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대 국회 당선인들, 협력‧연합정치 잘 일궈냈으면”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사진=폴리뉴스 이은재 PD)
▲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사진=폴리뉴스 이은재 PD)


[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초선‧김포 갑)은 당이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더민주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최근 당이 콘셉트로 밀고 있는 ‘국민과 더불어 유능한 경제정당, 튼튼한 안보정당, 유연한 개혁정당’에 대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정책과 법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금수저 논란’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이 갈수록 불평등이 심해짐에 따라 국민들의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법‧제도적으로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은 지난 13일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대 국회에선 민생 문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더민주는 최근 청년일자리·사교육비 절감·서민주거·가계부채 등 ‘민생부문 4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민생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협치’와 관련해선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협력 정치’, ‘연합 정치’를 잘 일궈냈으면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많이 들은 이야기가 ‘제발 좀 싸우지 말라’, ‘민생을 잘 챙겨달라’ 이런 말들이었다”며 “국민들이 짜 준 (3당 체제라는) 정치 구조를 잘 활용해 (국회를)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잘 작동되게 운용하면 정말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지독파(독일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로 꼽히는 김 의원은 2013~2014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연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연합 정치’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사민당(사회민주당, 중도 좌파)과 기민당(기독교민주동맹, 중도 우파) 이 이번에 벌써 3번째 ‘대연정’을 하고 있다”며 “독일은 이러한 연합 정치를 통해 정치적 갈등을 크게 줄이고, 부강한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적인 예로 콜 정부(기민당)가 빌리브란트(사민당)의 동방정책을 승계해 1990년 독일 통일을 이뤄냈다”며 “슈뢰더(사민당) 정부의 하르츠 개혁(2003년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단행한 일련의 노동‧복지‧연금‧세제 개혁 정책)도 당시 사민당을 기반으로 하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불과 1년 뒤 지지 기반이 무너져버리기까지 했지만, 이후 집권한 메르켈(기민당) 총리가 슈뢰더 전 총리의 하르츠 개혁을 계승‧발전시켜 유럽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독일의 연합 정치는 한국 정치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며 “우리나라도 독일을 롤 모델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두관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불평등으로 국민 마음 병들어…법‧제도의 수정‧보완 통해 희망 줘야”

-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동시에 운동권의 대표주자이기도 한 더민주의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후 강경 노선 대신 민생과 협치를 강조하는 '실용주의' 인사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의원이 만약 원내대표 같은 직책에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더민주가 지금 무엇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근 ‘금수저 논란’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이 갈수록 불평등이 심해짐에 따라 국민들의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점점 그런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법‧제도적으로 수정 및 보완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민주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최근 당이 콘셉트로 밀고 있는 ‘국민과 더불어 유능한 경제정당, 튼튼한 안보정당, 유연한 개혁정당’에 대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정책과 법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0대 국회 당선인들, 총선 민심 잘 유념해야”

- 이번 총선이 국민에 의한 선거 혁명이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고 계시긴 한데, 그래도 현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많이 들은 이야기가 '제발 좀 싸우지 말라', '민생을 잘 챙겨달라' 이런 말들이었다. (유권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국회가 국민을 위해 싸운다기보다 당리당략, 계파이익 등을 위해 싸우니까 그런 것 같다. 사실 한 당이 (전체 의석 중) 과반수를 넘고 그 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생기는 등의 겉모습만 보면 (국민들에게 국회가) 난장판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싸움이 안 되는 구조를 짜야겠다고 국민들이 생각한 것 같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 그리고 양보와 협상이 작동되는 3당 체제를 만들어, 어느 1당이 과반수를 넘지 않는 프레임을 짜준 것 같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들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국민들이 짜 준 정치 구조를 잘 활용해 (국회를)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잘 작동되게 운용하면 정말 20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구조 속에서도 국민들의 뜻에 반해 (국회가 일을) 제대로 안 하면 성과를 못 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인해 반사 이익을 얻어 원내 1당이 됐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호남에서 (더민주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해줬지만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일을) 제대로 못하는 더민주를 심판하지 않았나. 또 국민의당이 생각보다 의미 있는 의석을 얻었지만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수권정당이나 새로운 대안으로 생각해서 밀어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협력 정치, 연합 정치를 잘 일궈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대통령 후보로) 나오셨다. 그러고 나서 독일에서 체류하면서 여러 분야를 공부하신 것 같은데, 독일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오셨나.

우리가 흔히 독일 경제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사회적 시장경제와 조정 자본주의를 말하지 않나. 그게 (우리나라의) 헌법과도 맥이 닿아있다. 국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일정 부분 개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저는 이 모델이 독일을 (유럽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로 만든 기제라고 생각한다.

“독일, ‘연합 정치’로 정치 갈등 완화 및 강대국 발전”

-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도 독일에 가서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이 모델(사회적 시장경제와 조정 자본주의)은 (서독의 초대 수상이었던) 아데나워 총리 시절 재무상을 역임했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등 핵심 참모들이 만든 것이다. 그리고 제가 잘은 모르지만 (독일에 있는 동안) 1년 정도 지켜보니 역대 정부의 역할이 정책 리더십과 잘 결합이 된 것 같다. 빌리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 역대 독일 총리 들이 사민당(독일사회민주당, 중도 좌파)과 기민당(독일기독교민주동맹, 중도 우파 성향) 등에서 배출됐는데, 이번에 벌써 3번째 '대연정'을 하고 있다. 독일은 이러한 연합 정치를 통해 정치적 갈등을 크게 줄이고 있다.

전 독일이 연정을 통한 정치적 리더십으로 부강한 나라가 됐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콜 정부(기민당)가 빌리브란트(사민당)의 동방정책을 승계해 1990년 독일 통일을 이뤄내지 않았나. 슈뢰더(사민당) 정부의 하르츠 개혁(2003년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단행한 일련의 노동‧복지‧연금‧세제 개혁 정책)도 당시 사민당을 기반으로 하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불과 1년 뒤 지지 기반이 무너져버리기까지 했지만, 이후 집권한 메르켈(기민당) 총리가 슈뢰더 전 총리의 하르츠 개혁을 계승‧발전시켜 유럽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 지사, 시장 등이 바뀌면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이 다 바뀌지 않나.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들 중 예산 운영을 방만하게 했던 것들은 끊어내야 하지만, 좋은 정책에 대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그나마 요즘은 (기존의 좋은 정책들을) 잘 승계해서 마무리하면 도움이 된다는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연합 정치는 한국 정치에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이들에게 왜 연합 정치 또는 연정을 하냐고 물어보면 교과서적으로 한결같은 답이 나오곤 한다. (하나의 당만으로는 정부 운영이) 어려우니까 (그렇다고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합의적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독일을 롤 모델로 하면 어떨까 싶다.

참고로 제가 독일에 체류할 당시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을 만들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2번 본 적이 있다. 또 원혜영 의원이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이라는 연구모임에서 독일의 모델을 연구했다. 김황식 전 총리, 손학규 전 의원,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등 수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독일에 갔다 와서, 독일 모델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더라.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한국 선거 방식보다 민심 정확히 반영”

- 안 그래도 김 의원이 독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정치권의 5인 중 한 명으로 꼽히더라.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당 득표에 따라 47명에게 배정하지 않나. 그런데 (독일처럼 의석수와 지지율을 연동하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의) 의석이 배분되는데, 이런 독일식이 민심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독일식대로 하면 85~90%의 민심이 반영되는 반면 우리식대로면 (민심의) 50%도 반영하지 못한다. 사실 그 쪽(독일) 방식이 맞는 것 같은데,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이 어디 쉽겠나.

- 지금 말씀하신대로 선거 제도를 바꿔야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협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씀하신 선거 제도 개편과 관련해 특히) 공직선거법을 바꿔 (선거를) 투명하게 (실시)한다는 조건으로 정치지망생들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상 깨끗한 정치 자금을 받아 정당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출판기념회밖에 없지 않나. 

“독일 국민들, 정당 정책에 관심 많아”

- 아까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는 선거에서) 민심이 50%밖에 반영되지 못한다. 만약 (선거 제도 개편을 통해 의석수와 민심이) 일치되도록 하면 특정 정당이 독주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원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협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독일은 헌정사에서 원내 1당이 (득표의) 과반수를 넘은 적이 한 번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보통 연정을 하게 되면 소수당의 대표가 외무상을, 집권당에서 수상을 맡게 된다. 현 정권에선 (집권당인) 기민당이 외무부‧재무부‧부총리를, 사민당이 부수상 겸 재무상을 맡고 있지만 말이다.

또 독일 정치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는게, 지난 2013년 9월에 (독일에서) 총선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서울에서 집중 유세한답시고 한 만 명, 이만 명 모였을 텐데 기민당 메르켈 당수가 참석하는 총선 직전 유세에 체육관에 겨우 2천명이 모였다. 그런데 이게 어마어마하게 모인 거라고들 하더라. 사민당도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 5백 명밖에 안 모이고 녹색당은 아예 그냥 길거리에서 팜플렛만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독일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요 방송사에서 정책 토론회를 워낙 많이 편성하다보니 (국민들이 각 후보들의) 정책을 잘 알아 굳이 정당의 정책 연설을 들으러 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아까 말씀하신 '협치'와 관련해) 양 당이 대연정을 이루기 전 사민당이 세금 인상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기민당이 반대해 결국 사민당이 물러서고 대신 사민당의 최저임금 정책을 기민당에서 받아준 적이 있다. 당수는 당수, 각료는 각료, 중진은 중진끼리 정책적 합의를 이뤄내는데 약 3개월 정도 걸렸다. 이런식으로 (기민당과 사민당이) 벌써 3번째 대연정을 하고 있다.

더 재밌는 사실은 1863년에 사민당이 창당했는데 2013년에 창당 150주년을 행사를 하더라. 이 행사에 (기민당의) 메르켈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축하하러 왔었고, 손학규 전 대표와 나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대표해 참석했다. 행사를 보고 있으니 정말 만감이 교차하더라. 우리나라가 100년 정당을 말하지만 사민당의 150년 창당대회 현장에 참석해 직접 당수의 연설을 들으니 느낌이 참 이상하더라. 부럽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1958년에 빌리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등이 당의 노선을 노동자계급 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바꾸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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