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보관 중인 ‘투표함’, 한국정치학회 요청으로 7월14일 개함

중앙선거관리위위원회는 1987년 13대 대선 서울 구로구을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개함되지 않은 채 보관해왔다.[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중앙선거관리위위원회는 1987년 13대 대선 서울 구로구을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개함되지 않은 채 보관해왔다.[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폴리뉴스 정찬 기자] 지난 1987년 12월 16일 진행된 13대 대통령선거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낳은 ‘우편투표함’이 29년 만에 개봉된다.

한국정치학회(회장 강원택)는 21일 오는 7월14일 종로 선거연수원 대강당에서 13대 대선 구로구을 부재자 우편투표함 진위 검증을 위한 개함과 개표를 중앙선관위와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13대 대선 부정선거 의혹의 진위가 29년 만에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투표함은 투표 당일 당시 공정선거감시단이 부정투표함이 구로구청 현관 앞에서 반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조사를 한 결과, 귤·빵·과자가 실려 있는 트럭의 빵 상자 안에서 발견한 봉인이 되지 않은 ‘투표함’이다. 공정선거감시단은 이를 부정투표함으로 보고 개함하지 못하고 그 때 모습 그대로 현재 중앙선관위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정치학회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민주화 30주년을 앞두고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명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정치학회가 중앙선관위에 요청하여 이루어졌다.

정치학회는 구로구을 부재자 우편투표함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하여 손병권 교수(중앙대 정치국제학과)를 연구책임자로, 그리고 조진만 교수(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와 서복경 연구교수(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를 공동연구원으로 연구진을 구성해 20대 총선 직후 중앙선관위에 해당 연구용역을 신청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연구과제를 승인하고 한국정치학회 연구진의 진위 검증을 위한 관련 자료 제공과 행사 진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한국정치학회 연구진은 공정한 진위검증을 위해 투표함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는 물론 개함 이후 당시 정당추천위원 등 관계자들과 면담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재자 우편투표함 개함과 계표 과정에 참관을 원하는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정당 관계자 등에게 사전 안내해 공정성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치학회는 관계자 면담, 실물 확인․조사, 개함 결과 분석․조사 등을 거쳐 오는 8월 30일까지 종합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중앙선관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시 부정투표함으로 지목된 이 투표함의 발견은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부정선거항의농성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이에 당시 선관위원장은 당일 오후 부정투표함이 불법임을 시인하고도 김대중 후보를 낸 평민당원이 합법적인 투표함을 탈취했다는 성명을 발표해 의혹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에 시민과 학생들이 선거무효를 주장하며 점거농성을 했고 그해 12월18일 경찰과 백골단의 진압으로 양원태 서울대 학생이 척추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는 등 17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대한 진위조사는 29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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