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십 만 명 나온다고 했던 ‘인간 광우병’ 진위 가려보자”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사진=이은재 기자></div>
▲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2018년 6월10일이다. 광우병 파동의 소회를 10년 만에 밝히겠다고 한다. 장소는 서울시청 앞 광장이 유력하다. 촛불집회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역적’ ‘매국노’라 불렸던 논란의 주인공이 역사 앞에서 진위를 가려보겠노라 말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얘기다.

8년이 흘렀다. 대통령 임명직인 장관이 국민이 선출하는 공무원이 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하고, 총선을 재수했다. 지난 4‧13 총선을 통해 6년 만에 당선의 환희를 만끽한 국회의원 정운천(초선‧전북 전주시을)을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정 의원은 꼭꼭 씹어 말했다. ‘광우병=정운천’이라는 등식이 아직까지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 대한민국 역사가 존재하는 한 이 익숙함은 서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 의원이 다시 한번 역사 속에 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다.

정 의원은 광우병 파동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담담히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료 강화조치는 1년 후에 하고, 30개월 미만으로만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자”라고 한 장관 정운천의 주장은 소수 의견일 뿐이었다고 했다. 성공한 농업인에서 실패한 농식품부 장관으로 낙인찍히는 순간이었다.   

광우병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당시 정 장관의 주장이요, 현재 정 의원의 생각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입장 변화는 없다. 정 의원은 “당시 광우병 공포는 1980년대 영국에서 일어났던 엄청난 재앙을 옮긴 것으로, 20년 전의 위험을 공포 드라마로 쓴 것”이라고 했다. 또 이미 광우병 유발 인자는 먹어도 쌓이지 않으니 인간 광우병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언했다.

정 의원은 죽기 전 살아 있는 동안 광우병 파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판단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다음은 정운천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정운천이라는 이름 석 자에 국민들은 2008년 광우병 파동을 먼저 떠올린다. 향후 의정활동은 국민과의 만남이다. 지역구인 전주 지역뿐만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의정활동을 해야 된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해야 되지 않겠나.

- 제가 당시 광우병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던 것이 오히려 병이었다는 생각이다.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이 만든 재앙이다. 초식동물은 초식만 먹이면 되고, 육식동물은 육식을 먹어야 된다. 소라는 초식동물에 육식을 먹여서 나오는 병이 광우병이다. 자연의 섭리, 질서를 깬 인간의 탐욕이 만든 재앙이다. 이 탐욕은 단백질이나 칼슘 등이 많은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여서 빨리 성장하게 하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것이다. 동물성 사료를 금지시킨 것이 1996년이다. 2008년 당시로부터 12년 전인데, 그렇게 하고 나서 급속하게 광우병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2008년이 됐을 때는 이미 광우병 걸린 소가 160여 마리 밖에 없었고, 인간 광우병은 거의 없었다. 그간 전 세계적으로 200여명의 사람이 광우병에 걸려 사망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인간 광우병이 거의 없었다. 당시의 광우병 공포는 그로부터 20년 전인 1980년대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엄청난 재앙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 20여 년 사이에 거의 없어진 것을 가지고 그렇게 내몰렸다. 저는 당시의 시점에서 옳은 것을 얘기한 것이고, 언론 등은 20여 년 전의 위험을 공포 드라마로 쓴 거다. 그 차이다.

▲ 당시 미국과의 계약은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잘 못 알려졌다는 건가.

- 2007년 5월 한‧미 FTA가 타결(실제로는 4월2일 협상 타결. 5월에는 타결된 협상문의 원문이 공개됐다)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가장 요구했던 것은 논란이 됐던 쇠고기를 이제 문제없다며 받아달라고 한 것이다. 이를 노무현 정부는 오케이(쇠고기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FTA를 타결했다. 그리고 9월에는 권오규 부총리 등의 빨리 해결(쇠고기 수입 협상)하겠다는 약속이 이어졌고, 11월 달에는 한덕수 총리가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해서 해결해주겠다 했지만 안 해버렸다. FTA 비준을 하려 하면 그거(쇠고기 협상) 없이는 안 되는데, 미국과의 협상에서 해결이 안 되니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정부가 대통령과 각 총리 이하 부총리까지 미국과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을 안 해준다고 하면 무슨 일을 더 하겠나. 누군가는 이 일을 해결해야 국가 간의 일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었다. 안 해놓고는 안 되는 거다.

당시 비하인드 얘기를 하자면 최소한 뼛조각까지 검사한 과거 정권인데, 갑자기 (협상을) 다 열어버리면 국민들의 정서적 저항감이 엄청나지 않겠나. 그래서 사료 강화조치는 1년 후에 하고, 30개월 미만으로만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자 라고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회의석상에서 소수 의견이었다. 다수 의견은 일단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이 정해졌고, 또 노무현 정부에서 약속했으니 그대로 가자는 것이었다. 내가 대통령도 아닌데 어떻게 하겠나. 2008년 4월14일이 협상 마지노선이었다. 11일에 협상을 시작해서 14일이 결정되는 시점이었다. 3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검역‧위생 위생협상은 오래 걸릴 것도 없다. 이미 끝난 것이었다. 안 된다고 했다. 버텼다. 그리고 몇 가지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지고는 과거에 했던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니 그걸 이용해서 PD수첩 등에서 난리를 낸 것이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 당시 지금 이 얘기로만 발표를 했으면 나만 살아남고, 나머지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 아니었겠나.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다 껴안아야지.

▲ 그 이후 광우병 등 우려되던 부분들은 어떻게 됐나.

- 아무것도 없다. 전 세계에 인간 광우병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광우병 소도 영국이나 스웨덴 등 유렵에서 175마리 가량 나오던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거의 없다. 약 10마리 정도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200명의 인간 광우병이 나올 때, 4만 마리 정도의 광우병 소가 나왔다. 200대1의 비율이라고 했다. 소 200마리가 나와야 사람 1명이 광우병 걸릴 확률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10마리든 20마리든 먹어도 (광우병 유발 인자가) 쌓이질 않으니 인간 광우병은 아예 없다고 단정해도 된다 이렇게 보는 거다. 그때 사회적 배경을 보면 이 일이 하나의 계기가 돼서 이명박 대통령의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상실감에 빠졌다. 게다가 불을 지펴 버렸다.

▲ 4‧13 총선에서도 그 일이 부각 됐나.

- 크게 부각은 안 됐다. 내가 너무 자신감 있게 얘기를 하니 아마 (상대 진영에서) 공격할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 지역구인 전주 지역 분들은 정 의원의 생각대로 이해하고 있는 편인가?

- 이해하고, 그 상황에 대해 많이 잊었다. 데모의 주체가 아니었으니까. 서울시청 앞에 촛불시위 나왔던 분들은 얼마나 이해할지 모르겠다.

▲ 그때 당시 광우병 사태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한 번 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나.

- 2018년 6월10일에 한 번 정리하려 한다. 2008년 6월10일 시청 앞 광장에 목숨 걸고 나간 뒤로 딱 10년이 되는 해다. 역사 속에 넣어 넣고, 역사가 재판해주는 거다. (광우병 사태는) 최근 60년 사이에 전쟁을 빼놓고 가장 큰 사건 아니었나. 나라가 기우뚱, 권력이 기우뚱 할 정도였다. 그것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광우병 대책 국민회의라고 하는 사람들이 전주에 와서 성명서를 내고 정운천은 당선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사람들은 정말 안 될 사람들이다. 10년 전에 광우병은 이미 다 판명이 났다. 광우병은 지금 전 세계에 없다. 그때 당시에 그런 얘기를 했다. 10년 안에 광우병은 사라진다고 했다. 인간 광우병은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데, 왜 이러냐 라고 해서 엄청 얻어맞았다. 언론에도 보도가 됐다. 나는 10년 후에 사라진다고 했고, 그 사람들은 잠복기를 거쳐서 10년 후에 수십 만 명이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역사 앞에서 진위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 2018년 6월10일에는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생각인가?

-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하든지 국회 정론관에서 하든지 꼭 할 생각이다. 복수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제 자체가 역사적으로 산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 다 죽고 난 다음에 역사적으로 글을 써서 후진에게 전하는 것보다 지금 살아있는 분들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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