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

 

- 허영구의 노동시간 이야기, 다섯 번째 화물노동자(2) 편 중

 

고속도로에는 많은 화물차가 달린다. 그런데 농산물을 실은 화물차는 뭔지 모르게 색다르다. 배추나 양배추, 마늘이나 양파, 수박 등 어떻게, 누가 차에 싣는지 궁금하다. 농산물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더위나 추위에 민감하기 때문에 걸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화물은 상하차 지점에서 짐을 싣고 내리면 되지만 농산물은 차에 실린 채 경매와 판매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더 길다.

 

농산물은 생산지에서 새벽 2시까지 상차가 끝나면 차에서 잠을 자고 서울 가락동, 부산, 대구 등 대도시로 출발한다. 올라오는 중 경매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쉴 시간이 제대로 없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은 심야에만 있기 때문에 야간에는 졸음에 지친 화물트럭들의 질주가 이어진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24시간 화물차 통행 할인제도가 시행돼야 한다. 정오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에 도착하면 경매가 시작되는 밤 11시까지 차에서 대기한다.

 

시장 안에 화물기사들이 쉴 공간이나 샤워시설이 없다. 가락시장은 새롭게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그렇다. 차안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시장 내에서 공해 때문에 매연을 내뿜을 수 없기 때문에 시동을 켤 수 없다. 48시간 연속되는 상차작업, 차량운행과 대기 일정 중 5~6시간 외에는 주로 차내에 있어야 하다.

 

충청지역 농산물을 가락시장으로 운송하는 경우를 보자. 일요일 오후 집에서 출발해 산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상차작업을 시작한다. 수확하거나 차까지 이동시키는 일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예전 같으면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식사나 참도 같이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즈음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라 식단이 달라 그것도 어렵다.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차에 올려주면 적재하는 일은 전적으로 기사가 한다. 다른 화물은 지게차 등 장비가 있지만 농산물은 특성상 대부분이 수작업이다. 배추, , 수박, 양파, 마늘 등 겉으로 보기엔 예술적으로 단을 쌓은 것처럼 보이지만 기사가 일일이 돌담을 쌓듯이 들어 올려야 한다.

 

배추의 경우 5톤 트럭 한 대에 14~15톤을 싣는데 배추 한망의 무게는 14~18kg이다. 1000망을 실어야 한다. 기사가 14000~5000kg을 들어 올려 단을 쌓는다. 70kg 성인 남성 200명 이상을 드는 무게다. 양파의 경우 한 망 무게가 22kg까지 나간다. 마늘이나 양파의 경우 흙먼지를 뒤집어써야 한다. 단이 높아질수록 힘들다. 키가 작은 사람은 더 힘에 부친다. 끝단 부분은 던져서 올려야 한다! 어깨, 관절 등 성한 곳이 없다.

 

5톤 트럭 한 대에 최대 15톤을 실으면 적정량의 3배에 달한다. 만약 기사가 정량인 5톤만 싣겠다고 하면 화주가 짐을 주지 않아 빈 차로 올라와야 한다. 그러니 울며겨자 먹기로 실어야 한다. 그런데 운행 중 과정단속에 걸리면 벌금 등 책임은 전적으로 기사가 진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가락동 분회 소속인 손대길씨는 화물노동자가 이런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농산물은 추위에 쉽게 얼기 때문에 겨울에는 이동 중에도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먼저 차 바닥에 비닐과 보온재를 깔아야 한다. 농산물을 다 적재한 뒤 그 위에 다시 보온재, 비닐, 천막(일명 갑빠’)을 덮어야 한다.

 

새벽 2시 상차가 끝나면 차에서 잠을 잔 뒤, 12시에 가락시장에 도착하고, 11시 경매시작 때까지 차에서 기다린다. 물론 부족한 잠을 자야 한다. 운송료는 45만원을 받는다. 이 중 화물영업소가 3만원을 떼 간다. 경매가 완료되면 오전 10시부터 농산물을 구매한 도매상이 차에 실린 채 판매를 시작한다.

 

판매가 끝나면 다시 밭으로 출발한다. 가까운 곳은 빈차로 가지만 멀리 가는 경우는 짐을 싣고 가기도 한다. 그런데 경매한 농산물이 차에 실린 채 다 팔리지 않으면 다음 날까지 가락시장에서 하루 더 자야 한다. 그 경우 유치비 15만원을 받는다. 충청지역의 경우 1주일에 3()를 반복한다. 서울에서 거리 390km 전라남도 해남의 경우 운송료는 80만 원쯤 된다. 여기서 화물영업소 수수료를 뗀다.

 

5톤 트럭 한 대 가격은 번호판 포함 약 11천만 원이다. 대부분 할부로 구입한다. 월 할부금은 150만 원 정도다. 한 달 매출액 최대 900만원 중 기름값 300만원, 식대 등 100만원, 톨게이트비 40만원, 할부금 150만원을 빼면 수입은 3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차량은 짐을 많이 싣기 때문에 내구연한은 5~6년이다.

 

우리가 먹는 식단의 먹을거리들은 농민의 노고에 더해 유통과정에서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이 흠뻑 배어있다.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도 문제지만 쉴 공간조차 없는 노동조건 속에 그들의 인권과 인격은 무시당하고 있다.

 

역시 가락동 분회 소속인 염명수씨는 화물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여주휴게소에서 화물노동자 휴게실 확보, 화물노동자 샤워실 확보!”를 외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는 세 시간 운행하면 한 시간 휴식하고 차 뒷자리에는 냉장고와 에어컨까지 설치되어 있는 미국 사례를 들면서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용을 낼 테니 가락시장 안에 컨테이너 박스 쉼터라도 설치해 달라고 호소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나 농업노동자의 노동이 힘들고 소중하듯이 농산물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의 노동 역시 그러하다. 물적 유통은 생산 못지않게 중요하다. 도시인들을 위한 신선한 먹을거리를 산지에서부터 농산물 도매시장까지 신속하게 실어 나르는 농산물 운송 화물노동자는 우리들 밥상의 조력자다. 약탈적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래서 연대해야 할 노동계급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도 화물노동자들의 땀방울과 노동이 배어 있다. 그들에게 쉴 공간을 포함해 노동권을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월간<좌파> 38, 20166월호 게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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