팔고 남는 삽주 잎은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낸다. 뿌리가 붉은 단삼은 밥에 넣으면 멥쌀도 윤기가 흐르고 찰지다고. 여기에 저승에서도 알아준다는 약초 석삼(바위떡풀)은 쌈장과 곁들인다. 평생 산골에 묶여 산 아내를 위해 70세가 넘어 운전면허를 땄다는 용섭씨, 그리고 그를 위해 평생을 오지에서 사는 고단한 삶을 마다하지 않았던 정선씨. 두 사람의 오래된 이야기가 있어 더 맛깔난 도곡리 약초밥상이 차려진다.

일월산 자락의 청정마을 오리리에는 산나물 밥상이 있다.

나는 식생만 해도 8500여종, 사람들이 뜯는 산나물 종류만 40여종이라는 일월산 자락에 위치한 오리리는 봄나물 수확이 한창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냥 잡초처럼 보여도 오리 사람들에겐 향 좋고 맛 좋은 산나물! 산나물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영양은 그 산나물을 말리는 방법마저 특별한데, 노끈으로 굴비 엮듯이 엮어 그늘에 매달아 놓는 것이 일월산 산나물을 맛있게 말릴 수 있는 비법이다. 나물이 워낙 다양한 만큼 나물마다의 조리법도 다 다르다. 열이 가해지면 뻣뻣해지는 참나물은 한 번 데쳐 향과 식감을 살려주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어수리는 생으로 밀가루와 섞어 채반에 찌면 나물장떡으로 완성된다. 

이 나물떡을 된장에 무쳐주면 향이 더 살아나는 나물무침장떡이 된다. 콩가루에 나물을 버무려 한 번 찐 후 국에 넣어 먹는 나물국은 영양 특유의 향토음식이다. 여기에 오리리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우산나물김치까지 담그니 밥상 가득 산나물 향이 진동한다.  
 
마지막으로 진밭마을 김분란 어머니의 오지밥상을 볼 수 있다.

여섯 가구가 오순도순 모여 사는 진밭마을 사람들이 골부리(다슬기)를 잡기 위해 근처 강가로 나섰다. 골부리(다슬기)는 산에 지천으로 깔린 산나물이 질려갈 때쯤 입맛을 돋우기 위한 영양식이다. 진밭마을 다슬기는 부추넣고 칼칼하게 국으로 끓여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만, 술으로 담가먹으면 약술이 따로없다고. 이 마을에서도 손맛 좋기로 소문난 김분란씨는 사실 바다사람이었다. 경북 영덕에서 노름으로 속 썩이던 남편이 집 두채를 날리자, 그 버릇을 고치겠다고 오지마을인 진밭까지 찾아 들었다. 

산골에 들어와서도 영덕에서 먹던 바닷고기의 맛을 잊지 못했다던 남편을 위해 그녀가 만들어 줬던 음식은 햇대기(대구횟대)김치다. 햇대기(대구횟대)와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취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지짐은 남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제일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이다. 오지까지 들어오게 만들어 놓고 본인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야속하다고 얘기하는 분란씨지만, 그녀가 차린 밥상엔 먼 곳에 계신 님 향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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