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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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김재영 기자]사람과 사람들에서는 아름답게 가꾼 골목에 사는 이웃을 만난다.

20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되는 KBS 1TV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정다운 골목에 꽃이 피었습니다' 편이 방송된다.

'옥상' 텃밭에서 '베란다' 텃밭에 이르기까지 회색 도시 틈바구니마다 작은 생명을 길러내는 '텃밭 가꾸기'가 유행이다. 이런 때에 내 집을 넘어, 골목으로 텃밭을 확장해 공동체 회복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닫힌 대문들을 열기 위해, 왜 꽃을 심기 시작했을까. 골목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변화하기 시작했을까. 이들의 실천은 우리사회 공동체 회복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일까.

'정다운 골목'의 주부 4인방이 있다. 경기도 안양 '정다운 골목'에 사는 정후교(46)씨는 이른 아침 뚝배기에 된장을 풀어 올려놓고 식재료를 구하러 골목으로 나간다. 처음 찾은 집은 일명 골목의 시어머니, 전복임(68) 할머니 댁. "할머니 고추 좀 따갈게요"하면 집 안에서 익숙하게 "어서 따가"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을 땐 알아서 따가기도 한다.

다음은 골목에 가장 늦게 이사 온 정성미(42)씨네. "상추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며 찾아온 정후교씨에게 정성미씨는 상추는 물론 깻잎까지 함께 듬뿍 따서 건네준다. 마지막으로 찾은 집은 골목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다양한 작물들을 키우는 강옥점(56)씨네. 이 집에선 오이며 가지 고추, 아삭이 고추까지 고추도 두 종류나 얻었다.

'정다운 골목'에선 이렇게 올려놓은 뚝배기가 팔팔 끓을 동안 한 끼 식재료를 골목에서 구해올 수 있다. 어떻게 도심 속 골목에서 싱싱한 야채를 직접 딸 수 있는 것일까. 싱그러운 향기와 빛깔이 가득한 '정다운 골목'으로 찾아가 본다.

골목이 '마당'이 되었다. '정다운 골목' 사람들은 골목에 나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거나 빈대떡을 부쳐 먹기도 하고, 회의를 하며 수박을 나눠먹기도 한다. 골목이 이들에겐 마당인 셈이다. 행정구역상의 주소는 따로 정해져있지만 길이 40m의 이 골목을 주민들은 '정다운 골목'이라 부른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가꾸어낸 골목이기 때문이다.

처음 '골목 가꾸기'를 제안한 사람은 정후교씨. 그러나 그녀도 10년 전 골목으로 이사 왔을 땐 좀 더 나은 곳으로 다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들이 지켜볼 식물도 없고, 사람도 없고, 마음 붙일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이웃이 새 차를 사고 고사를 지내면서, 골목에서 주민들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으로 골목에 앉아 이웃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정후교씨는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4년 전인 2012년이다. 그때부터 '골목 가꾸기'가 시작됐고, 골목길에 화분이 놓이기 시작했다. 집 안에 화분이 문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화분은 사람들을 골목으로 끌어들였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웃사촌'이 되어주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길'이 흐른다. 누구나 '골목 가꾸기'를 꿈꾸지만 사실 텃밭 하나만 만들려 해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도심 속 골목길은 주차장을 방불케 하기 때문. 그러나 정다운 골목엔 한 대의 차도 주차되어 있지 않다.

골목 가꾸기를 시작하면서 주민들끼리 골목길엔 차를 주차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주변 주차공간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차가 있는 주민들은 매번 인근 다른 도로에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온다. 그러니 차가 없는 주민들 입장에서도 바라보는 게 편치만은 않다. 그래서 정다운 골목 사람들은 주차문제를 단순히 집 앞의 골목에서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로 확장시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골목인가, 편리한 골목인가. 그 둘 사이에서 가장 지혜로운 답은 무엇일까. 

골목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야채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다른 골목에 사는 아이들도 일부러 정다운 골목을 지나서 학교에 간다. 또한 등하굣길 골목에 와서 놀고, 쉬어가기도 한다. 정다운 골목에선 인근 초등학교와 함께 학생들을 위해 단오 행사, 벽화 그리기, 목화씨 심기 등 다양한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골목이 사라진 시대에 자랐던 아이들은 정다운 골목에서 이웃의 따뜻함과 함께 자연을 만난다. 정후교씨는 길이 마당이 되고, 그 마당에서 골목대장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을을 꿈꾼다. 아이들에게 골목은 자연과 만나는 곳이자 놀이터이며 휴식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들'은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노선과 방식, 새로운 트렌드를 관찰을 통해 조명하고 관계 맺기를 통해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즐거움을 주는 휴먼 다큐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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