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양보? 관례 아닌 것 드러나니 후퇴한 것” “자율권 행사 책무 깊이 인식해야” “철저히 상향식 공천 이루어져야 한다”

박찬종 변호사.<사진=폴리뉴스 DB></div>
▲ 박찬종 변호사.<사진=폴리뉴스 DB>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제8대 총선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가. 연도가 1971년이라고 하면  ‘과거’의 실감이 더욱 날 것이다. 낙선의 쓴 맛을 제대로 느낀 뒤 1973년 제9대 총선에서 국회 등원하며 정치권에 이름을 알린 박찬종 변호사.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는 원로 정치인인 그가 20대 국회의 ‘지각 개원’에 대해 ‘미스터 쓴소리’ 다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찬종 변호사는 9일 <폴리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회의장 등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요직의 배분 문제 탓에 원구성이 늦어지며 ‘지각 개원’의 역사를 22년 째 이은 20대 국회에 대해 “부끄러운 기록”이라면서 “국회 개원 자체가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개원이 늦어지게 된 원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장을 양보하면서 원구성 협상의 물꼬가 트인 상황에 대해 “그동안 여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는데 관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니까 후퇴한 것”이라면서 “여당이 소수라도 반드시 의장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외면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청와대의 종속품이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4월29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년여의 실정을 인정한 뒤 협조를 요청하면 국회의장직을 새누리당에 줄 수도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정말 황당무계한 소리다. 박 원내대표는 제3당의 원내대표일 뿐”이라면서 “이 역시 삼권분립의 취지를 망각한 것이고, 더구나 제3당의 원내대표로서는 월권적 발언을 한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에 ‘우리가 여소야대지만 의장을 차지하겠다’는 빌미를 줘서 개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의 자율권 행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장된 국회라고 한다면 이번에 이런 개원 파동이 있을 수 없다”면서 “줄타기나 실세 당직자들이 찍어서 비례대표가 된 국회의원들은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둔감해지고 외면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아무렇게나 끌고 다니면 된다고 하는 바탕이 깔려 있으니 개원이 자율적이 아닌 협상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라면서 “개원을 위한 의장단 선출은 자율적으로 모여서 자유투표로 하면 된다. 21대 국회부터는 자율권 행사의 책무를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 같은 상황을 고치기 위해서는 공천권이 철저히 당원과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에게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되어야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오로지 유권자만 바라보고 자율권 행사가 가능해진다”면서 “미국처럼 정당 공천이 있다하더라도 철저히 하방되어 있는,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개원 협상에서 크게 깨달아야 할 교훈”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찬종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20대 국회가 결국 지각 개원했다.

- 국회 개원은 국회법에 날짜가 정해져있다. 그런데 이번에 ‘언제 개원하느냐는 것’이 협상 대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을 어느 당에서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개원 협상은 그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뽑는 것은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로 하면 된다. 국회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지정한 날에 모인 뒤 그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을 임시 장으로 하고 자유투표를 하면 의장도 나오고 부의장도 나온다. 그게 원래 취지다. 자유투표를 하다보면 여당에서 나올 수 있고 여당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총선 민심이 야당에 제1당 준 것이니 야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오라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향후 21대 국회부터는 자율적으로 모여서 개원을 위한 의장단 선출을 자유투표로 하면 된다. 이번에 그렇게 안 된 바탕에는 ‘국회의원들은 정당의 종속품’이라고 하는 것이 깔려 있다. 정당이라는 자루에 국회의원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아무렇게나 끌고 다니면 된다고 하는 바탕이 깔려 있으니 개원이 자율적이 아닌 협상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OECD 가맹국 34개국 중에 우리나라는 29번째 가입 국가이다. 국회 개원 자체가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부끄러운 기록이다.

▲ 개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최다선 의원인 8선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을 안 하겠다고 스스로 희생‧양보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야당에 양보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을 안 하겠다는 결단을 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통 크게 야당에 국회의장 자리를 내줬다는 말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이 호주머니에 갖고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최다선 의원은 당연히 국회의장이 되도록 국회법에 규정되어 있나?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서청원 의원이 양보하고 국회의장 자리가 야당에 간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여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는데 관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니까 후퇴한 것이다. 그러면 정직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 관례가 아니다. 2002년 여소야대일 때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자기네들끼리 박관용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다. 관례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법 취지대로 하면 될 일을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여소야대라도 국회의장은 여당이 해야 된다는 그런 법이 세상 어디에 있나. 입법부는 삼권 중에 하나이고 대통령 권력과는 우호적인 긴장관계를 가져야 한다. 여당이 소수라도 반드시 의장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외면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청와대의 종속품이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그런 모습을 이번 개원 국회에서 보인 것은 국민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4‧13 총선에서 대승을 했으니 박 대통령이 지난 3년여의 실정을 사과하면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에 양보하겠다”고 말 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개원 협상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완전히 말뚝을 박은 탓이 크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말 황당무계한 소리다. 박 원내대표는 제3당의 원내대표일 따름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과하면 국회의장을 준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이 역시 삼권분립의 취지를 망각한 것이고, 더구나 제3당의 원내대표로서는 월권적 발언을 한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에 ‘우리가 여소야대지만 의장을 차지하겠다’는 빌미를 줘서 개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이 됐다.

▲ 향후 이번과 같은 지각 개원 등이 없으려면 어떤 대안을 세워야 하나.

헌법 46조에는 ‘국회의원은 모름지기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장된 국회라고 한다면 이번에 이런 개원 파동이 있을 수 없다. 21대 국회부터는 자율권 행사의 책무를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율권을 행사해야 된다고 하는 관념이 대단히 얕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줄타기나 아니면 실세 당직자들이 찍어서 비례대표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 국회의원이 됐으니 자율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이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둔감해지고 외면해버리고 있다. 개원 협상에서도 자율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안 이루어지니까 이런 소용돌이가 계속 되고 있다.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공천권이 철저히 당원과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 국민에게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되어야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오로지 유권자만 바라보고 자율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이다. 상원‧하원 535명은 당의 실력자 눈치를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힐러리파나 오바마파가 없다. 전부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정당 공천이 있다 하더라도, 그 공천은 철저히 하방되어 있다. 상향식이지 하향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 취지에 맞게 국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공천이 상향식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개원 협상에서 크게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20대 국회는 공직선거법‧정당법 등을 고쳐야 한다. 공천이 철저하게 당원과 주민 위주로 되어야 한다. 상향식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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