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속만 끓이는 靑, 대응수단 없어...보수언론 일제 靑에 등돌려

박근혜 대통령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함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내보였다.[사진=청와대]
▲ 박근혜 대통령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함께 손을 잡고 환한 미소를 내보였다.[사진=청와대]

[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명토 박은 유승민 의원을 새누리당 혁신비대위가 비대위 수장인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압박해 복당을 결정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장 염려하는 ‘레임덕 관리’에 또 다시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과정이 박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는 문제다. 김재원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탈당 무소속 의원들에 일괄 복당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상의하지 않고 마치 거사를 치르듯이 행해진 것은 노골적인 청와대와 박 대통령 배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당무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비대위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권성동 사무총장, 김영우, 이학재 의원 등 비대위원들이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윽박질러 비대위원 무기명 투표를 진행토록 한 것은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대를 무산시키려는 행위에 가까웠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김진태 의원 등 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비대위 쿠데타’로 규정한 것도 크게 틀리지 않은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가 전날인 16일 장시간에 걸친 회의과정에서 김희옥 위원장에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았느냐”고 압박한 대목은 유승민 의원 복당을 청와대가 알지 못하게 해놓았고 일을 쳤고 아울러 향후에도 청와대의 개입과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부분이다.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정 원내대표는 복당논의와 결정을 미루며 표결을 주저하는 김 비대위원장에게 “의견이 모였는데 처리하지 않는 것은 중대 범죄”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친박계를 더욱 자극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결정을 미루고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를 청와대와 상의할 가능성을 정 원내대표가 차단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선동 비서실장은 전날 회의에 대해 “(당무를 거부한 김 위원장이) 표현 한 거 이상이었다, 언짢은 정도가 아니라 참담하셨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숙고하고 숙고해서 결론을 내자 말했는데 (비대위원들이) 그걸 다 배신한 것”이라고도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정리하면 정진석 원내대표 등 비박계 비대위원 주도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배제하고 유 의원 복당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이것은 4.13 총선 패배 이후 박 대통령이 그토록 막고자 한 ‘레임덕’에 다름 아니다.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수직적 관리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부글부글 속만 끓이는 靑, 마땅한 대응수단 없어

그럼에도 청와대가 다시 당을 단속할 수단이 있다면 문제를 수습할 수 있지만 지금 청와대는 별 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당내 친박계의 집단행동에 기대는 것 이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친박과 비박 중간에 선 정 원내대표조차 더 이상 청와대 권력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상 통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7일 이와 관련해 “당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청와대의 입장이나 향후 대응에 대해선 일절 말을 아꼈다. 그러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철저하게 배제된 상황에 대해 전날 청와대 관계자는 “당에서 결정한 일인데 청와대가 나서서 무슨 얘기를 하겠나”며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청와대의 이러한 태도는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말로 이해되는 상황이다. 비대위의 결정을 의원총회를 통해 번복하겠다는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은 주장일 뿐 실질적인 대책이 될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경우 당의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박 대통령이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

비박계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17일 이번 복당 결정에 대해 “복당 문제는 최고위원회 격인 비대위의 ‘전속적 권한’”이라며 “당무에 관한 사항은 의원총회 의결로 결정되거나 뒤집을 수 없다”고 말해 이번 결정이 불가역적이란 비박계의 확고한 입장을 뚫고 나가기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비록 김희옥 위원장이 정 원내대표의 압박에 못 이겨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능력 문제이지 당헌당규에 위반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번복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청와대가 분풀이로 정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려 해도 지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때처럼 박 대통령이 리더십이 관통하기보다는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게다가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 또한 청와대에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한선교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절차상 복당이 완료됐다. 계파간의 득실을 떠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각의 박 대통령 탈당론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그런 얘기 하신 적도 없다. 그런 얘기들을 무책임하게 내던지는지 이해 못하겠다”고 했다.

신박인 원유철 의원조차도 YTN <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복당 시기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 새누리당은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큰 틀에서 보면 우리가 같은 식구들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 의원 복당을 기정사실화하는상황이다.

당내 상황과는 별도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유 의원 복당 결정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압박하는 상황도 모른 체할 수 없다.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비대위원들이 청와대와 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배제한 부분은 분명 짚어야 할 대목임에도 이에 대해선 눈을 감았다.

이 또한 집권 4년차의 보수언론들의 일반적인 행태이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임기 후반기 청와대가 자기 뜻대로 가고자 하면 더욱 거센 비판의 날을 휘둘러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보수언론들이다.

총선 패배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맞은 박 대통령은 야당과는 ‘협치(協治)’, 새누리당은 친박 주도의 당 체제정비 이 둘을 핵심 수단으로 해 레임덕을 막고자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대야관계보다는 여권 내부의 원심력에 의해 레임덕이 재촉되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지난달 17일 정 원내대표가 이혜훈-김영우 등 비박계 의원을 전면에 배치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 하자 전국위원회 무산시키는 실력행사에 돌입한 것도 레임덕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사태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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